상단영역

본문영역

첫인상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11.01 11:1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필자와 같은 직업을 가진 이들은 이런 기회가 더욱 잦은 게 사실이다. 반듯한 외모지만, 몇 마디 말을 나눠보면 진실됨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많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 상대를 판단한다는 건, 다소 섣부른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보다 더욱 차가운 잣대를 들이밀 지도 모른다. 한동안 우리 업계에는 ‘10분의 법칙’이란 이야기가 정설처럼 나돌았다. 새로 오픈된 게임을 유저들이 지속할 지 여부를 단 10분만에 결정해버린다는 것이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소셜게임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플레이노믹스’로부터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흘러나왔다.


이 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소셜게임을 플레이한 유저가 그 다음날에도 같은 게임을 하는 비율이 10.4%에 불과했다. 결국 게임 오픈 첫날에만 89.6%의 유저가 이탈하는 셈이다. 게임회사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나마 오픈 후 이튿날부터는 하강 곡선이 다소 완만해져, 2일째는 2%, 3일째는 1.1%, 4일째는 0.8%로 서서히 유저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열흘 후에도 게임을 계속 플레이 하는 비율은 4.5%였다.


또 다른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일주일 중 소셜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때는 월요일과 화요일이었고, 금요일이 가장 게임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결제율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이 적지만 결제율이 높은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부족한 대신, 이를 유료 아이템 구입으로 커버하려는 유저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미 시장에서도 대작 소셜게임의 경우 회원수가 300~400만명에 이른다고 하지만, 지명도 낮은 타이틀의 경우 10만명의 회원도 모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10만명의 회원을 모은다고 해도, 남아있는 유저는 고작 1만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수년 전 월정액 기반의 PC 온라인게임이 주류를 이뤘던 때에는 오픈 이후에도 절반 가까운 유저들이 게임에 남았다.


하지만 요즘의 게임 시장은 대부분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하고, 상용 서비스와의 경계를 느끼기 어려울 지경이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도 월정액 과금을 고수하는 게임들은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60~70% 달하는 잔존율을 보인다는 점이다. 월정액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이미 처음부터 결제를 작심하고 즐긴다고 볼 수 있다. 무료 게임 트렌드가 결국 유저의 이탈을 가속화한 셈이다.


매일 쏟아지는 수없이 많은 게임들 중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좋은 첫인상이다. 맞선을 보러 나간 남성이 “내가 오늘은 부족하지만, 두번째 만남 때부터는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결국 상대방을 맞선 자리까지 나오도록 했다면, 최선을 다해 첫만남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게임은 오픈 1주일 후부터 정말로 빵빵한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어느 게임 회사 사장의 말이 귓가에 공허하게 맴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