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광화문연가, 아빠와 아들
칼럼 - 광화문연가, 아빠와 아들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2.11.08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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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된 말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 아빠와 아들이 있었다. 뒤주에는 이제 사흘치 정도의 쌀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빠는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우리집에서 팔 거라곤 이제 저 당나귀 한마리 밖에 없구나. 장에 당나귀를 팔러가자”그러고는 아빠가 당나귀 등에 올라타고, 아들은 고삐를 쥐고 집을 나섰다.


 

지나가던 한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말하길 “아니 불쌍하게 어린애를 걷게 하다니”라며 혀를 끌끌 찼다. 아빠는 그 소릴 듣고는 재빨리 아들을 태우고, 자신이 고삐를 쥐었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또 다른 사람이 궁시렁댔다. “저 어린 녀석이 버르장머리 없이 아빠는 걸어가는데 당나귀에 타고가다니…”이 말에 아빠도 당나귀 등에 함께 올라탔다.


 

그렇게 10분여가 지났을까. 또 다른 한 사람이 지나가며 “사람을 둘이나 태웠으니 말 못하는 당나귀가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다. 두사람은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엔 “당나귀가 그렇게 불쌍하면 차라리 등에 메고 가면 될 거 아니냐”는소리가들렸다. 결국, 아빠와 아들은 낑낑대며 당나귀를 메고, 다리를 건너다 그만 미끄러져 당나귀를 물에 떠내려 보내고 만다.


 

사람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둘 중의 하나다. 우화에 나오는 아빠처럼 귀가 팔랑팔랑 거릴 정도로 얇아서 남의 말에 잘 넘어가는 ‘팔랑귀’타입이 있는가 하면, 마치 귀에 말뚝을 박아놓은 듯, 남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는 ‘말뚝귀’가있다. 팔랑귀는 주관 없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고, 말뚝귀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작금의 게임 개발에는 다소 팔랑귀가 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 올해 2월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돼 월 매출이 70억원에 이르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퍼즐 & 드래곤’. 이 게임의 개발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팔랑귀라고 가볍게 표현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다른 이의 의견을 존중한 개발 방향성이 성공의 키워드가 된 듯하다.


 

‘퍼즐 & 드래곤’의 개발 프로듀서인 야마모토는 20~30대의 남성 직장인과 여자 중고생 등 게임을 즐긴 적은 있지만, 그다지 자주 플레이하지는 않는 중급 레벨로 타깃을 삼았다. 성인 남성의 경우 과거에는 롤플레잉 게임 등을 즐겼지만, 나이가 먹어 복잡한 방식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주요한 공략 대상이 됐다.


 

그들에게 쉽게 어필하기 위해 야마모토는 동일한 모양이나 색상을 3개 잇달아 붙이면, 지워지는 ‘비주얼드’나 ‘주키퍼’의 전통적 퍼즐 방식의 규칙을 따랐다. 기본 콘셉트가 완성되자 그는 순식간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퇴근 후 아내에게 “같은 색깔 모양을 3개 정렬하는 게임”이라고만 설명하고, 플레이를 부탁했다.


 

그러나 게임에는 전혀 문외한이던 아내의 플레이를 보고 야마모토는 화들짝 놀란다. 지금까지 그는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인접해 있던 구슬만을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멀리 놓여있는 구슬을 마음대로 끌어와 3개를 맞춰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야마모토는 이후에도 게임이 개발되는 도중 계속 아내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 결과, ‘퍼즐 & 드래곤’은 야마모토가 당초 목표로 했던 캐주얼 게이머뿐 아니라, 평소에 전혀 게임을 하지 않던 초보자 유저층까지도 유입시킬 수 있었다. 당나귀 부자의 우화와 ‘퍼즐 & 드래곤’은 다소 억지스러운 비유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만의 환상의 세계에 철저하게 갇힌 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절대 듣지 않는 말뚝귀 개발자는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어쩌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대박을 터뜨린 ‘애니팡’에게도 이런 탄생 비화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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