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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광화문연가, 게임의 사회적 지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11.15 10:27
  • 수정 2012.11.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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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게임과 관련된 한 모임에서 모 대학의 간호학 교수를 만났다. 얼핏 보기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찬찬히 이야기를 듣다보니 50대를 훌쩍 넘긴 연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정도 세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연구 분야와 게임의 접목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게임은 이제 한걸음 더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게임에는 도통 관심없어 보이던 이들도 이젠 스스럼 없이 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걸 보면, 기분 좋은 변화가 느껴진다. 해외 업계에서는, 게임은 아이들의 놀이에 불과하며 어른이 즐길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40년간 쌓인 노하우가 ‘게이미피케이션’등의 성과로 사회에 공헌하는 사례가 많아져, 게임과 폭력을 동일시하는 편견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단순한 놀이에 불과했던 게임이 우리 실생활에도 적극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인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현지의 대학 등 관련 기관에서는 게임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게임의 본질을 찾아내려는 학문적 노력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기능성게임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공헌 노력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미시간대학 심리학과 ‘수잔 재기’박사의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 퍼즐게임 등을 꾸준히 즐기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학교 성적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6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하루에 15분씩 한달동안 어휘와 기억력 운동을 하는 실험에서 한쪽은 일반 시험 용지를 사용하고, 또 다른 쪽은 게임으로 만들어진 디바이스를 통한 학습이 진행됐다. 그 결과 게임화된 쪽을 사용한 그룹이, 이후에 실시된 시험에서 성적이 월등히 높았다는 것이다.

 

수잔 박사는 “일반 시험지에 비해서 게임화된 디스플레이에 아이들이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게임을 활용한 학습 효과가 높음을 역설했다. “단, 게임 조작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높은 효과가 있다. 이전에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적었던 아이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된 연구가 있는 반면, 부정적인 영향도 보고되고 있다. 잠 자기 전에 즐기는 게임은 숙면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 연구진은 10대 청소년 17명을 대상으로 취침 전 2시간반 동안 폭력성 짙은 게임을 플레이시켰다.

 

그들은 보통 때보다 평균 39분이나 잠 드는데 시간이 더 걸렸고, 잠을 자고 있지만 뇌가 활동하는 REM(Rapid Eye Movement)수면 상태가 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2시간반 동안이나 다소 과하게 게임을 플레이하게 했고, 비폭력적인 게임으로 대조 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연구팀은 “게임은 사람들에게 협력의 중요성을 학습시키는데 탁월할 뿐 아니라, 복잡한 상황이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는 최신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개월에 걸쳐 온라인게임 유저들의 플레이 모습을 관찰한 결과, 게임 내에서 팀을 이뤄 협력하는 부분과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서로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밝혔다.

 

또한, 이 논문은 “게임의 폭력적인 내용이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여 게임의 폭력성 논쟁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게임이라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치 없는 연구들이라 치부해 버리기 쉽지만, 우리 업계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연구 활동들이 더욱 많아져, 게임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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