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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이」이광희 사장 “국내와 유럽 시장, ‘쌍끌이’ 준비 완료!”

  • 유양희
  • 입력 2004.11.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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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의 거친 풍랑을 헤쳐온 어느 선장의 득의양양한 눈매. 못 본 사이 체중이 5킬로그램이나 줄었지만, 이 사장이 더욱 단단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의 눈매 때문이다. 이 사장에게 있어 요즘 가장 뿌듯한 일은 오는 2월 보드게임종주국 독일에 ‘삼국 이야기’가 정식 출시된다는 사실이다.

‘삼국 이야기’는 계백·연개소문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 토종 캐릭터와 첨성대와 장군투구 모양의 말을 이용한 국내 순수창작 1호의 보드게임이다. 황산벌이나 한성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 격전지를 차지하기 위해 게이머들 간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것이 게임의 묘미다. 지난해 국내 출시 당시 외국산 보드게임 일색인 국내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작품이다.

“우리나라 역사 속 캐릭터, 우리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보드게임 종주국에 출시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뿌듯하다”고 말하는 이 사장. ‘삼국이야기’의 반응여부에 따라 다고이가 향후 제작할 게임들에 대한 공동투자·프로모션도 가능할 전망이다. 올 초 독일 ‘뉘른베르크 토이 페어(Nrnberg toy fair)’를 통해 독일의 유력 보드게임 전문 회사인 하이델부르그(Heidelberger Spieleverlag, 대표이사 헤럴드 빌츠 Harald Bilz)와 MOU를 체결하며 이번 진출의 물꼬를 터 왔다. ||세계 최대 보드게임 시장으로 일컬어지는 독일은 보드게임 분야에 연간 8억유로(한화 약 1조 2천억 원)가 소통되고 있는 명실상부한 보드게임의 종주국이다.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작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더불어 큰 성과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사장은 자신한다.

지난 해 회사를 설립하며 독일 시장을 배우는 일이 가장 큰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독일 보드게임시장의 대표적 행사인 ‘슈피엘 2003(Spiel2003)’과 ‘뉘른베르크 토이페어’에 참관해 가며 유럽진출의 물밑작업을 펼쳐왔다. 두 전시회는 각각 250·100여개의 세계 각국의 신규게임이 선보인다. 지난 10월 ‘슈피엘 2004’에는 정식으로 부스를 마련해 ‘삼국 이야기’를 선보였다. 세계 각국 350여 개의 게임 중 ‘삼국 이야기가’ 국산 게임으로서는 유일하게 진출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지난해까지 보드게임카페가 큰 붐을 조성하며 시장을 형성해왔지만, 외산 게임 일색이었던 점을 이 사장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시장의 자생력을 좀먹는 일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새로운 기획으로 접근했던 것이 ‘삼국 이야기’였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냉대에 ‘쓴 맛’을 봐야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 보드게임 시장과 유저층이 초기형성기였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일단 어느 정도의 레벨이 되는 게임에 대해 국내 유저층은 일단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더불어 유통망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쥐약’이었다. 반면 독일 보드게임 시장과 유저층의 견고함이 오히려 ‘삼국 이야기’의 완성도가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다고이의 목표가 해외진출에만 집중돼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사장은 “국내 보드게임 시장 공략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 시장과 국내시장 쌍방 공략을 위한 개발인력 확충이 현재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국내 보드게임시장이 풍성하게 자라나는 데 있습니다. 견고한 보드게임 유저층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가 되겠죠”라며 설명을 시작해 나갔다. 어느 시장이나 그렇듯 ‘스타 타이틀’이 초기시장의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12월 중 출시 예정 중인 순수 창작작품에 이 사장이 갖는 애정은 그래서 더욱 남다르다. “지난해 느꼈던 건 국내 보드게임 시장의 마케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점입니다. 12월 출시 예정작은 일단 게임방송채널을 통해 ‘리그’형태로 그 존재를 알릴 계획”이라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보드게임리그, 그의 계획대로 성사된다면 또한 ‘보드게임리그 1호’라는 수식어를 달게될 것이다.

국내 유저층의 선호도는 일단 지난 해 ‘삼국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 일차적으로 국내 보드게임에 낯선 유저들의 눈높이에 최대한 스타일을 맞추자는 것이다. 12월 출시작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력을 다해 만들고 있다. 한편 국내 유력 온라인게임들의 보드게임화 작업도 병행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으로는 올 4월부터 작업에 들어간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보드게임의 출시가 코앞에 있다. 이 외에도 ‘라그나로크’와 ‘네오타크세이버’ 역시 보드게임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태.

특히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만약 이들 온라인 게임이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시장에 진출 시 현지시장에서 보드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단 점이다. 온라인 게임보다는 보드게임에 엄청난 흥미도를 보이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보드게임이 국내 온라인게임 유럽진출의 교량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이 사장은 “일단 국내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만큼, 온라인게임의 보드게임화 작업 역시 국내보드게임 시장공략의 다른 길임에 틀림없다”며 “이 방법이 또한 유럽시장진출에 교량적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윈윈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보드게임카페의 성장세가 절정에 이르렀을 즈음인 지난해 다고이를 설립했고, 1년여를 쉴새없이 달려왔다. 그는 지난 1년여간 “계획대로, 이렇게 차근차근 일이 돼 가는 게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회사를 설립전후는 보드게임방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던 시기였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근무하며 보드게임이란 것을 처음 접했을 당시다. 2002년 부부동반으로 떠난 여름휴가에서 ‘부루마블’의 향수를 되살렸던 것이다. 이 사장은 “보드게임은 무엇보다 사람과 부대끼면서 할 수 있다는 게 기존 게임장르와는 다른 가장 큰 재미였다”고 말했다.

게임산업개발원에 근무하면서 누구보다도 이런저런 많은 게임을 접해봤던 이 사장. 게임들의 재미는 인정했지만, 그런 게임들이 하나같이 사람을 자신만의 공간에 가둬둔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고 한다. 막상 보드게임을 접하면서 이 사장의 이 같은 고민들도 말끔히 해결됐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면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바로 보드게임이기 때문이다.

‘유익을 준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고, 더불어 일할 자신감도 충만했다. 무엇보다 이 사장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당시 다고이 외에도 몇몇 회사가 보드게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간 곳도 한 둘이 아니다. 문제는 국내 보드게임방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들이 ‘부루마블’이나 ‘젠가’ 등 외국산 보드게임 일색이었다는 점이다. 개발보다는 무비판적인 수입에 치중해왔던 것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게임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외국 인기게임을 베끼기 일쑤였다. 지난해 해외 전시에서 만난 외국 바이어들의 일침이 그래서 더욱 와 닿는다. ‘어느 한 외국 개발자가, 너희 한국 사람들은 왜 사갈 생각밖에 안 하느냐’는 쓴소리가 그것이다. 독일에 몰려간 한국인들의 ‘무차별적 수입 경쟁’을 보고 어느 외국인이 던진 말이다. 이 사장은 “‘재고’를 인기작으로 둔갑시켜 한국인에게 떠넘기려는 현지인들을 목격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국내외시장에서의 숱한 무시를 역으로 무시해 가며 지금껏 달려온 이 사장. 그는 “보드게임의 가능성은 결코 생각하는 것만큼 작지 않다”며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끈기’가 될 것”이라고 겸허하게 말한다. PC게임 ‘스타크래프트’가 6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편 ‘카탄’이 1천만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사장은 “보드게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1퍼센트의 의심도 없다”고 자신한다. 국내 순수창작 보드게임의 독일시장 순항, 그리고 다고이에 의한 국내 보드게임 시장의 붐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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