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가마소프트」정환경 사장 “장르 가리지 않는 게임 전문 개발사 만들 터”

  • 지봉철
  • 입력 2004.06.14 18:3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사장은 출신성분부터 ‘정반장’이라고 불려도 좋을만큼 이색적이다. ‘토목공학과’. 그의 대학졸업장의 적혀있는 전공이다. 게임과는 전혀 무관하다.

하지만 전공이 다른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는 고등학교 교내 동아리에서부터 게임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리나라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몸소 증명하듯 그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게임과는 거리가 먼 토목공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시 각자의 길을 가던 정사장과 친구들은 얼마되지 않아 게임과의 관계가 그들의 인생과는 뗄 수 없는 인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정사장과 친구들은 1998년 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한 ‘제 1회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입선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인생을 펼치게 된다.

이때 입선한 시나리오가 지금의 정사장을 있게 한 롤플레잉게임(RPG) ‘홍길동’이다. 홍반장의 모델이기도 한 홍길동전이 그의 게임인생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정반장’의 운명은 결정됐다고나 할까. 정 사장의 처녀작은 99년에 출시된 택틱스 방식의 롤플레잉게임(SRPG) ‘미사이어’다.

그러나 정 사장을 포함한 팀원 전체가 SRPG 매니아였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난이도가 일반 게이머들이 플레이하기에는 약간 높아 상업적으로 실패하기에 이른다. ||“군대 제대한 후 게임만든다고 보름에 한번 집에 들어가기 일쑤였죠. 초기부터 부모님들이 반대를 무척 많이 하셨습니다. 미사이어를 만든 후 부모님들을 볼 면목이 좀 생기나 했는데 실패를 하고 만거죠. 저를 포함한 친구들이 모두 의욕만 앞섰던 거 같아요. 개발자들이 자기 기준으로 게임을 만드니 성공할 수가 없는 거죠.”

정 사장은 ‘미사이어’의 실패 후 큰 교훈을 얻게 된다. 게이머들의 눈 높이를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의 가마소프트를 있게 한 ‘제노에이지’는 ‘미사이어’를 변형시킨 게임이다.

그러나 ‘미사이어’의 난이도를 상당부분 낮추고 캐릭터 디자인도 중, 고생에 맞게 변형시켰다. 결과는 대 성공. 2000년도에 나온 ‘제노에이지’는 지금도 1만여장이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제노에이지’ 출시 이후가 진짜 고비였죠. 많이 판매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개발사에 돌아오는 몫은 거의 없었어요. 와레즈사이트를 통한 불법복제가 월 4만건에 이른 것도 컸죠. 결국 부모님들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을 벌렸습니다. 사무실을 흔쾌히 얻어주셨고 그덕에 지금의 가마소프트가 된 것 같아요.”||오는 6월 25일로 상용화 1주년을 맞는 가마소프트의 ‘릴’은 애초 패키지 게임으로 기획된 게임이었다. ‘제노에이지’이후 차기작을 준비하던 정 사장이 야심차게 기획한 게임이 바로 ‘릴’이다.

그러나 패키지게임에 대한 한계를 ‘제노에이지’를 통해 느꼈던 정 사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2D 패키지게임으로 만들던 ‘릴’을 3D 온라인게임으로 다시 제작한 것. 정 사장은 상당히 큰 모험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 사장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릴’은 패키지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타격감’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신고를 치뤘다. 초기 동시접속자수가 무려 3만 5천명에 달해 일찌감치 ‘뮤’를 대신할 차기작으로 손꼽혔다.

“초반 인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건 어떻게 보면 개발초기부터의 문제였습니다. 기획을 무리하게 바꿔 완성도에서 문제가 생겼고, 3사(NHN, 가마소프트, 미디어웹)의 공조체제에서 오는 경험부족이 계속 여세를 몰지 못했죠. 그러나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평가를 내리자면 ‘릴’은 성공한 게임입니다.”

정 사장은 가마소프트의 미래에 대해서도 ‘정반장’다운 모습을 보인다. 그가 꿈꾸는 가마소프트의 미래는 플랫폼이든 장르든 따지지 않고 게임을 만드는 전문개발사의 모습이다. 물론 여기에는 창조성이 포함돼 있다. 단순한 아류작을 양산만하는 것이 아닌, 창조적인 게임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대만의 예를 굳이 들지않더라도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노하우 축적이 안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10년이란 개발경력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가지고 있는 게 없다고 보는 것이 맞는 거 같아요. 게임을 만들고 망하고 다시 흩어져서 모이고 이게 그동안의 국내 개발사들의 모습이었죠. 개발자 출신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발자의 고충을 가장 잘 아는 그는 사내 개발자들에게도 몇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경영자로서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잠은 반드시 집에서 잘 것과 스케줄 관리는 프로의식을 가지고 철저히 할 것을 개발자들에게 주문한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쉴 수 있는 숙소도 인근의 마련해 관리하고 있다. 그의 개발 노하우가 잘 녹아있는 원칙이다.

“국내 개발자들도 몸관리를 해야합니다. 사무실에서 그냥 자는 버릇이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습니다.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 가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죠. 그것이 개발력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면 ‘홍길동’처럼 이일저일 가리지 않고 해내는 천하의 일꾼. 회사 사장은 물론 재무이사로, 또 필요하다면 그래픽 담당내지 개발자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정사장은 영락없는 ‘정반장’이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