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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화 「씨알스페이스」 사장

  • 지봉철
  • 입력 2004.01.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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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고는 이상한 우연으로 정 사장이 씨알스페이스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디오’에 대한 인기가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조사전문 기관 게임트릭스가 조사한 자료에선 지난해 11월과 12월 사이 게임이용시간이 무려 2배 이상이 증가했다. 10년 경력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치 입증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10년동안 게임 프로그램 개발, 홍보, 마케팅 등 게임업계에서 해보지 않은 것은 기자외에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씨알스페이스를 맡는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많이 됐죠. 여기서 무너지면 그동안의 모든 경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회사에 출근해보니 자신감이 점점 생겼습니다.”

정철화 사장이 씨알스페이스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개발팀 자체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개발팀이 안정적이고 개발환경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보와 마케팅도 성공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는 틀림없으나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모래위에 성을 쌓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씨알스페이스의 개발력은 코어유저들이 많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디오’는 2002년 연말 오픈베타서비스를 실시했으나 성과가 나오지 않아 게임을 다시 개발했다. 국내 게임시장에선 오픈베타서비스에서 승패가 갈린다. 오픈베타서비스가 시원치 않았다는 것은 게임이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디오’는 지난해 7월 재오픈에 성공했다. 현재 8천명 수준에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접속후 게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기타 다른 온라인 게임에 뒤지지 않는다. ‘디오’를 즐기는 매니아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올초엔 상용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겨울이 그래서 중요하다. 정 사장은 이번 겨울방학동안 동시접속자수를 2만명대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디오’의 사용자층을 살펴보면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가장 많습니다. 게임의 이름만을 보고 쫓아다니는 철새 게이머들이 아니라는 거죠. 겨울방학동안 충분히 동시접속자수를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디오’가 가진 한계를 지적한다. 국내에서 무협장르가 크게 성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장르의 한계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정 사장은 강력히 부정한다. 판타지장르나 무협장르나 게임에서 보여지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부 게임에서 어려운 무협용어들을 채택해 게이머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경우는 있으나 그것이 장르가 가지는 한계는 아니라고 정 사장은 보고 있다.

“개발력에서 승부가 가려진다면 할말이 없겠지만, 장르가 가지는 한계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선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론 게이머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디오’는 가급적이면 쉬운 용어들과 액션성을 많이 가미하고 있습니다.”

정 사장의 하루일과는 출근과 동시에 ‘디오’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유게시판을 체크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게이머들이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게임내에서 구현시킬 것인지를 매일 개발자들과 고민한다. 정 사장 또한 개발자로 게임업계의 첫발을 들여놓은 터라 누구보다 개발자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10년전과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쪽방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마구잡이로 게임을 개발하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개발환경은 확실히 좋아졌다. 반면 순수성은 많이 사라졌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그가 본 게임시장도 이런 맥락을 따라간다. ||“순수성이 많이 없어진거 같아요. 과거엔 열정만으로 게임을 개발했으나 확실히 지금은 아닌거 같습니다. 창작보다는 비지니스 관점으로 접근하는 개발사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비지니스 관점보다는 순수한 개발열정을 가진 회사가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웹젠이 대표적인 예죠.”

그래서 그는 국내 대형업체들의 퍼블리싱 방식에 불만이 많다. 게임을 창작품으로 본다면 국내업체의 퍼블리싱 방식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 퍼블리싱 업체들이 지극히 비지니스 관점으로 ‘좋다’, ‘나쁘다’란 가치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게임개발업체들도 여기에 맞춰 비지니스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뜰까’, ‘안뜰까’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게임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퍼블리싱 업체들의 역할”이라며 “중소게임 개발사들이 무너지면 결국 국내 게임시장이 공멸하게 된다”고 말한다.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지만 10년동안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다.

그중에서도 정 사장은 98년 IMF때가 가장 고통스럽다고 털어놓는다. 98년도만 해도 게임은 용산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IMF가 오자 용산유통시장이 도미노로 무너졌다. 정 사장이 근무했던 진영테크놀로지 게임사업부도 결국 문을 닫았다.

결혼식을 올리기 불과 한달을 남겨놓고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난 것이다. 정 사장은 결혼을 하자마자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심적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었던 시기다. 그래도 그는 게임을 사랑한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하게 해준 것도 게임이다. 게임외에는 생각해본적이 없다고 스스로 밝힐 정도다. 그런 그가 씨알스페이스와 ‘디오’를 선택했다. ‘디오’를 다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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