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황우빈]「재미인터랙티브」대표이사

  • 지봉철
  • 입력 2003.11.17 18:0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우빈 사장이 점쟁이를 찾은 것은 지난 달. 몇 년간 피땀흘려 만든 게임의 성공을 가늠할 중요한 기일을 잡기위해 점 집을 찾은 것이다.

재미인터랙티브에서 개발한 게임 ‘트라비아’의 오픈베타 서비스일의 택일을 위해 유명하다는 역술인을 직접 만났다.

이처럼 성공이라는 이름이 붙은 몇 안되는 게임들속에 ‘트라비아’의 이름을 하나 더 새겨넣기 위한 작업은 불안함 속에서 출발했다.

최첨단 IT 산업의 핵심산업으로 떠 오른 ‘게임’과 미신이라고 치부되는 ‘점’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확률로 모든 계산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컴퓨터’와 막연한 감에 의존하는 ‘점쟁이’도 서로 양극을 달린다.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그는 선택했다.

‘왜일까’ 무엇이 그에게 최첨단 산업의 종사자답지 않은 처신을 요구한 것일까.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게임 중에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순간인 오픈베타 테스트 날짜를 잡는 것도 일종의 ‘게임’이다. 확률도 좋고 미신도 좋다. 성공적인 ‘엔딩’을 보기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물론 게임의 법칙은 있다.||“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불안해요. 대장금에 나오는 수랏간 궁녀의 심정이죠.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임금님앞에 올려놓고 기다리는 심정이에요. 임금님께서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야 비로소 한 시름을 덜게 되는 그 마음과 똑같다고 보시면 좋으실 거에요.”

다행스럽게도 점쟁이가 택일한 날짜는 비교적 정확했다. 신생 게임업체 재미인터랙티브가 개발한 `트라비아’는 지난달 23일 CCR 게임포털을 통해 처음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3일만인 26일 오후 1시 동시접속자수 2만2000명을 기록했다.

현재도 2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중이다. ‘트라비아’의 시범 서비스 첫날 게시판에 올라온 사용자 평이 3000개를 넘어서는 등 ‘대박’ 조짐을 보였다.

“복채로 6만원을 냈어요. 지금 너무 잘 되고 있으니 주변에선 너무 조금 냈다고 농담을 던지지만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겠어요. 직원들과 저의 마음이 게이머들에게 전달이 된 거 같아요. 사실 오픈베타 서비스 이전에도 특별한 마케팅을 전개한 적이 없거든요. 그저 게이머들의 입소문만으로 여기까지 온 거에요.” ||재미인터랙티브는 2002년 7월 설립된 신생 개발사다. 황우빈 사장은 신영웅문으로 유명한 태울엔터테인먼트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처음 게임과 연을 맺었다.

게임개발사 직원에서 게임개발사 사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주변의 반대는 물론이고 처음 개발사를 차렸을땐 개발자를 구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고급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게임개발에선 특히 중요하다. 그는 게임개발사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자연스레 능력있는 개발자들을 보는 눈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사람을 보는 눈은 높아졌지만 신생회사다 보니 개발자들이 요구하는 연봉을 다 맞춰 줄 수는 없었다.

개발자들을 설득했다. 회사를 만들고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있는 개발자들을 만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전을 가지고 설득했다. 황 사장의 비전을 보고 무작정 따라온 개발자들이 지금은 무려 13명이다.

재미인터랙티브가 가진 최고의 재산이 바로 이들이다. 개발자들의 평균연령만도 30대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경력이 높다는 말이다. 특히 재미인터랙티브의 개발자들은 국내 유수의 온라인게임 개발사에서 개발작업에 참여했고 유료화과정을 한번씩은 다 거쳤던 베테랑들이다. 재미인터랙티브와 황 사장이 아니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과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다.

“직원들과 저는 인생을 서로 나눠 책임을 져야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저의 인생도 그렇지만 직원 13명의 인생도 재미인터랙티브에 달려있는 셈이죠. 처음 회사를 만들고 한달간은 서로의 비전을 공유했습니다. 서로의 비전을 알면 그만큼 유대감이 생기고 목적이 생기게 됩니다. 이 덕분에 다른 회사와 달리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 않고 지금껏 오고 있는 거 같습니다.”

게임 회사를 경영하면서 황 사장의 삶도 많이 달라졌다. 남의 밑에 있을때의 마음가짐과 남을 거느리고 있을때의 그것은 완전히 틀리다. 그의 삶이 틀려진 이유다. 직원들보다 먼저 출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퇴근도 가장 나중에 한다. 급여와 세무에 관련된 고민도 그의 몫이다. 직원들 한명, 한명을 관리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힘든 티를 내지 않는다. 사장이 흔들리면 직원들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초창기만 해도 어려웠거든요. 세무, 급여 관련 전화가 오면 일부러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어요.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기도 했지만 그건 제 일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오픈베타 테스트를 앞두곤 불안해서 잠도 잘 안오더라구요. 편히 회사나 다닐걸 하는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황 사장과 직원들의 이러한 노력은 게임의 성공으로 다가왔다. ‘트라비아’는 MMORPG의 재미 요소인 타격감·몰입감·속도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게이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3D MMORPG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장소와 캐릭터 별 사운드를 차별화한 것은 이 게임의 성공 포인트가 되고 있다. ||“트라비아는 눈만 즐거운 게임이 아니라 귀도 즐거운 게임입니다. 사막을 걸을때, 던전을 탐험할 때 나는 사운드가 다 틀리죠. 그래픽 활용 능력은 거의 비슷해졌어요. 차별이 안되죠. 그러나 사운드는 다릅니다. 아직 개발할 분야가 많거든요. 다행히 게이머들한테 이런 부분이 잘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신규사용자의 이탈이 적고 컨텐츠 흡입력이 좋은 것도 이 때문인 거 같아요.”

‘트라비아’는 하반기에 퀘스트 엔진을 삽입해 게임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PvP(Player vs Player)존의 설치와 각 액트별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몬스터를 대량으로 추가한다. PvP 존인 사투장 안에서는 누구나 PvP가 가능하며 PvP 이후 아이템 손실이나 경험시 손상은 없다. 단 PK의 경우는 레벨 20 이상인 캐릭터만 경험해 볼 수 있다.

‘도전장 시스템’ 등을 통해 길드 집단전이나 공성전도 가능하게 할 생각이다. 게이머들의 반응도 좋다. 2만 3천명대의 동접자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유료화 포인트인 동접 3만명을 곧 이룰 전망이다.

“어렵고 힘들때도 많아지만 창업 이후 지금껏 고생한 직원들에게 감사합니다. 재미 인터랙티브에서 함께 일한 것을 후회 하지 않도록 만들도록 할 생각입니다. 직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리고 사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사장이 되는 것이 지금의 소망입니다.”

편한 삶을 마다하고 게임업계에 뛰어든 그에게 게임개발은 인생의 또 다른 게임이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