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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디지털실크로드」대표이사

  • 소성렬
  • 입력 2003.09.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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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케이드게임이 사양 산업이라며 개발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케이드게임은 아직도 전세계 게임 산업의 4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시장은 방대합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마자 디지털실크로드 김동현(45) 사장이 기자에게 던진 첫 마디이다.

디지털실크로드, 업계에서는 생소한 개발사다. 그러나 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현 사장은 게임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람이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이야기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은 3D 액션 슈팅게임으로 제작된 ‘풀트리거’밖에 없다.

‘풀트리거’도 요즘 뜨고 있는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한물 간 사양산업으로 취급받고 있는 아케이드게임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이상하다. 개발한 제품이 유명한 것도 아니고 온라인게임으로 서비스되는 것도 아닌데 김동현 사장은 유명하다.||그가 문화관광부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옛 게임종합지원센터) 초대 원장을 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동현 사장이 유명해진 이유는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게임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는 지난 99년 1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게임산업개발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김 사장은 지난 91년부터 정부출연연구소에 재직하면서 과학기술처·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를 전전하며 게임산업을 국가에서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다. 당시만 해도 정부부처 중 게임에 관심을 둔 부처는 없었다.

그러나 김 사장의 이같은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는 게임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수립, 문화관광부를 통해 게임 산업 육성 방안을 수립토록 했다.

김동현 사장은 당시 정보통신부산하 전자통신연구원(ETRI) 컴퓨터소프트웨어기술연구소 휴먼컴퓨팅연구부 가상공간연구팀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부가 게임 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산업 발전 계획서를 작성, 문화부를 찾았다.

문화부는 김 사장의 계획서를 검토한 뒤 내친김에 그에게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되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그는 99년부터 게임산업개발원 원장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지금은 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가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춰질 정도로 경쟁적으로 게임산업을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어느 부처가 선뜻 우리가 주관부처가 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2년 남짓 산업개발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김 사장이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업은 국내 게임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는 또 국내에서 우수한 게임이 많이 개발되게 하기 위해서는 게임전문투자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산업개발원에서 운용중인 게임전문투자조합은 개발력은 있으나 영세한 업체를 대상으로 자금 지원을 해 주는 등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가 역점 사업으로 생각했던 분야는 또 있다. 통계청이 분류하는 표준산업 안에 게임 항목을 넣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게임은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 문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밖에도 그동안 규제산업으로 묶여있던 게임 산업을 육성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관련법이었던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관한법률(음비게법)의 전향적인 개정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음비게법이 다소 전향적으로 바뀐데에는 김 사장의 역할이 컸다.||게임이 산업으로 정착되기 까지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김 사장은 “요즘의 한국 게임산업을 보면 세계 게임시장과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화돼 세계시장의 주류인 아케이드게임과 콘솔게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에서 게임산업의 플랫폼별 분류를 아케이드게임·콘솔(가정용 비디오)게임·PC게임·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온라인게임은 엄밀히 분류하면 온라인화된 PC게임이라고 해야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콘솔게임이나 아케이드게임도 온라인으로 구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현재의 세계시장 점유율 5%를 조금 상회하는 온라인화된 PC게임이 온라인화된 콘솔게임이나 온라인화된 아케이드게임시장을 잠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PC게임이 콘솔게임이나 아케이드게임시장을 잠식하지 못했듯 온라인화된 PC게임이 여타 시장을 잠식하기에는 불리한 점이 너무나 많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산업개발원을 그만두고 설립한 디지털실크로드는 온라인게임 개발이 아닌 아케이드게임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이 세계시장에 수출된다고는 하나 중국·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이고 정작 메이저시장인 미국·일본·유럽에서는 그다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온라인화된 PC게임이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선진국의 사회 시스템은 그 나라 청소년들이 하루에 8시간 이상씩 한국에서 유행하는 온라인게임 같은 것을 즐기도록 용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게임산업을 국가에서 육성하는 상황에서 완화된 규제의 틀에서 만들어진 게임이 선진국의 게임 규제를 통과하기란 녹록치 않다.

김 사장은 “국내 업체들에 있어 유일한 희망이었던 중국조차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온라인게임을 규제하기 시작해 향후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동남아 진출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래 게임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비일상속으로 들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일상생활에 복귀하기 위해 만들어진 놀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서비스 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은 게임의 정의와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다.

일상생활을 버리고 게임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아이템 거래라는 사행적인 운영 때문에 수천만원의 현금이 오고가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부작용은 스트레스 해소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정부 관련 부처를 전전하며 게임을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어느 부처에 가서도 온라인게임을 지원해달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며 “세계 게임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콘솔게임과 아케이드게임 중심으로 국내 게임 시장이 재편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아케이드게임시장은 죽었다고까지 얘기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을 보면 여전히 콘솔게임과 45%씩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아케이드게임에는 체감형 게임기 등 여타 게임들이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온라인PC게임은 온라인콘솔게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체감형 아케이드게임은 다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 말은 PC방의 경우 대체상품에 의해 없어질 수 있어도 게임장은 절대로 없어질 수 없다는 말이된다.

김동현 사장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부터라도 온라인콘솔게임·온라인아케이드게임으로 주력 게임시장을 옮겨야 한다”며 “온라인콘솔게임의 경우 온라인게임 서비스 기술로 축적된 대용량 네트워크 서버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메이저 개발사들과 공동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케이드게임의 경우 세계 굴지의 CPU 개발사나 그래픽칩 개발사와 손잡고 독자적인 온라인아케이드게임 플랫폼을 개발, 이 같은 기술을 보유한다면 메이저 개발사들과 당당히 맞서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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