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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3D 누드 일러스트레이터

  • 지봉철
  • 입력 2003.09.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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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캐릭터 3D 모델링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프리랜서다.

레디안은 그가 ‘컴퓨터로 그린 3D 일러스트도 회화처럼 그림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처음으로 시도한 작품이다.

이씨는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자신이 3D일러스트레이터로 나가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

평소 관심있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우연히 주변에서 CG(컴퓨터그래픽)를 이용하면 제작비가 줄어든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3D그래픽을 배우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컴퓨터그래픽(CG) 세계에 끌렸고 이듬해 한국컴퓨터아트대전에서 게임 데모용 애니메이션 작품 ‘MIRROR’로 금상을 수상하며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을 만드는‘아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뜻이 맞는 사람들과 단편 전문 애니메이션 회사를 만들었다.

3D일러스트와 CG를 접하면서 이씨가 절감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의 부재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들이 고유의 특징을 살려 상품화되고 있지만 우리는 최근의 몇몇 플래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상품화된 것이 고작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이씨가 제작한 ‘레디안’은 캐릭터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레디안의 이름을 걸고 상품화된 분야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A3’내의 자체광고 모델을 시작으로 홈페이지 홍보대사, 레디안 주얼리 모델, OST 발매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영역이 확장돼 있다. 누드집은 이런 문화상품중의 한 영역이다.

그녀의 창작작업은 일반회화와는 다르게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모델의 이미지를 구상하고 종이에 스케치를 한다. 그리고 캐릭터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옷을 디자인한다. 원화작업은 느낌만 한다. 원화에 시간을 뺏기면 생각난 영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후부터 본격적인 컴퓨터 작업이 시작된다. 누드는 더욱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 캐릭터는 악세사리로 캐릭터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지만 누드는 오로지 ‘몸’으로만 캐릭터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다음으로 해야할 것이 느낌을 컴퓨터를 이용해 모니터로 옮기는 작업이다. 작은 점으로 이루어진 도트들을 매핑작업을 거쳐 몸의 굴곡과 표면을 만들어낸다. 이어 모델의 몸 속에 뼈대를 심고 랜더링과 일러스트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3D일러스트 캐릭터는 빠르면 한달, 보통 두달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레디안의 성공은 또 다른 고민을 만들었다. 새로운 게임의 출시를 앞둔 게임업체간에 캐릭터를 디자인하면서 ‘레디안 만큼’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어 자칫 3D일러스트의 의미를 잃은 저질 캐릭터들이 난무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컴퓨터로 그린 3D일러스트도 여늬 회화처럼 그림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레디안’을 만들었어요. 지금의 이런 반응을 보면 일단 절반은 성공한 것 같아서 안심이에요.”

최근엔 게임개발에도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기회가 되면 게임개발사에도 일을 하고 싶다는 그다. ||||■ 레디안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이미지인가.
≫‘레디안’이라는 여성 히로인 캐릭터의 디자인은 액토즈와의 회의를 통해 컨셉에 맞게 제작됐습니다. 액토즈는 제게 청순하지만 강인하고 섹시한 다소 복잡하고 애매한 설정을 제시했습니다.

■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됐을텐데 레디안을 만드는데 걸린 작업시간은 어느정돈가.
≫ 레디안은 청순함과 섹시함이 함께 드러나야 했어요. 그런데 그림 한 장에서 두가지를 한꺼번에 표현하기가 힘들었죠. 고민 끝에 레디안을 ‘배우’라고 생각했죠. 일단 얼굴은 청순한 느낌이 들게 그리고, 포즈나 표정을 통해서 섹시함을 표현한 거죠. 한달 정도 걸렸어요.”

■ 공개된 사진중에는 누드그림도 상당히 포함돼 있는데요. 신경쓰이진 않았나.
≫ 처음에는 그냥 예쁜 여자 캐릭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회의에서 나오는 단어들이 심상치 않았어요. ‘성인용’, ‘누드’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죠. 이제까지 해왔던 일의 범위에서 성인들은 항상 제외되었던 게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그 회의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흥미와 매력을 갖게 됐죠. 그리고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고 과감히 틀을 깨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레디안 누드의 초점은.
≫ 사실 3D로 누드를 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3D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텍스쳐와 장신구의 자율성이며, 그것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룰 때 3D 속의 인물은 빛이 나곤 하는데요. 하지만 누드에는 오로지 ‘몸’만이 있습니다. 몸 하나로 화려한 옷을 대신할 감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잘된 모델링과 조명 이외에, 또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 실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누드 작업에 힘든 점이 많을 거 같다. 어디서 힌트를 얻었나.
≫ 게임캐릭터는 과장되어진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날씬하거나 풍만한 몸매를 표현해야 합니다. 실제 누드모델을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다양한 자료로 간접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누드사진을 담은 사이트도 자주 방문하고 힌트를 얻죠.

■ 최근 연예인들의 누드사진 열풍이 불고 있는데 레디안과 가장 비슷한 몸매를 가진 연예인이 있나.
≫ 레디안의 얼굴은 이자벨아자니의 모습을 많이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레디안의 몸매와 비슷한 연예인을 꼽으라면 아마도 하리수씨 정도.

■ 누드집에 대해서 상업성이 짙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 예술도 상업과 공유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몇몇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보면서 즐기는 ‘우리들만의 파티’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 레디안의 성공이후 게임캐릭터가 선정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선정적인 게임캐릭터가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게임내의 캐릭터를 좀더 야하고 폭력적으로 묘사할 수 있지만 그 게임의 정착과 같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해요. 그래서 레디안도 적정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웠고요.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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