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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상]「모바인」 대표이사

  • 이복현
  • 입력 2003.04.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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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을 만난 날은 유난히 쾌청한 봄날이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날이었다. 성동구 성수동에 거처를 마련한 모바인은 여러 벤처들이 모여있는 곳에 입주해 있다.

사무실 입구로 들어서자 마자 김 사장이 양치질을 하며 밖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어~, 일찍 오셨네요. 죄송합니다. 잠시만 안에서 기다려 주세요.” 김 사장은 요즘 개발 중인 게임프로젝트로 인해 집에 거의 못 들어간다.

사실 지난주에는 6일 동안 사무실에서 게임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점검하느라, 외부 손님들을 만나느라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제도 ‘직원들과 회식을 하느라고’ 또 사무실에서 하루해를 맞았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는 김 사장이다.

“집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지난주에는 1주일 1번 들어갔어요.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사업을 마음놓고 할 수 있는 건 아내 때문입니다. 아내에게 ‘조그만 기다려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김 사장은 원래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사장이 되고 싶었단다. 벌써 사업을 시작한 지는 7년차다. 예전 한보철강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하지만 성격이 워낙 쾌활하다보니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답답하게만 여겨졌다.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분야는 컴퓨터 하드웨어 사업. 1997년 10월경 ‘컴도령’ 설립을 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쇼핑몰을 운영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사업만으로는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비전을 찾기 시작하면서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각종 언론 등을 통해 유망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온라인’ 사업이었다.

당시 무선통신의 총아로 불리는 ‘브루투스’ 이야기를 들었고 관련 서적을 직접 구입해 공부했다. 처음 웹 페이지에 자신이 직접 공부한 내용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짰고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하는 것에 놀랐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김 사장은 1년 동안 ‘다이어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런칭이 너무 힘들었다. 이 기간에 게임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접하고 게임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온라인분야의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는 확실한 유료화모델이 없었다는 점이 사업의 걸림돌이 됐습니다. 그러던 중 게임을 알게 됐습니다. 모바일게임분야로 진출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모바인’은 이렇게 탄생됐다. 2001년 10월경 ‘모바인’으로 법인전환을 한 후 초기에는 주로 외주제작을 위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외주제작은 한계가 있었다. 그럭저럭 사업을 운영하는데는 큰 무리는 없었지만 독자적인 타이틀이 없는 한 ‘모바인’은 단순히 하청업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게임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모바인의 첫 단독게임인 ‘쿵쿵따’가 그것이다. 순수창작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모바일게임 자체가 가지는 한계로 인해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것을 선택했다. 아직 이름도 없는 신생개발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한계이자 엄연히 존재하는 시장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김 사장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쿵쿵따’는 출시되자마자 당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현재에도 ‘쿵쿵따’는 모바일게임유저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모바인은 ‘출발드림팀’, ‘영구네 오락실’ 등 잇따라 주목받는 모바일게임을 출시하면서 모바일게임 업계에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한해 모바인은 신생업체 임에도 불구하고 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약 30억원. “현재 약 5억정도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사장의 확신에 찬 대답이다. ||사실 김 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시기가 대부분이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거의 5년 동안 사무실에서 주식이 주로 ‘컵라면’이었다. 연말이나 신년을 집에서 보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무실에서 보냈다. 수익 창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집에 월급도 제대로 갖다 주지 못했다. 직원들에게는 1년에 30만원정도 밖에 주지 못했다.

이같이 회사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 사장은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바로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한 회사의 경영자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회사와 직원이 하나가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영자는 회사가 힘들어질 때 남아줄 수 있는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김 사장은 이처럼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사장이 30만원을 가지고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함께 했던 직원들이 아직도 모바인에 그대로 있다.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할 때 마음이 울컥거렸습니다. 이제는 직원들을 배부르게 하는 악덕 업주가 되고 싶습니다.” 김 사장이 생각하는 직원들에 대한 마음이다.||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기존 모바일게임 업체들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넥슨, CCR 등 국내 굴지의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각각 모바일게임 시장에 이미 뛰어들었다. 여기에 삼성전자, 코코캡콤, 반다이코리아 역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탈환에 나서기 위해 가세하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모바인은 올해 기업을 튼실히 키우는 작업을 통해 질 좋은 컨텐츠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로 도전하는 업체들과 맞선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혼신을 기울여 재미있는 컨텐츠, 질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좋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대와 시기에 맞는 적절한 컨텐츠를 개발하고 또 해외수출 역시 천천히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고 말했다.

모바인은 올해 ‘미르의 전설’, ‘핑키펑키’를 비롯해 ‘비의 비틀댄스’, ‘원더풀데이즈’, ‘하리수고스톱’, ‘오인용1·2’ 등 게임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올 해 총 20∼30여개의 모바일게임을 각 통신사에 서비스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모바인은 게임을 위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오인용’ 애니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는데 향후 캐릭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 등 머천다이징 사업을 실시할 것입니다.” 김 사장이 세우고 있는 모바인의 올해 사업 목표다.

김 사장은 “‘이런 게임(모바일게임)을 1,500원씩이나 주다니’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이런 게임을 1,500원에 즐길 수 있다니’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유저들이 해보고 싶은 모바일게임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 좋아하는 게임은?
≫ ‘스타크래프트’를 가장 즐겨합니다. 아직까지 가끔 사내에서 ‘스타크래프트’ 네트워크 대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철권’ 같은 액션장르도 좋아합니다.

■ 모바일게임의 해외수출이 많은데?
≫ 올해 중국 등 게임 수출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급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해외진출을 타진할 것이며 국내와 마찬가지로 중국 내에서 인기있는 컨텐츠를 바탕으로 하는 게임을 런칭하도록 할 것입니다.

■ 모바일게임시장에 신규로 진출하려는 업체에게 조언을 한다면?
≫ 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온라인게임업체를 비롯해 굴지의 삼성전자, 반다이 등도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일단 사업을 시작했다면 순수창작게임보다는 라이센싱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익’도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여겨집니다.

■ 올해 모바인의 목표는?
≫ 기본 모바인이 해왔던 것처럼 다른 인기있는 컨텐츠 등 라이센스 게임을 지속적으로 런칭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모바인’이라는 인지도를 키우는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모바일에서도 대작을 만들 예정입니다.

■ 유저들에게 한마디 하면?
≫ 아직까지 모바일게임은 아이들의 푼돈을 취하면서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물론 모바일게임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보다 재미있는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좋은 게임 개발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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