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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랑] "좋아하는 연예인은 하리수와 고소영···갈비와 찜닭은 최고음식"

  • 김수연
  • 입력 2003.01.2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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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랑(22)이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4살 때부터다. 형과 함께 ‘동키콩(donkong)’이라는 게임을 아주 재미있게 즐겼던 기억이 있다. 또한 최초의 3D RTS게임으로 97년 발매된 ‘토털 어나힐레이션(total annihilation)’을 좋아하던 그는 ‘스타’가 출시됐을 때 ‘토털 어나힐레이션’과 비슷해 자연스럽게 ‘스타’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베르트랑이 아주 어렸을 땐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같은 멋진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다. 유난히 동물을 좋아해 한때 동물병원 수의사를 꿈꾸기도 했다. “아직도 어머니는 아주 큰 개를 기르고 계세요. 가끔 외로울 땐 동물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혼자 키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고양이가 제격인 것 같아요.”

베르트랑은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착하고 온순한 ‘막둥이’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자라면서 차츰차츰 은발에 초록빛의 눈으로 변했다는 그는 내성적이지만 가끔씩 엉뚱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재주도 갖고 있다. 싫어도 싫다는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순둥이로 ‘귀엽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정작 본인은 쑥스러워 한다. ||베르트랑은 프랑스 파리에서 아주 가까운 ‘낭시(Nancy)’라는 곳에서 나고 자랐다. 베르트랑은 ‘낭시’에서 어머니, 이란성 쌍둥이인 형, 누나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그가 18살 때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의 죽음은 그의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다. 하지만 간호사로 일하시는 어머니는 아버지 몫까지 삼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성장시키셨다.

“형과 누나는 이란성 쌍둥이로 프랑스에 있는 명문대를 졸업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어요. 누나는 결혼해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형은 핵관련 부서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베르트랑 역시 성적이 우수한 ‘범생이’였다. 적어도 그의 나이 열일곱 살 때까지는 말이다. ‘화학’을 가장 잘했고 대학에 진학해서 ‘화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는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스타’에 빠져버렸다.

“워낙 게임을 좋아했고 각종 게임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남들보다 게임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됐죠. 당시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들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으니까요.”

베르트랑은 게임을 시작하면서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의 재능을 인정하시고 이해해 주신 분도 바로 어머니였다. 베르트랑은 2001년 제주 KBK 대회 때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제주도에서는 거의 경기장과 공항만 오고가는 신세였지만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곳곳에 솟아있는 오름이 인상적인 멋진 섬 도시로 기억하고 있다.

“큰 대회에 참가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한국 행이었어요. 기회가 되면 다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속속들이 느껴보고 싶어요.”

2001년 12월 WCG 대회에 참가해 2위를 차지한 베르트랑은 대회가 끝난 후에도 계속 한국에 머물렀다. 정식으로 한국에서의 프로게이머 활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KBK 대회 때 제주도에서 지금의 매니저인 대니어를 처음 만났어요. 당시 대니어는 기욤의 매니저로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은 외국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인물이었는데 그래서 대니어에게 ‘나의 매니저가 되어달라’고 부탁했죠.”||랜덤유저였던 베르트랑은 세심한 콘트롤이 요구되는 ‘테란’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됐고 결국 ‘확장 테란’를 구사하는 테란 유저가 됐다. 한국에서만큼은 실력 있는 랜덤유저로 거듭나려 했건만 ‘스타’ 이외에 ‘워3’ 등 다른 게임들도 병행하다보니 그 마저도 쉽지 않은 모험이었다.

계임계에서는 그의 플레이를 일컬어 ‘처절 테란’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닉네임에 대해 불만이 많다. 자신을 극구 ‘아트 테란’이라며 부득부득 우기는 그의 모습이 귀엽기만 한데… 베르트랑은 배틀넷 상에서 자신이 이기면 상대에게 농담 섞인 한 마디를 던진다. “You Gosu, but me Art!”

“제발 ‘처절테란’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아트테란 이라면 최고를 말하는 것이고 최고의 게이머가 되고 싶은 제 의지가 담긴 닉네임이죠. 아무도 제게 ‘아트테란’이라고 안 불러주니까 저 혼자 ‘아트테란’이라고 부르고 있잖아요.”

베르트랑의 트레이드마크는 오렌지 빛 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다.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붉은빛이 감도는 오렌지 빛의 머리 색깔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한국 팬들은 그를 ‘프랑스 오렌지’라 불렀다. 요즘 머리색은 본래의 은발을 되찾았지만 경기장에서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베르트랑은 유럽에서 열린 대회 때 집에 있던 선글라스를 끼고 출전했다가 우승을 했다. 그 이후론 선글라스를 행운의 마스코트로 여겨왔다고.

하지만 그의 선그라스 착용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은 바로 매니저인 대니어다. 베르트랑은 표정이 너무 리얼해 전혀 관리가 안되기 때문에 경기 땐 꼭 선글라스를 껴야한다는 것. 그의 개성있는 모습에 열광하는 팬들도 많다. 언젠가 대회장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가 그를 알아 본 학생부대에 둘러 쌓여서 겨우 탈출(?)한 기억도 있다.

“참, ‘경향게임스’를 통해 경기 때마다 찾아와서 응원해주고 카페활동도 참 열심히 해주는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경기 전에 팬들이 전해주는 캔커피와 쵸코 우유는 작은 선물이지만 제겐 아주 큰 힘이 돼요. 너무 감사합니다!”||한국에서 생활하는데 있어 같은 팀원들과 매니저 대니어가 가장 힘이 된다는 베르트랑은 요즘 숙소생활에 푹 빠져서 산다. 밖에도 잘 나가지 않고 기욤, 조정현과 뒹굴며 TV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다. 베르트랑의 하루 연습량은 12시간정도. 눈뜨고 나서 밥 먹고 화장실 가고 TV보는 일 이외에는 오로지 게임만 한다.

그나마 일주일에 몇 번 만나던 여자친구마저 ‘싱가폴’로 돌아가 이젠 외출할 일이 거의 없어졌다. “전 ‘애인’이고 싶은데 여자친구는 그저 ‘친구’로만 지내길 원하거든요. 그리곤 싱가폴로 다시 가버렸어요.”

베르트랑은 싱가폴 교포인 그녀를 무도회장에서 만났다. ‘부킹’을 통해 만난 그녀는 영어 실력이 뛰어나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외모도 출중했다. 연습 때문에 바빠 자주 만날 수 없었지만 가끔 영화도 함께 보고 그녀의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며 데이트했다.

그리고 싱가폴로 날아가 버렸다. 베르트랑의 여성 취향을 살펴보면 우선, 예쁜 여자는 다 좋아한다. 연예인 중에서는 하리수와 고소영을 좋아한다. 정작 한국에서는 여자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는 베르트랑. 그저 좋은 친구 정도로 지내는 여자친구는 많지만 특별한 감정으로 만나는 이성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베르트랑의 주량은 어느 정도일까? “기욤, 정현(조정현), 매니저와 소속사 아이벤처컴 직원들과 포천에 놀러 가서 이동갈비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는데 기욤, 정현과 술먹기 시합을 벌였던 적이 있어요. 매니저 말로는 제가 제일 먼저 쓰러져서 정현이가 끌고 갔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어요. 정현이나 기욤보다 제가 술이 더 세거든요.”

베르트랑은 보기완 다르게(?) 술이 약한데 정작 본인은 그런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다. 한국 게이머들과는 의사소통에 있어 어려움을 느낄 만도 한데 그는 숙소생활을 함께 하는 ‘드림팀’의 기욤, 빅터그로센, 조정현 외에도 최인규, 한웅렬 등의 프로게이머들과도 아주 친하다. ‘게임’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게이머들끼린 뭔가 통하는 게 있는가 보다.

베르트랑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TV나 영화관람, 그리고 매니저가 가르쳐준 ‘숨쉬기 운동’이다. “기욤과 정현이 같이 살고 있어 한시도 외롭지 않아요. 대니어는 내가 한국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질적,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어주고 있어요.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저의 한국생활이 많이 고달팠을 겁니다.”||베르트랑의 한국어 실력은 1급으로 거의 모든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다.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워 온 기욤은 4급이며, 6급이 가장 높은 단계. 베르트랑도 초반에는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지금은 중단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어디를 가든지 언어소통이 문제다.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야 할 정도란다.

서툰 한국어 실력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도 많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기욤만큼 한국말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회장에서 스크린을 보면서 친절하게 게임진행상황을 설명해 주기도 하는 등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전 무슨 얘길 하는지 전혀 못 알아듣는데 상대방은 한참을 얘기해요. 영어 단어가 하나라도 나오면 어림짐작으로 때려 맞추기라도 할텐데... 결국 한국말로 신나게 얘기하는 사람도 지쳐 ‘헥~헥~’거리고 저도 뭔가 알아들으려고 머리에서 쥐어짜다가 땀 범벅이 되어 버리죠.”

베르트랑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찜닭’과 ‘갈비’다. 달콤한 고기 맛이 일품이라고. 하지만 오징어를 포함한 해물류는 “오! 노”
베르트랑에게 한국문화는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매니저 대니어에게 하나하나 배우고 있는데 우선 형과 누나같은 호칭이 난해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는 일도 어려워요.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잘 안가 아직도 헷갈리구요.”

그러나 베르트랑은 한국에서의 생활이 마냥 행복하다. “워3리그에서 준우승하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올해는 꼭 우승해서 다시 부산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해변가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신나게 놀고 싶어요!”||▪ 소 속 : (주)아이벤처컴
▪ 게임 ID : iventure-ElkY
▪ 주 종족 : SC-Terran W3-Night Elf
▪ E-mail : mxd@korea.com
▪ 생년월일 : 1981년 2월 8일
▪ 혈액형 : O 형 (RH+)
▪ 별자리 : 물병자리
▪ 취 미 : 핸드폰으로 테트리스하기

사진=유영민기자|you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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