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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주년 특별기획 Connecting People 2> 최고령 유저를 찾아라! ①

  • 유양희 press@khplus.kr
  • 입력 2004.11.29 18:58
  • 수정 2012.11.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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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저 정보
+ 나이 : 62세
+ 캐릭터명 : 아다
+ 활동서버 : 14 아수 서버
+ 레벨 : 37레벨

‘RF 온라인’유저 유춘규 씨(인천)의 짱짱한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직접 즐기고 있는 ‘RF’는 물론, 온라인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그의 입에서 청산유수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유 씨의 ‘청산유수’는 쓰기 그지없다. “지금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들은 말짱 꽝이여, 새로운 걸 하고 싶은데 몽창 다 쓰레기들뿐이라고.”

그의 눈빛이 사뭇 매섭다. 그가 게임을 즐겨온 지는 대략 7년 가량, 아들의 게임을 ‘돕기 시작한 데서’부터 연을 맺었다. 아들이 없는 사이, 대신 사냥을 하고 전투를 즐기던 것이 계기다. 그래픽 분야에 흥미를 느끼던 시기라, 더욱 게임 세계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의 캐릭터로 몰래 게임을 즐기다, 숨기기에는 더 이상 한계를 느끼게 됐고 ‘난 누구의 애비’라고 공개하면서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7년여라는 시간 동안 무수한 온라인 게임을 즐겼고, 모 게임에서는 지존의 자리에까지 올랐을 만큼 순수 실력파 유저다. 지금도 하루 10시간 가량은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애정이 깊을수록 기대가 크다고 할까. 그가 느끼는 게임에 대한 갈증은 더욱 크다.

“초기 게임의 등장이야 신선했지만, 국내에 게임운영을 제대로 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고 침을 튀기며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실시하는 이벤트나 공성전이 공정성을 잃고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는 ‘RF 온라인’역시 그의 깐깐한 눈에는 모자랄 수밖에 없다. “게임들을 알려면, 그 게임의 게시판 돌아가는 소리부터 들어보면 안다”고 말하는 유 씨.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그 게임의 단점은 일정 시간이 지난후에 냉정하게 볼 수 있다는 나름의 룰도 지니고 있다.

‘RF’역시 그의 날카로운 레이다에 마땅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연구하는 단계라고. 그는 직접 능동적으로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게임을 찾아 나서는, 말 그대로 ‘열혈유저’다. 냉철한 눈으로 게임을 비판하지만, 그만큼 알고 즐겨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현모에 참가해본 경험도 있다. “물론 어색했지, 왜 안 그랬겠어. 하지만 현모에서 중요한 건 게임과 게임 실력일 뿐이야. 어깨에 힘 좀 주고 들어왔지”라며 걸쭉한 웃음을 짓는다. 그는 이어 “물론 나이가 많아서, 조작이 좀 느려. 이 나이에 순발력이 젊은애들 만 한가. 그래도 내 그간 게임 연륜은 못 당하지”라며 당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가 바라는 것은 국내 온라인 게임이 좀 더 성숙한 운영으로 높은 게임성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바라는 것은 ‘새로운 게임’이 등장했으면 하는 것. 어지간한 게임은 다 접해본 고수에게 걸맞는 바람이 아닐까.

||■ 유저 정보
+ 나이 : 54세
+ 캐릭터명 : ‘야망의 검’
+ 활동서버 : 콴 서버
+ 직업&레벨 : 전사 61레벨

‘A3’ 콴 서버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열혈유저 김경태 씨(경북 문경시). 전사 61레벨인 그는 콴 서버에서 ‘야망의 검’이란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고레벨 자인 그를 보기 위해 게임 중 구경인파가 몰리는 장면도 종종 벌어지는 진풍경. 하지만 그런 그가 쉰을 넘긴 중년의 지긋한 ‘아버님뻘’이라는 건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다. 프러미스 길드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신 4050 유저’인 셈이다.

“길드활동을 처음 같이 할때 호칭을 제일 거북스러워하더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김 씨. 오빠·형·아저씨·삼촌부터 심지어 ‘아빠’ 등 그에 대한 호칭은 ‘총천연색’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호칭은 형과 삼촌이라며 김 씨는 내심 쑥스러워 한다.

그가 ‘A3’를 접해온 지는 2년, 이전에는 ‘리니지’를 5년 가량 즐겼다. 그가 PC방 사업에 뛰어든 지 6년여, 사업을 시작하기 전 게임을 배우며 사업준비에 들어갔던 것이 계기다. 순수한 ‘영업적’ 차원에서 온라인 게임을 접했던 것. 하지만 점차 온라인 게임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해, 현재는 게임의 장·단점을 훤히 꿰뚫는 ‘준전문가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A3’의 현재 생명력은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라며 “하지만 앞으로는 게임성에서 성숙해져야 할 숙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따끔한 지적을 한다.

“최대의 노력으로 최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온라인 게임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하는 김 사장. ‘A3’ 상의 시스템과 이벤트의 균형을 가열차게 지적하는 그의 말 속에는 게임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초기 영업적 차원에서 게임을 접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가지 중요한 계기가 또 하나 숨어있다. 그 당시가 김 사장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점이다.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났고, 아내와도 헤어지게 되던 시기였죠. 매일 위안은 술밖에 없던 때였다”며 김 사장은 한숨과 함께 과거를 회상했다. 8년 전 그는 ‘좌절’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그래도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준비한 것이 PC방 사업이었던 것이다.

2년여간 사업을 준비하며 온라인 게임으로 세상 시름을 잊고, 새 인생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게임 상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겐 큰 위안이 됐던 셈이다. 그는 “동창회나 계모임 같은 아련한 설렘과 추억이 되살아난다”며 오프라인 모임에서의 감회를 털어놨다. 온라인 상에서 김 씨의 실제 나이를 들은 다른 길드 회원들이 그의 PC방에 직접 확인 차 놀러오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타 길드의 비슷한 또래의 유저들과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고등학생·파릇파릇한 20대가 판을 치는 온라인 게임에서 그가 느끼는 세대차이는 없을까? 김 사장은 “세대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내가 맞춘다”며 “아니면 게임을 못한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김 사장은 남들보다도 세대차이를 ‘즐겁게’ 줄이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젊은 웃음이 이를 대신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A3’를 즐기는 유저들은 이제 진정한 골수팬들”이라며 “운영진과 개발진이 더욱 분발해주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 유저 정보
+ 나이 : 52세
+ 캐릭터명 : 들풀이야기
+ 활동서버 : 로즈마리
+ 직업&레벨 : 아쳐

“장모님 프리스톤테일 한판 하시죠?” 일반 가정에선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전 광희(52·강릉)씨 집은 예외다. 두 사위와 딸 그리고 손녀, 전 씨까지 모두 5명의 가족이 ‘프리스톤 테일(이하 프리스톤)’을 즐기고 있다. 그것도 아주 ‘광팬‘ 수준이다. 이것만 가지고 좀 과하게 표현한다면 어쩜 ‘프리스톤 페인가족’이라 불려야 할 지도 모르겠다.

전 씨가 이 게임을 즐기게 된 동기도 역시 가족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한 때 다른 유명 온라인 게임을 한 적이 있었지만, 전 씨에겐 너무 어려웠고 자연스레 자주 하지 못했다. 또 쉽게 실증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일수록 그녀는 ‘세대차이’를 절감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때 등장한 귀염둥이 막내 사위가 은근슬쩍 “프리스톤테일 한판 하시죠?”란 말은 던졌고, 이를 계기로 전 씨에게도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가끔 컴퓨터를 켜고 게임에 접속하는 수준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 전 씨는 밤이면 밤마다 ‘프리스톤’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녀는 “우리 사위들은 효도를 하는데 아주 독특한 방법을 쓴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씨는 “(사위들은) 나에게 다른 어떤 선물보다 계정 사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면서 색다른 그녀 가족만의 효도방법을 자랑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 씨가 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녀는 “다른 게임에 비해 쉽고 단순한 점이 편하게 게임을 즐기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가 ‘프리스톤’을 밤새가며 하는 또다른 이유는 길드원들의 친절함 때문이다. 그녀와 함께 하는 길드 친구들은 장비나 치료가 필요할 때 도움주기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서로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전하기도 한다. 이런 점들이 ‘프리스톤’의 매력이라고 그녀는 전했다.

그렇게 게임의 세계로 빠져든 지 9개월 째. 현재 그녀는 로즈마리 서버에서 ‘들풀이야기’라는 아쳐 캐릭터로 활동하고 있다. 전 씨의 나이를 알게된 같은 길드 사람들은 더 호기심을 갖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이 때 사람들은 그녀를 다양한 호칭으로 불러 ‘모신다’. 보통 20∼30대들에게는 ‘어머니’란 호칭으로 불린다. 또 연령층에 따라 ‘이모님’이나 ‘누님’ 혹은 ‘공주님’으로까지 불린다.

하지만 그녀의 직업을 아는 유저는 극히 드물다. 전 씨는 7년 전부터 무속인으로 일하고 있다. 21세기 놀이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게임과 무속은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에 대해 전 씨는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 모두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고 재미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독특한 직업·적지 않은 나이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그녀는 누구보다 알고 있다. 젊게 살아가기 그리고 젊은이들과 대화하기,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해법이다. 아직도 소녀처럼 웃음 지으며 ‘프리스톤’을 즐기는 그녀의 모습이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 유저 정보
+ 나이 : 53세
+ 캐릭터명 : 마(배)검
+ 활동서버 : 라무 서버
+ 직업&레벨 : 마검사 399-9줄 레벨

‘뮤’의 최고령 유저 백익현(경남 거제도) 씨의 집에서는 가끔 진풍경이 벌어진다. 컴퓨터가 네 대에 각각 백 씨와 아내·남매가 나란히 게임에 접속해 이리저리 맵을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게임을 한 뒤로는 병원 출입을 끊었다”고 자신하는 백 씨는 2년 6개월 가량 ‘뮤’를 즐겨 왔다.

백 씨는 이전까지만 해도 심장이 약해 일년에 두 세 번은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처음에는 ‘나이든 남편’이 게임을 한다고 부인 역시 이맛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건강을 회복해 가는 모습에 오히려 요즘은 그의 플레이를 환영할 정도다. 부인 역시 ‘털보부인’이란 캐릭터로 370의 레벨에 달할 만큼, 이젠 게임 상에서도 늘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됐다. 부부금슬이 더 좋아졌다는 것 역시 당연한 사실이다.

이런 그의 건강회복의 비결이 과연 게임일까? 그는 “무엇보다 어딘가 몰두해 스트레스를 풀고, 술을 줄였기 때문인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즐거운 마음이 건강한 몸을 만든다는 것이 백 씨의 신조다.

이순의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게임을 즐긴 계기는 가게 직원을 통해서였다. 당시 호프집을 운영하던 관계로 늘 늦은 퇴근을 했던 백씨. 직원들이 퇴근 후 늘 게임방에 향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우연히 그 자리에 동참하게 되면서 ‘뮤’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 것이다. “내 나이에 이렇게 전국 방방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단 사실 자체로도 당시로서는 충격적이고, 또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고 설명하는 백 씨.

무엇보다 여행이 취미인 그이기에 서울·부산·경기도 등등 전국을 방문 때마다 게임 내의 유저들을 직접 만나는 재미가 가장 크다. 경치 좋은 거제도 백 씨의 집으로 타지방 유저들이 방문하는 일도 종종 있다. 함께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 온라인 상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서버로의 여행을 즐기고, 오프라인으로는 유저들을 만나는 여행을 즐기는 셈이다.

“‘뮤’가 처음 접한 게임이고, 앞으로도 다른 게임을 하려면은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백 씨. 사람을 만나고 온·오프라인 여행을 즐기는 그의 노년이 더욱 풍요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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