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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나비야 인터테인먼트 사장

  • 지봉철
  • 입력 2002.09.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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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만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게임의 소재는 다양한데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 게임들은 없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성 게이머들도 최근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데도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분위기거든요. 이번 기회에 이런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극복하고 싶습니다.”
회사명 ‘나비야 인터테인먼트’는 그녀의 이런 포부가 잘 드러나 있다. 생각 안하고 편하게 들으면 그저 그런 부르기 편한 회사명이지만, 속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회사명에서도 그녀의 이미지가 많이 투영된다. ||“우선 부르기 쉬운 이름을 생각했어요. 우선 부르기 쉽도록 받침이 없는 단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능하면 우리말이었으면 했고요.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패션 게임 ‘코코룩’의 이미지도 많이 담겨져 있으면 했는데, 마침 ‘나비’가 생각나더라구요.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의 이미지가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나비를 부른다는 의미에서 ‘나비야’로 회사명을 결정했습니다.”
회사명 뒤에 붙은 인터테인먼트는 그녀가 만들어낸 합성어다. 보통 엔터테인먼트라고 많이 쓰는 것이 관례지만, 그녀는 평소 신조인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인터넷에서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의미인 ‘인터테인먼트’라는 단어를 창조해냈다.
그녀는 서울에서 출생하고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오래된 서울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서울사투리도 잘 사용한다. 그녀가 학창시절 내내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음악과 문학. 음악과 문학을 좋아했던 그녀는 인하대학교 항공운항과를 졸업했다.
그녀의 부드러움은 학창시절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베인 것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 생각해도 가슴 설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녀는 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인 스튜어디스를 과감히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행운이 많이 따랐지요. 항공운항과를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졸업이 가까워올수록 남들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하고 싶었어요. 달리 말하면 창조를 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스튜어디스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리 평범한 직업은 아니지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포기하게 됐습니다.” 스튜어디스를 포기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방송작가. 대학을 졸업하고 25세 되던 해부터 그녀는 KBS를 비롯한 여러 라디오 방송국에서 구성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관심분야였던 음악과 문학이라는 두 장르가 잘 어우려져 있던 직업이었다. 듣고 싶은 음악과 쓰고 싶던 글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썼기 때문에 지금도 가장 재밌 있게 지내던 때라고 그녀는 기억한다.
구성작가시절에도 그녀의 튀는 글은 항상 화제를 몰고 다녔다. 방송위원회에서 받은 경고만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루는 라디오 방송이 끝나니까 바로 전화가 왔어요. 모든 방송은 방송위원회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거든요. 거기서 전화가 온 거죠. 야구경기 결과를 제가 잘못 적어 놓은 거죠. 롯데와 삼성의 경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9회 초까지 보고 점수 차가 너무 많이 나 그냥 당연히 삼성이 이겼겠지 하고 경기결과를 적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롯데가 9회말에 역전을 해 승패가 바뀐 거죠. 방송위원회에서도 물론이고 청취자에게도 항의전화를 엄청 많이 받았어요. 그때 많이 느낀 게 있죠. 야구도 물론,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 되요. 누구든 상황에 따라서 마지막을 바꿀 수 있다는 거. 여자나이로 적지 않은 나이에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때 경험이 바탕이 됐어요.”||그녀는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직접 작사한 노래만도 수십여개에 이른다. 직접 음반기획까지 했던 경험도 있다. 그런 그녀가 게임에 빠져든 것은 7살 터울이 지는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 때문. 나이차이가 많이 지는 남동생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자 자연스럽게 그녀도 게임에 관심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즐겨하는 게임은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시리즈, 타이쿤 시리즈, 심즈 시리즈는 거의 매니아 수준으로 꿰차고 있다.
“해외 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들다 보니 왜 국내에는 이런 게임들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성들을 위한 게임도 없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구요. 심즈도 그렇고 삼국지도 잘 살펴보면 남성 중심적인 게임이잖아요. 재미는 있지만, 여성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2001년 8월 그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게임개발사를 차렸다. 지금은 6명의 개발자들과 패션을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 ‘코코룩’을 만들고 있다. 여성이라면 한번 꿈꿔봤음직한 패션디자이너를 소재로 한 게임이다.
“40년대부터 현재까지 유행한 1백40여개의 옷들이 고증을 통해 재현됐어요. 여성이라면 어릴 때 한번쯤 해보았던 종이 옷 바꾸기 놀이를 PC로 가지고 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 게임을 통해 게이머들은 옷을 만드는 것부터 코디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다 자신의 의상실을 경영할 수 있죠.”
게임업계의 여성 CEO들이 대다수 그렇듯이 이상희 사장도 아직 미혼이다. 상당한 외모를 자랑하는 그녀가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기회가 없었다기 보다 아직 일이 좋기 때문이다.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면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 성격 탓이기도 하다. 아직은 일이 더 좋다고 그녀는 미혼인 이유를 설명한다.
“결혼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해보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안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일이 더 좋은 걸 보니 결혼은 조금 더 있다해야 할 것 같네요.”

사진=홍상표기자|photo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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