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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율] 유리텍 사장

  • 지봉철
  • 입력 2002.08.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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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율. 처음 게임업에 뛰어든 것은 게임관련 하드웨어에 손을 대면서부터다. 중앙대에서 반도체 장비분야를 전공한 그는 대학원 학위논문 발표를 앞두고 온라인게임 리니지에 빠져들었다.
게임을 즐기던 그는 어느날 기가 막힌 아디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가 떠올렸던 아이디어는 게임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하드웨어를 발명하는 것, 즉 오토마우스(Auto Mouse)를 생각해낸 것이다. 오토마우스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마우스 클릭을 단 한번으로 줄인 획기적인 마우스로 그동안 리니지, 영웅문 등의 게임들이 한 곳에서 일정간격으로 몬스터가 출몰한다는 점에 착안한 발명품이었다. 이 사장이 만든 오토마우스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오토마우스를 사용한 게이머들은 자신이 힘들게 게임을 하지 않아도 레벨을 하루만에 몇 달간 게임을 즐긴 사람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결국 게임개발사들은 이 오토마우스 출현에 당혹스러움을 표시하게 된 것이다. ||“당시엔 재미로 오토마우스를 발명해 실제 게임내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국내 유명 게임개발사로부터 메일을 받게 됐습니다. 회사에 사활이 걸려있으니 제발 오토마우스의 사용을 그만해달라는 부탁의 메일이었지요. 오토마우스를 사용하면 다른 게이머들은 심각한 렉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게임개발에 뛰어들게 된다. 오토마우스로 제 1회 벤처 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대학교 은사 및 선후배들이 자발적으로 2억원을 모아줬다. 그 돈을 가지고 98년 「유리텍」을 설립했다. 이 사장이 처음으로 도전한 게임은 ‘T4C’라는 해외 온라인 게임. 당시 ‘울티마 온라인’과 세계 온라인 게임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T4C’의 판권을 사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서비스 한달만에 동시접속자 수 2,000명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제작업체의 한국어 버전 출시를 제안했지만 결국 거절당하고 만다.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게임개발에 나서게 된다. 그 게임이 바로 지금의 ‘공작왕’이다. ||“친구, 동료들을 모아 게임개발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출발한 사업이었지만 의외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출발했지만 요즘엔 다른 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만 있을 뿐입니다.”
‘공작왕’은 일본·대만·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게임이다. ‘T4C’ 유통에 실패한 경험을 살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후발주자로서 국내 게임시장보다는 해외시장 진출이 더 사업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공작왕’을 제작한 배경이다. ‘공작왕’은(kjking.co.kr)은 지난해 12월 중순 오픈 베타서비스를 시작해 한 달만에 가입자수 20만명, 동시접속자 4천명을 기록했다. 현재는 약 8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회원들을 보유한 기타 유명 온라인게임보다는 수치상으로 밀리지만 회원들 모두가 충성도 높은 회원들이라는 점이 유료화를 과감하게 단행한 이유다. 신생 게임개발사로서는 놀라운 성과다.||“사실 ‘공작왕’은 사용자들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네티즌 게임펀드 공모를 통해 2억 5천만원가량을 조성하기도 했으니까요. 특히 ‘공작왕’ 유저들은 다른 게임들보다 더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습니다. 사용시간면에서도 그렇고 사용자층이 30대 이상이 더 많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사실 「유리텍」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IMF시절에 사업을 시작한데다 자본금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자 출신 사장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회사경영의 어려움도 느꼈다. 이 사장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만들고 싶은 게임과 돈이 되는 게임은 틀리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갈림길에서도 이 사장이 생각한 것은 ‘게이머의 입장’이다. 비록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렵고 힘들어도 개발인력이 부족해도 그는 게이머들이 만족할만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했다. 심의과정에서 국내 온라인 게임으론 최초로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받았을 때도 그는 게이머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잃지 않았다.
“영등위로부터 ‘공작왕’이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았을 때는 정말 아찔했습니다. 아시다시피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이 적용되면 PC방에서는 전혀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발업체로서는 큰 타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우리가 게임을 정말 사실적으로 잘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이 사장은 ‘공작왕’을 에피소드 10까지 2년동안 제작할 계획이다. 대중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진행시킨다는 것이 이 사장의 복안이다. 오는 연말에는 차기작도 시장에 선보인다. 현재 기획으로는 풀 3D 온라인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의 젊은 피 이주율 사장. 그의 천진스러우면서도 낙천적인 성격이 게임업계의 또 하나의 대박신화를 이룩할지 관계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 현재 ‘공작왕’의 유료화 결과는.
- 10일까지 약 2만여명의 개인사용자들이 신청을 했다. PC방 영업이 아직 진행중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올해 매출 계획인 60억원은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 해외진출 성과는.
- 중국판권업체가 연내에 중국에서 세 손가락안에 드는 게임으로 만들어주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공작왕’은 다른 중국 진출게임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성향과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공학도로서 게임회사 경영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 임개발은 전공과는 무관하다고 생각된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경영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자금관리뿐 아니라 조직관리에서 많은 부분 취약점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게임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생활하고 있다. 「유리텍」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공작왕’이 유료로 전환됐다. 후회되는 점은 없나.
- 물론 많은 부분 후회되는 점이 있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부족했던 점과 한정된 인력 때문에 게이머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이제까지 별다른 마케팅없이 이렇게 많은 게이머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했던 것이 맞아떨어졌다.

■ 진행하고 있는 차기 프로젝트는.
- 올해안에 서양 판타지풍의 ‘반지’라는 게임과 ‘공작왕’의 외전 성격을 지닌 3D 게임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유리텍」은 나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가 기획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진행중인 게임들도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것이고 게이머들의 요구도 대폭 수용될 것이다.

■ 좋아하는 게임 및 개발자는.
- 1인칭 액션게임을 즐겨한다. 최근에는 거의 게임을 할 시간이 없다. 존경하는 개발자는 존 카멕으로 그의 자유로운 사고를 사랑한다.

사진 = 유영민 기자|you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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