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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코」 서정원 부사장 “‘토종 토탈엔터테인먼트사’, ‘라카’로 일군다”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5.01.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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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라스트카오스(이하 라카)’가 지난 28일 대대적 오픈에 돌입했다. 당일 16대의 서버를 오픈했지만 몰려드는 인원감당을 위해, 이튿날 한 대의 서버를 늘렸다. 총 20대의 서브서버가 돌아가고 있는 상태다. 오픈 3일째, 어느 때보다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나코인터랙티브 서정원 부사장의 방을 찾았다.

“수염 잘 어울립니까?(웃음) 삼일 밤낮을 사무실에서 자서….”오픈 이후 삼 일 간을 회사에서 꼬박 지새웠다. 덥수룩한 수염, 석 달 여 전보다 살짝 야윈 모습이 사뭇 낯설게 보인다. 한 눈에도 피곤해 보이는 서 부사장, 하지만 어느 때보다 확신과 자신감에 찬 그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도 힘을 느끼게 할 정도다.

“만족감이요? 99.9퍼센트입니다.” ‘라카’ 오픈 직후, 현재의 ‘만족도’에 대한 서 부사장의 대답이다. 지난해 8월 제작발표에서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라카’가 드디어 지난 28일 대대적 오픈베타 서비스에 돌입했다. 오픈당일 몰려드는 유저들로 인해 한 개의 서버를 긴급히 가동 했을 만큼 ‘대박예감’을 굳혀가고 있는 단계다.

나코 측은 치열한 현시장 상황을 의식해 동시접속자수 등 이용자 수치 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분위기상 시장반응은 기대치를 훨씬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버 20개를 풀가동하고 있고 서비스 첫날부터 수용 인원이 거의 찬 것을 볼 때, 동시접속자수 5만명은 너끈히 넘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오픈베타 게임으로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폭발적 반응이다. 무엇보다 현재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공세가 정점에 달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라카’의 역동적 움직임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이미 공개 전부터 해외 판권계약으로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대만에는 2백50만 달러, 중국에는 3백만 달러 등의 계약을 성사시켰고 현재로도 각국과의 긴밀한 미팅이 진행되고 있다. 올 한해, 해외수출의 역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양껏 모아온 주인공이 또한 ‘라카’인 것이다. 경제적 반응, 오픈 이후 유저들의 호응도 ‘순풍에 돛단’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99.9퍼센트’라는 서 부사장의 대답이 오히려 어색해 보일 정도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100퍼센트’라는 오만한 대답도 당연하게 나올 법하건만, 그의 표정은 언제나 진중하다. 한편 그렇다면 그가 느끼는 부족한 0.1퍼센트는 무엇일까.

“온라인 게임의 핵심적 요소는 운영입니다. 오픈이 있고, 그 과정을 순조롭게 조성하는 것이 개발사의 몫입니다. 더불어 게임 안에서 자시만의 멋진 세계를 만들어 갈 유저들의 운영력도 포함되는 것이죠. 작지만, 아주 크고 핵심적인 일들이 방대하게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유저들의 반응이 좋지만, 그렇다고 자만하고 싶진 않습니다(웃음).” ‘어설픈 칭찬’·‘들뜬 분위기’ 어느 것 하나 서 정원 부사장에게는 영향을 줄 일이 없어 보일 뿐이다. 그의 겸손함에 0.1퍼센트의 활동이 더욱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순풍에 돛단 항해’, 자신감 99.9퍼센트
그는 다소 조용하다. 아니 좀 많이 조용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또 서 부사장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접 부닥치고, 직접 느끼고,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누구보다 강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는 서 부사장의 모습이 ‘황소’를 연상시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느 분야보다도 ‘부침’이 심한 온라인 게임 사업. 2년여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가 ‘라카’를 개발하면서 물었던 질문은 하나다. ‘내가 모 게임의 개발자라면, 이 기술. 이 시스템을 2년 후에 넣었겠냐 안 넣었겠냐’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사소한 요소 하나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구현한 퍼스털 던전 시스템이나, 저사양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하이퀄리티, 적은 수의 폴리곤으로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래픽 효과 등. 게임의 공개당시 ‘라카’가 보여줬던 다방면의 수준급 모습은 많은 감탄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대학시절부터 ‘개발자’의 길을 걷다, 나코에 몸을 담으면서는 개발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역할이 추가됐다. 달라진 것은 예전보다 ‘말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역시나 말이 없는 사람이 또 서 부사장이다. 그가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개발진에서도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천’을 하는 사람이다.

“딱히 어떤 조직원을 칭찬한다거나, 보는 데서 나무라는 타입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열심히 일하거나 고민한다는 것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보이게 마련이니까요. 어느 수위에서의 적절한 조율을 하는 것이 제 몫이죠.” 그렇게 ‘누구보다 많이 움직이는 조용한 수장’이다. 황소 같은 이미지의 서 부사장은 쉴새 없이 발을 움직이는 ‘백조’같은 사람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진중한’ 누구보다 ‘뜨거운’
“게임이란 것, 대학시절부터 만지작거리면서 느끼는 건 단 하납니다. ‘묘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유저들에게 어느 문명보다도 ‘따뜻함’을 선사해야 한다는 것이죠.” 서 부사장이 생각하는 ‘이상적 온라인 게임’의 정의는 다분히 ‘아날로그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 “나이 먹어도 계속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람 간, 유저간의 정이 묻어날 수 있는 게임이 그가 꿈꾸는 디지털 세계의 ‘파라다이스’다. 2년 여간 ‘라카’를 비밀리에 작업해 오면서도 끊임없이 자신과 개발진에게 되물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라그하임’을 이어나가면서도 보다 ‘묘한 매력’을 ‘라카’에 넣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록 ‘라그하임’이 당시 ‘뮤’나 ‘리니지’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실적을 낸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라그하임’은 지금도 역시 ‘묘한 매력’을 가진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제가 갖는 자부심이나 자신감은 ‘라그하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서 부사장.

전작 ‘라그하임’에 대해 갖는 서 부사장의 애정 역시 다름이 아니다. 전작은 전작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라카’가 전작 ‘라그하임’과 병행하며 ‘디지털 파라다이스’의 무대를 좀 더 방대하게 해줄 것으로 서 부사장은 믿고 있다. 보다 색다른 그래픽·퍼스널던전 등 각종 새로운 시스템으로 좀 더 많은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다.

대학시절 당시 대학 동기였던 한상은 사장과 ‘똑딱똑딱’ 머드게임을 만들어 첫달 100만원의 수익으로 소주를 마셨던 때의 마음 역시 지금과 다르지 않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첫째가 ‘찬밥신세’가 되는 것은 누구의 상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온라인 게임은 미래의 ‘파라다이스’
“현재 ‘라카’가 ‘라그하임’과의 과정에서 다른 점은, 해외 쪽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는 겁니다. 이미 공개 전부터 해외쪽의 러브콜이 잇달았던 것은 알려진 바지만, 현재도 무릇 많은 해외에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고 서 부사장은 설명했다.

현 국내 온라인 시장의 해외대작들의 공세에 잔뜩 움츠려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선전이 더욱 반가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리니지2’나 ‘와우’, ‘길드워’ 등등 최근 선보이는 많은 작품들이 모두 나름대로 훌륭한 게임성과 멋진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들입니다. 그 외의 무수한 작품들이 2005년 국내 시장의 대박을 노리고 있죠. 하지만 ‘라카’가 자신할 수 있는 건, 단도직입적으로 ‘외화벌이’에 일조할 수 있는 게임이 되겠다는 겁니다.”

순수한 개발자의 눈에서 순간 경영인의 노련함이 엿보인다. 아직 섣부르긴 하지만 ‘라카’의 향후 상용화 단계와 상용화 모델에 대한 고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알 순 없지만, 어쩌면 아예 국내는 무료로 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웃음), 해외에서 국산 게임의 저력을 보여주고 말이죠.”

아직 아무것도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내 서비스에서의 확실한 안정성 확보다. ‘라그하임’에서 보여줬던 운영적 노하우에서 일단 믿음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 부사장의 말대로 무엇보다 전작 ‘라그하임’이 있었기에 ‘라카’ 역시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최종적 꿈은 그렇게 하나하나 새로운 작품들이 나코를 ‘토털 엔터테인먼트사’로 자리잡아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라그하임’이 그 터를 닦았고, ‘라카’가 확실한 주춪돌이 될 것임을 서 부사장은 확고히 자신하고 있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Side Story]
“을유년 한 해는 누구보다 제게 의미 있는 해가 될 겁니다.” 서 부사장의 넉넉한 웃음. 비단 ‘라카’의 오픈만을 염두해 둔 것은 아니다. 오는 3월 서 부사장의 첫 아이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 만삭의 아내에게 미안한 날이 많다. 하지만, 퇴근만 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내의 ‘배 맛사지.’ 아내사랑, 아이사랑 누구보다 끈끈한 사람이 서 부사장이다.

그는 “아내 말로는 의사 눈치가 ‘딸’인 것 같다고 하던데, 딸이든 아들이든 나와주기만 하면 세상에서 제일 이쁜 내 자식일 것 같다”고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라카’와 첫 아이. 서부사장에게 올 한해는 누구보다 값지고 기억에 남는 한해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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