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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코리아」 고영철 소장 “나의 사전에 실패는 있어도 철수는 없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2.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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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YBM시사 게임 사업부가 게임 사업을 잠정 포기함과 동시에 세가 타이틀의 국내 유통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이는 지난 해 9월 세가의 게임센터용 게임을 수입, 유통했던 게임로드가 유통을 포기한 이후 또다시 발생한 공백.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망하려면 세가와 함께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뒤이어 세가코리아가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 역시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장될 위치에 놓일 만큼 시장성을 잃은 아케이드 시장과 점차 축소되고 있는 콘솔시장은 철수설에 힘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와중에 세가코리아가 직접 PS2용 액션게임 ‘수왕기’를 발매하며 철수설 진화에 나섰다. 세가코리아의 고영철(39) 소장을 만나 세가코리아의 입장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철수설은 사실무근
세가코리아의 설립 목적은 세가의 콘솔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을 유통하는 국내 파트너들의 관리감독과 현지 시장조사에 있다. 따라서 현재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입장. 자연 철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지만 이에 대한 고영철 소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본사의 정책상 적자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철수는 절대 없습니다”. 고영철 소장은 이 같은 정책의 배경으로 크게 3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국내 게임시장이 어려워졌다고는 하나,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까닭이다. 또한 국내 게임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후에 진출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과 같기 때문. 아울러 현재까지도 세가는 국내에서 손실을 입은 적이 없다. 국내 파트너는 망해도 세가는 손실을 입지 않았다는 것은 착취 이상의 의미로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고 소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손해를 보면서 유통하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희가 흑자를 냈다면 파트너도 당연히 흑자를 봤다는 이야기죠.” 그의 말이 이어진다. “시사YBM을 포함해 저희 파트너들은 저희 타이틀만을 유통했던 회사들이 결코 아닙니다. 저희 회사를 포함한 다른 회사들의 파트너이기도 하죠. 이를 저희만의 탓이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고영철 소장은 모든 책임을 세가코리아 혹은 세가 본사로 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상의 의미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세가와 힘을 함께하면 망한다는 일부의견에 대한 강력한 부정인 동시에 증명이 아닐까.

유통방식은 검토중
현재 세가코리아는 직접 유통방식과 새로운 파트너 체결에 있어 검토 중인 상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벤처의 마인드를 접목해 아웃소싱에 효율적인 관리감독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같은 와중에 시장에 발매된 ‘수왕기’는 물론, 곧 발매할 아케이드 게임 ‘버추얼 파이터 파이널 튠드’ 역시 직접 유통을 통해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실험대.

실제로 세가 본사는 2년간을 국내 시장에 대한 검증의 시간으로 책정해 놓은 상태로, 적자를 보더라도 계속해서 분석할 자료들을 축적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파트너에 의존해왔던 경향이 크죠. 그런 만큼 제대로 된 시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고요.” 결국 장밋빛을 그리기 보다는 현존하는 시장의 어려움을 확인하는 것이 세가코리아의 당면한 과제란 이야기.

그렇다면 국내 콘솔시장과 아케이드 시장을 고영철 소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콘솔시장의 경우, 불법복제의 만연과 중고 타이틀의 매매, 판매 자체가 일반보다 콘솔방에 국한됐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케이드 시장 또한 스크린 경마나 메달 게임들을 게임센터에 포함시키다 보니 외부적으로 나쁜 인식들이 자리 잡고 있죠”. 저렴하고 싸게 즐기려는 유저와 기본적인 단가를 무시할 수 없는 유통사의 입장차. 고 소장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방지책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고영철 소장 역시도 안타까워하는 부분. 그러나 선도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별다른 행동을 취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유인즉슨, 아케이드만 하더라도 세가코리아는 유통만을 전담하지만 국내 아케이드 업계들은 생산과 유통을 병행해야 하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대를 팔던, 두 대를 팔던 수익을 얻는 세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결론.

“입장이 다른데 함께 연계하기도 힘들뿐더러 저희가 주도한다할지라도 누가 저희를 따라주겠습니까”. 현재는 시장에 대한 전면적 조사에만 총력을 기울일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세가코리아의 입장인 것이다.

가족형 놀이공간 건립이 최종 목표
“국내에는 게임센터가 없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맞는 가족형 놀이공간을 세우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죠. 콘솔 역시도 직접 유통망을 확보할 생각이고요”. 세가코리아는 주 5일 근무제의 확립과 다양한 놀이문화를 요구하는 층이 늘어나는 만큼 수년 내 가족형 놀이공간은 필수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을 제외한 국내 게임 산업은 일본에 비해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정도 뒤떨어져 있습니다. 제대로 시장이 성장하는 데는 최소 5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죠”. 이대로라면 2년간의 시험과정 이후 3년간의 공백이 남는다. 너무 빠른 진출이 아니었을까. “세가는 50년 역사의 게임기업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도전정신으로 입지를 다져왔죠. 선도하는 측면에서라면 공백기가 아닌 준비의 시기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입니다”.

고영철 소장은 단순히 세가의 게임을 국내에 수입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국내 게임을 일본 본사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역설한다. 국내 유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일본과 한국의 교두보 역할에 있어 주춧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세워진 상태. 올해를 그 시험대이자 원년으로 삼은 세가코리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Side Story]
세가코리아는 게임타이틀의 유통 및 판매를 목표로 2003년 2월 세가의 한국법인으로 설립됐다. 지난 2003년 3월 PS2용 타이틀 ‘시노비’를 시작으로, 현재 세가의 주력 제품인 아케이드와 콘솔게임을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콘솔게임으로는 ‘버추어 파이터 이볼루션’과 ‘아톰’, ‘사쿠라대전’ 및 ‘쿠노이치’, ‘소닉 히어로즈’와 ‘도르르’ 등 다수의 세가 타이틀을 국내에 유통해왔으며 아케이드 게임은 ‘고스트 스쿼드’와 ‘버추어 스트라이커4’ 등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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