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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코지마 히데오 부사장 “‘올드보이’게임화 검토가 방한한 진짜 이유”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2.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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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발매된 이후, 현재까지 약 1,46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화제의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이하 MGS)’의 최신판 ‘MGS 3’가 국내 정식 발매됐다. ‘액션게임의 혁명’으로 불리며 ‘잠입액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MGS’시리즈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가히 ‘열병’에 가깝다.

수많은 언론들이 ‘명작 중의 명작’이라고 호평했고, 코지마 히데오의 감각적인 연출을 극찬했다. 수많은 유저들이 영화같은 비주얼에 감탄했고, 경악을 넘어 마침내 찬사를 보냈다. 무명 개발자를 일약 ‘게임계의 빅뱅’의 자리에까지 올려놓은 ‘MGS’시리즈. 과연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MGS3’ 홍보차 방한한 코나미의 부사장이자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게임 거장 코지마 히데오(42)를 만나봤다.

코지마 히데오. 그는 영화감독 지망생이었고 또 소설가를 꿈꿔왔다. 그리고 TV 연출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아니 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코지마는 한때 이 모든 것을 꿈꿨다. 그렇지만 이를 대신해 콘솔 게임 개발자가 됐다. 생뚱맞아보일는지 모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연히 접하게 된 게임에서 영화 이상의 감동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밖에 상영되지 않는 자국 영화의 현실과는 달리, 게임은 전 세계 유저들과 만나는 데 있어 별다른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을 영화에 접목시켰고, 그가 꿈꿔 온 영화적 색채를 게임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직도 영화감독을 소망하는 그답게, 게임의 여러 부분에서 영화적인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재미라는 코드를 넘어 감동으로 다가선다.

지난 1987년 MSX용으로 정식 데뷔한 ‘메탈기어’는 기존의 액션게임과는 달리 드라마틱한 각본과 연출, 치밀한 세계관을 등에 업고 수많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후 보다 참신한 컨셉으로 재창조된 ‘MGS’. 화려한 액션성과 더욱 발전된 연출력,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영화적 연출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탁월했다. 물론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가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말한다. 게임은 유저들의 시간을 빼앗는다고. 그런 만큼, 재미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 시켜주는 창구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일상과는 다른 체험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게임을 즐긴 이후에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야만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게임의 절대적인 성공 키워드라고. 단순한 유희가 아닌 감동. 이는 영화와 게임, 소설의 공통분모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코지마식 스타일인 것이다. 그가 제작자란 이름이 아닌 감독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패의 반대말은 노력
‘로스트 월드’라는 미발매 작품이 있다. 1986년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코나미에 입사한 이후, 최초로 기획과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작품이다. 모든 부분들을 동기였던 신입사원들이 주축이 돼 개발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발매는 미뤄졌다. 부족한 부분들이 여럿 지적됐기 때문이다. 실험작인 만큼 너무도 많은 요소들을 게임에 접목한 까닭이었다.

결국 ‘로스트 월드’는 발매도 되지 못한 채 비운의 운명을 맡게 된다. 당시 코지마가 느꼈던 감정은 실패가 아닌 분노였다. “끝장이라고 생각했죠.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실망이 컸고요. 그리고 저에 대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죠.” 안에서 북받쳐 오는 그 무엇이 있었다. 뭔가를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신념 이상의 고집. 코지마는 새로운 창조적 게임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닥치는 대로 소설을 읽어댔고 영화 감상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그레고리 팩이 열연한 ‘나발론의 요새’에서 영감을 얻었다. 적지에 잠입해 들키지 않고 임무를 끝마치는 일련의 과정. 보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이 대목을 영화의 단방향이 아닌 게임의 양방향으로 소화해낸다면 어떨까. 작은 호기심. 이를 게임에 그대로 녹여낸 것이 바로 ‘MGS’시리즈인 것이다. 실패를 할지라도 거기에서 멈춰서면 그 무엇도 이뤄낼 수 없다고 강조하는 코지마. 그는 이를 노력이라는 단어를 통해 반전을 꾀했고 멋떨어지게 맞아떨어졌다.

그는 현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30여개의 게임관련 특허를 냈고, 오늘도 소설과 영화를 탐닉한다. 그가 만약 ‘로스트 월드’의 실패 후에도 다른 동기들처럼 회사를 퇴사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MGS’시리즈를, 코지마는 스스로의 성공을 일궈 낼 수 있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이제는 진부한 표현. 하지만 이를 몸소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가 인터뷰 내내 노력이라는 부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던 이유 또한 이 때문이 아닐까.

올드보이에 매료되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 최초의 국내 방한은 ‘MGS3’의 홍보가 목적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박찬욱 감독과의 만남에 있다.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를 통해 제 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 아닐 수 없다. 박찬욱 감독과의 만남을 한국 방한의 조건으로 내건 코지마. 이유는 무얼까.

“작년에 ‘올드보이’를 봤습니다. 충격을 받았죠. 도입부는 물론 카메라 워크나 퀼리티,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에너지도 감동 그 자체였고요.” 끊임없이 계속되는 영화 이야기에 지칠 줄 모르던 코지마. 단순히 철이 들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꾼 팬과 감독과의 만남일까. “게임에 적합하다고 느껴진다면 ‘올드보이’를 게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가 영화를 제작한다면 ‘MGS’를 영화화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함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터. 실상 그는 지금도 전 세계 배우들과 제작자, 영화사들로부터 ‘MGS’에 대한 영화 제의를 받고 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있는 실정. “최고를 추구해왔지만 아직도 만족할 수 없습니다. 만족한 후에나 영화를 찍을 생각이고요.”

게임은 하드웨어에 의존한다. 영화와는 다른 부분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게임 기술상 1년을 쉬면 다음 해에 다시 게임 감독으로 재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영화를 선택할 경우, 게임과는 영원한 고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는 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게임제작에만 올인 할 계획임을 밝히는 코지마. 결국 이번 박찬욱 감독과의 조우는 영화감독과 영화감독 지망생의 만남에 앞서, 영화감독과 게임감독의 만남이 이번 방한의 목적임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만남은 게임화로서의 검토를 위한 최종 단계임 셈이 된다. 코지마가 존재했기에 단순한 숨바꼭질이 아닌 잠입액션으로 자리 잡은 ‘MGS’처럼, ‘올드보이’가 게임으로 선보인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나발론의 요새’처럼 또 하나의 ‘MGS’신화에 대한 장밋빛을 그려보고도 남음이 있다.

MGS시리즈와 결별하다
“MGS는 계속해서 시리즈로 개발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MGS시리즈에서 손을 뗄 작정입니다.” 폭탄 발언. ‘MGS3’ 홍보 차 국내에 내한한 그가 내뱉은 이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누가 코지마가 빠진 ‘MGS’를 상상이나 했었던가. 단순한 잠입액션이었다면 현재와 같은 인기를 누릴 수나 있었을까. 끊임없는 의구심에 대한 그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미 ‘MGS’는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이고요. 만약 3년 내에 발표되지 않는다면 실패했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웃음).” 성공작에 연연, 하나의 세상만을 추구하기엔 그의 그릇이 너무도 큰 탓일까. 아니면 스스로가 ‘MGS’란 세상에 갇혀버려 답답해진 것일까. 아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구상해 온 게임을 제작하기 위함이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구현키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기에 지금껏 보류해 왔다는 그의 오리지널 작품. 그렇다면 ‘올드보이’가 그가 꿈꿔온 기획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아닐까. 이에 대한 회답은 ‘노코멘트’.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가 차기작에 앞서 준비 중인 또 하나의 작품을 통해서 확실히 유추할 수 있는 부분. 태양 센서를 게임에 접목, 뱀파이어를 쳐부순다는 독특한 발상의 게임보이 어드밴스용 차기작 ‘우리들의 태양’은 현실의 날씨를 게임에 대응한다는 놀라운 발상을 접목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생각을 했을지언정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요소의 과감한 도입이야말로 역시 코지마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다.

그가 10년 전부터 꿈꿔왔던 작품. 그것이 ‘올드보이’가 됐던, 새로운 그 무엇이 됐던 벌써부터 흥미 이상의 기대감이 솟구치는 이유. 이는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생뚱쟁이의 참신함에, 그리고 그가 이룰 또 하나의 전설에 거는 기대가 아닐까.

[Side Story] ‘코지마 히데오’는 누구인가
1963넌 8월 22일 동경에서 태어났다. 졸음이 쏟아져 눈을 감아도 귀로 영화를 봤다는 그의 말처럼 광적인 영화 매니아였다. 이후 영화감독을 꿈꾸던 중, 방향을 바꿔 1986년 코나미에 입사했다. 죽을 때까지 감독으로 남고 싶다는 코지마는 인재 채용부터 복수의 프로젝트를 겸하기 위해 경영자가 되기를 희망했고 현재는 게임 감독과 코나미의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때 소설가 지망생답게 게임 시나리오 역시 단순 명쾌한 전개와 기복, 그리고 반전과 긴장감을 더하는 작품들을 여럿 선보인 바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스내처’와 ‘메탈기어솔리드’시리즈, ‘폴리스너츠’와 ‘Z.O.E’ 등이 존재한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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