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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G 정일훈이사 “e스포츠 메이저리그로 크게 사고 칠 것”

  • 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5.04.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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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e스포츠 메이저리그
세계 e스포츠의 메이저리그를 표방하고 있는 월드e스포츠게임즈(WEG) 2005 1차 시즌이 마감됐다.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결승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WEG 2005 1시즌. 첫 시즌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결승전이었지만 중국 e스포츠팬들의 호응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2년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정식 메이저리그를 준비해 온 아이스타존 정일훈 이사를 만나 1차 시즌 평가와 5월 말에 시작될 2차 시즌에 관해 들어봤다.

캐스터 은퇴 후 2년 간 준비한 WEG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방송의 간판급 게임캐스터 정일훈(36) 씨는 2002년 3월 돌연 ‘스타’ 게임중계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스타’하면 ‘정일훈’, ‘정일훈’하면 ‘스타’를 떠올릴 정도로 스타중계에 있어서 정씨의 위치는 막강했다. 정일훈 캐스터가 빠진 스타리그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위치에 섰을 때 과감히 스타리그 명 캐스터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당시 국산게임리그 활성화가 은퇴 사유로 알려졌으나 그 보다 더 큰 포부가 있었다. 그 것이 바로 e스포츠의 세계화다.

정씨가 WEG 모델을 준비해온 건 2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타리그를 기획해온 장본인이었던 그는 국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e스포츠를 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메이저리그로 키워보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다. 그래서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WEG다.

국내에서 ‘워크래프트3(이하 워3)’가 그러하듯 중국에서는 ‘스타’게이머들이 설자리가 없다. 비단 중국만은 아니다. 국내 e스포츠는 ‘스타’가 국민게임이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그 아성에 도전할만한 e스포츠 아이템이 없는 게 현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스타’는 이미 한물간 게임으로 취급받고 있다. 5천 만명의 e스포츠팬을 보유한 중국에서는 e스포츠의 주도권을 ‘워3’와 ‘카운터스라이크(이하 카스)’가 잡고 있는 실정. 때문에 정씨는 ‘워3’와 ‘카스’ 두 종목만으로 세계적인 메이저리그를 만들어냈다.

중국 포탈을 통해 서비스된 WEG 2005 VOD는 하루 평균 20만명, 최대 90만 명이 관람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냈다.

지나친 ‘스타’ 중심의 e스포츠는 위험
“욕심대로라면 45점 정도, 첫 시즌 목표대비는 90점 이상입니다.” 이번 WEG 2005 1시즌에 대한 정 이사의 평가다.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준비했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했기에 힘들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첫 시즌을 끝내고 나니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욕심이 더해 진다”고 덧붙였다.

‘스타’를 빼고 흥행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게 국내 e스포츠의 공식. 이 때문에 ‘스타’가 빠진 WEG의 흥행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WEG 조직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 이사는 의도적으로 ‘스타’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스타’의 경우 국내 리그가 워낙 많아 스케쥴 및 선수 일정 상 어려움이 따랐던 것. 그러나 세계화 모델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워3’와 ‘카스’가 필수적이었고 이 같은 선택이 옳았음을 이번 1시즌을 통해 증명해 보인 셈이다.

정 이사는 지나치게 ‘스타’ 위주로만 움직이는 국내 e스포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이유로 장재호, 김홍재 등의 유능한 ‘워3’ 선수들을 해외로 다 빼앗기고 있다는 것. 최악의 경우 e 스포츠의 주도권마저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내에서는 워낙 ‘스타’의 입지가 굳어져서 ‘워3’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스타2’의 경우 ‘워3’와 가까우면 가깝지 절대 ‘스타’처럼 2D로 나올 순 없는 일인데 그때 가서도 ‘게임이 어려워 접근이 힘들다’ 혹은 ‘관전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할 것인지가 의문입니다.”

1시즌으로 WEG 가능성 증명했다
최근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스타’ 게이머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e스포츠 열기는 더해져만 간다. 중국이나 유럽에서는 국내 ‘스타’ 게이머로 슬레이어복서(임요환)나 엔씨 옐로우(홍진호) 정도만 기억하고 있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최연성, 서지훈, 박성준의 이름은 알지도 못한다. 오히려 이들 ‘스타’ 게이머들보다 황태민, 장재호 등의 ‘워3’ 게이머들이 더 인기다.

국내에서 ‘스타’가 스타급 플레이어를 탄생시킨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는 ‘워3’나 ‘카스’의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e스포츠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국내 e스포츠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스타’에서 그 맥이 끊어질 지도 모를 일. 정 이사는 “이제 ‘스타’에 편중된 국내 e스포츠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 국제적인 e스포츠리그로는 CPL과 WCG 등이 진행되어 왔다. CPL은 국한된 지역의 국제 리그에 가깝고, 전 세계에서 참여하는 메이저 e스포츠 대회인 WCG는 연중 1회 운영하는 ‘올림픽’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WEG처럼 연중 4개 시즌을 갖고, 각 시즌별 결승전까지 개최하는 정규시즌 방식의 국제 대회는 WEG가 최초. 어떠한 일이든 ‘처음’이라는 것은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내는 고단한 작업이다. 정 이사는 1시즌 결승전에서 중국 공안의 과잉 반응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결과적으로 1시즌은 WEG의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한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다.

5월 초 2시즌과 한중전 동시진행 예정
WEG는 1시즌의 평가를 통해 내달 초 진행될 2시즌을 준비중이다. “1시즌을 치러낸 현재, WEG 2005의 2차 시즌 타이틀 스폰에 대한 러브 콜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따라서 2시즌에는 타이틀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 3~4곳이 합류할 예정이며 타이틀 스폰서가 어디냐에 따라 결승전의 개최도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및 유럽의 몇 개 도시에서 결승전 개최의사를 밝혀오고 있어 WEG를 넓게 전파한다는 의미에서 타 나라에서의 결승전 개최를 심사숙고하고 있다. 당초 4개 시즌의 결승전을 모두 중국에서 치르겠다는 계획이 일부 변경된 것이다. WEG의 1년 예산은 100억 원 정도. WEG는 시작 무렵부터 WCG의 삼성전자 같은 대형 스폰서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차기 시즌개최가 불투명하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던 리그가 바로 WEG. 그러나 첫 시즌이후 해외의 반응이 예상외로 뜨거워 차기 시즌들에 대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정 이사는 자신했다.

WEG는 시즌별로 총 4회 정규리그와 2시즌과 3시즌 사이에 치러지는 한중전, WEG 2005 세컨시즌 챔피언결승전(가칭) 등 총 6회의 리그가 진행된다. 그러나 2시즌이 4월에서 5월로 다소 늦춰진 까닭에 한중전은 2시즌과 맞물려 진행될 예정이다. 때문에 2시즌에는 한중전 종목인 ‘스타’와 ‘피파’를 추가한다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한편, WEG는 앞으로 e스포츠 요건에 부합하는 게임들을 발굴해서 정식종목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며, 그 중 국산게임과 비디오게임도 일부 포함시킬 예정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가 야구의 꽃이듯이 e스포츠 메이저리그인 WEG도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라도 전 세계 e스포츠의 중심으로 우뚝 서겠습니다.” 정 이사는 WEG를 ‘한국형 e-스포츠 메이저 리그’로 만드는 것이 최대 목표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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