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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나무 “게임의 만화화 우리에게 맡기세요”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6.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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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만화는 그 벽이 허물어진지 이미 오래다. 몇 해 전만해도 게임의 낮은 인지도를 개선키 위해 게임 제작사들은 성공한 만화, 애니메이션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그러나 이도 옛말.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소위 ‘뜬’게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만화라는 제 2창작물로 만들어지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기본 항목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은 2가지로 축약된다. 비슷한 연령대가 즐기는 문화라는 점과 ‘유희 창출’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그것. 그러나 단순히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를 게임으로, 성공작으로 분류되는 게임을 만화로 재창조한다하여 반드시 성공을 이끌어 낼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만화와 게임 모두 윈윈함과 동시에 유저와 독자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만화 제작에 사활을 건 그림나무의 행보는 여러모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미 ‘군주 온라인’과 ‘팡야’ 등을 만화로 출간, 재미와 교육, 게임과 만화의 긍정적 평가까지 이끌어낸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혜안을 들어봤다.

아는 것이 힘!
그림나무 사람들은 모두 투잡스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 한해 천대받는 예술가로 치부되는 만화가가 메인 직업이라면 게이머는 이들의 서브 직업에 해당된다. 자연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게임에 대해 아는 폭이 여느 만화가들과 다르다.

여기에 첫 번째 성공 요소가 잠재돼 있다. 자연 게임을 잘 아는 이들인 만큼, 어떤 식으로 만화를 완성시켜 나가야할지 기본적인 소양을 이미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일단 게임에 대해 일각연이 있는 이들인 까닭에 게임 선택 역시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있다. 지난 해 9월 의뢰가 들어왔던 ‘메이플 스토리’를 만화화해 달라는 넥슨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게임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성공 가능성이 농후했죠. 하지만 저희 식구들이 모두 거절하더군요(웃음). 확연한 캐릭터의 이미지를 비롯해 여러 요소들에 비춰볼 때, 저희만의 색채를 띠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단순히 게임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이라면 저희는 또다시 거절할 것입니다.” 만화의 기획과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신 기획실장. 그녀는 자신들만의 색채를 응축할 수 없다면 이는 진정한 제 2창작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군주 온라인’이 만화로 제작될 수 있었던 이유는 폭넓은 한국적 문화에 대한 호감과 만화가들 대다수가 이미 해당 게임을 즐겨봤던 것이 주요 배경이 됐다. ‘팡야’ 역시도 최근 초등학교 특화과목에 골프가 포함될 만큼 대중화된 스포츠를 보다 폭넓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만장일치로 만화화가 결정됐다.
이처럼 단순히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넘어 의미를 부여한 창작물로 완성시킬 자신과 의지가 있을 경우에만 만화화를 수용하는 자세. 그림나무가 이 분야에 우뚝 설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지혜
게임의 만화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상 게임회사로부터 받는 자료라고는 기껏해야 게임의 배경과 캐릭터 컷 몇 점이 전부. 거의 모든 제작 과정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으로 옮겨진다. 그림나무는 이러한 공백을 머리가 아닌 몸을 통해 채워나간다.

일반적인 만화가들과는 다른 보다 능동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이들은 일단 자신들이 가진 색채를 응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콘티부터 배경, 스토리부터 기획과 원화, 컬러링을 담당하는 모든 직원들이 수개월 동안 게임에만 매진한다. 콘티나 컬러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과연 게임을 즐길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단 한마디로 회답한다.

“만화는 혼자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 얻어내는 결과물이죠. 보다 깊게 알고 참여하는 것과 단순히 색을 입히는 작업은 분명 다르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으니 이들의 만화에서 게임 이상의 ‘참재미’를 느끼게 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단순히 만화를 제작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게임적 요소와 함께 교육적 요소도 상당 부분 농축시킨다. ‘군주 온라인’의 경우, 권선징악적 해피엔딩과 함께 역사와 경제에 대한 개념이 포함돼 있다. ‘팡야’ 또한 세계적인 골퍼가 되는 과정을 통해 골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만화와 게임에 대한 나쁜 인식은 제작자에 있지 결코 보는 독자나 유저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든지 만화의 그리고 게임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콘티를 전문으로 제작에 참여하는 이지혁 대리의 말이다. 게임과 만화의 계연성 속에 오락적 요소뿐 아니라 교육적 요소까지도 함께 첨부, 부모의 입장까지도 배려하는 자세. 모든 이들에게 그림나무의 만화가 사랑받는 까닭이 아닐 수 없다.

성공 키워드는 바로 ‘이것’
처음 게임 제작사로부터 만화 의뢰를 받게 된 것은 만화 제작 전문가 송경호 대리의 그림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게임 이미지를 닮은 듯한 그의 만화 스타일을 눈여겨 본 게임 제작자들의 견해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만 해도 만화화 진행과 함께 제작사의 간섭은 너무도 많았다. 목표로 했던 창작물과는 점차 괴리감이 느껴질 밖에.

“만화는 고유 창작물입니다. 게임의 배경과 캐릭터를 쓴다 해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해야겠죠. 물론,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았나, 게임의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는가, 기본 설정은 유지 되는가 등등 여러 부분에서 불안한 점도 있겠죠.” 그의 말이 이어진다. “하지만 일일이 모든 부분을 간섭한다면 이는 만화가에게도, 게임제작사에게도 모두 불필요한 낭비만을 초래할 뿐이죠. 보다 깊이 있는 부분이 필요할 때는 저희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습니까.”

초창기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그림나무는 이후의 작품부터는 확실한 독립성 보장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그 만큼 자신이 있는 까닭이요, 간섭이 결코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는데 별다른 득이 안 됨을 아는 이유다. 대신 이들은 심사숙고를 거듭, 온라인의 인기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들을 제작사와 함께 고심하길 원한다. 만화와 게임 두 분야가 서로 보완적인 형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인 까닭이다.

게임의 어려운 주제를 만화로 쉽게 엮는다던가, 사이드 스토리를 풀어준다던가, 성격을 좀 더 명확히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만화가와 제작사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낳는 유일무이한 방법임을 몸소 깨달은 처사이기도 하다. 성공 요소를 보다 드높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직접 게임과 만화를 즐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벤치마킹을 거쳐 과연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재확인한다.

스스로 게임을 즐기고, 확인과 노력을 거쳐 완성하는 이들의 결과물은 게임의 인지도에 앞서 만화가의 노력이 병행될 때 비로소 게임의 만화화가 성공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만화와 게임의 벽 허물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창조해낼 제 3, 제 4의 창작물에 귀추가 주목된다.

[Side Story] 그림나무는
그림나무는 애니메이션 기획자와 만화가, 스토리 작가들이 만나 지난 2002년 어린이 책을 만드는 기획사로 출발했다. 재미와 교양을 갖춘 책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다수의 학습 만화를 제작해 온 이들의 목표는 ‘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을 만드는 것과 ‘장차 미래 사회를 짊어질 꿈나무들에게 바로 길을 인도할 수 있는 지혜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대표작으로는 《부자가 된 신데렐라와 거지가 된 백설공주, 《판타지 수학대전》시리즈 등 다수가 존재한다. 이들은 현재도 학습만화를 발판으로 게임과 캐릭터, 애니메이션까지 연계시키겠다는 야심 찬 자세로 다양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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