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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뷸라라사’ 제작 리차드 게리엇 “‘타뷸라라사’가 보여줄 ‘신천지’를 기대하라”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5.12.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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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게리엇, 그가 지난 주 한국에 왔다. 5년여라는 기나긴 여정의 보고서를 들고서. ‘타뷸라라사’라는 여정의 결과물이 내년 6월 유저들을 찾아갈 것이라는 ‘구체적’ 약속을 전제로, 게리엇은 그간의 여정을 자신감 있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의 미국 현지법인 엔씨오스틴의 리처드 게리엇 개발총괄이사, 지난 7일 그는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 속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타뷸라라사’ 개발이 최종단계에 도달했다”며 “내년 6월 오픈베타(공개시범) 서비스, 연말쯤 정식 오픈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6년 여의 침묵 속에서 드디어 ‘타뷸라라사’의 공개가 임박했음을 ‘공포’하는 자리였다.

그와 그의 차기작에 쏠리는 세간의 기대감은 어떤 프로젝트에 쏠리는 그것을 뛰어 넘는다. 그것은 그가 또 한번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타뷸라라사’ 5년 여정의 보고서.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가 말하는 새로운 온라인 게임 ‘타뷸라라사’. 그가 우리에게 어떤 신세계를 또 한번 보여줄지 많은 이들의 눈이 그를 향하고 있다.

‘세계 게임계의 거장’·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라는 수식어와 뗄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리차드 게리엇이다. 이번 그의 방문 화두는 단연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 MMORPG ‘타뷸라라사’였다.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이자 미국 게임 업계 명장으로 통하는 리처드 게리엇 사단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온라인게임. 그가 엔씨소프트에 영입된 지 5년 여 만에 내놓는 첫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는 “방향성을 수정하고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며 “내년 2월부터 ‘프렌즈 앤 패밀리’ 테스트(클로즈베타 개념)를 진행하고, 연말 전에는 오픈베타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작년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아 제작에 탄력이 붙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전세계 서비스 일정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시차를 두지 않은 ‘월드와이드 형식’을 띠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개발 방향을 바꿔 1인칭 슈팅게임 요소를 많이 채택한 롤플레잉 게임으로 ‘타뷸라라사’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장에서 전투를 하는 것과 같은 1인칭 시점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과 동시에 인스터트 던전, 미션 제공 등 게임을 진행하면서 차츰차츰 진행되는 미션 등 RPG 요소도 함께 살렸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가 만들었던 미국 최초의 온라인게임 ‘울티마 온라인’에서 ‘로드 브리티시(영국의 제왕)’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리처드 게리엇. 그가 ‘타뷸라라사’에 거는 기대감은 어느 정도일까. “새로운 세계를 만날 것이고, 진짜 존재하는 세계를 보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게리엇은 자신한다.

동양과 서양을 담는 여정, 불교에 관심 높아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1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리처드 게리엇이 설립한 게임 개발사 데스티네이션게임즈를 당시 주식 28만주(약 270억원)와 현금 160억원을 들여 흡수하고 ‘타뷸라 라사’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간 프로토타입만이 간간이 공개돼 오며 ‘타뷸라라사’ 프로젝트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이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구심들을 뒤로 하고 ‘타뷸라라사’의 구체적 모습을 설명하는 게리엇의 모습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게임 내의 언어와 문화·신화·종교부터 우주공간에서 펼쳐지는 물리력과 과학적 상상력을 결합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게리엇은 그간의 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즉 그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동양과 서양 게이머들 사이의 성향차이, 그리고 그 동서양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타뷸라라사’ 안에 넣는 작업이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기본적 RPG 요소는 강화하면서도 동서양의 문화나 게이머들의 성향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고 게리엇은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게임 내 일종의 기호로 통할 ‘언어적’ 부분이다. 그는 “세계 많은 언어들을 조사하고 참고했다”며 “‘타뷸라라사’ 내에서 누구나 쉽게 그 언어를 배울 수 있지만, 굳이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게임진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한자까지 두루 살펴봤다는 게리엇. 그는 “초기에는 이집트 상형문자를 많이 살폈는데 실제적으로는 한자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한자 자체도 초기에는 사물의 모양을 형상화 한 부분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불교(부디즘)를 조사하며 게임 내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게리엇은 이어 “문화적 차이 외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동서양의 차이 조율문제는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리니지’를 비롯해 동양의 경우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이 쿼터뷰로, 또 마우스 위주로 진행이 된다. PvP를 선호하는 경향도 동양에선 뚜렷하지만, 서양인들의 경우는 누군가를 죽이고 죽여지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인칭 시점을 좋아하고, 게임의 세계관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서양 게이머들의 성향”이라고 그는 동서양 게이머들 간의 차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경험하고 탐험하는 신천지, MMORPG의 향상된 미래를 꿈꾼다
이런 가운데 ‘타뷸라라사’는 일단 서양의 관점을 기본으로 개발되고 있다. 레벨 업이나 게이머들 간의 경쟁적 요소보다는 풍부한 게임의 스토리와 환경의 변화를 즐기는 방향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 물론 세계시장의 현지화 작업 역시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지화 작업에서 동서양의 이질감은 또 한번의 ‘중화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감수를 통해 동양의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시스템들이 계속 장착 될 예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게임 내의 세계는 ‘경험하고 살아가는 진짜 같은 세계’다.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기본적 물리력과 다양한 과학적 요소들을 최대한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게리엇은 설명했다. “판타지 세계를 그간 만들어 왔고, 그래서 ‘타뷸라라사’는 판타지가 아닌 실제와 같은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하게 됐다”며 “판타지에서의 마법(매직)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타뷸라라사’ 안에서 보여지는 기술들은 마법같지만 분명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라고 자신한다. 더불어 몬스터 때문에 일정지역을 가지 못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게리엇은 확신했다. “물론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열쇠’들을 수집하거나, 어떤 퀘스트가 주어질 수도 있지만 ‘타뷸라라사’ 는 유저가 경험하고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엔딩을 본 게임은 ‘아메리칸 맥기 앨리스’· ‘미스트’· ‘울티마’ 정도”라며 “나 역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그는 말한다. 한국내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등의 인기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블리자드는 ‘도전과 보상’이라는 시스템에 있어 재미요소를 잘 파악해 내는 능력을 가진 회사”라며 “부러운 부분이고 난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 게리엇. 하지만 그는 “‘와우’에서 보여준 방대한 미션이나 퀘스트의 경우 유저들이 레벨에 따라 바쁘게 쫓아가야 한다”며 “‘타뷸라라사’는 보고 경험하는, 몬스터나 레벨이 어떤 제한이 되지 않는 체험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의 능력은 ‘하드리서치’
“초기에는 나 혼자 기획에서 개발까지 모든 걸 혼자 해야했지만, 요즘에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각 파트별 담당자가 많아 관리하는 역할이 커졌다”고 설명하는 게리엇. 하지만 그는 “파트별로 나보다 뛰어난 담당자가 많을지 몰라도, 아직도 내가 가장 뛰어난 개발자”라고 자신한다. “내가 누구보다도 뛰어난 개발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방대한 조사작업(하드리서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여 설명했다.

그의 방 책꽂이에는 문화나 언어·종교에서 과학까지 각 영역별로 관련 서적들이 빼곡이 자리잡고 있다. 개발 중 필요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관련 분야의 책을 살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대로 게임 내에 넣을 수도 있지만,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기란 매우 힘들다.

또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는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그는 자신의 개발철학을 설명했다. 게리엇은 “‘타뷸라라사’가 SF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과학적인 이론과 논리적인 고증을 철저하게 거쳤으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세계관 구성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한다. ‘타뷸라라사’는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 만큼 과학적인 증거와 논리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세계관이 구성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누차 강조했다. 게이머들이 상상하거나, 혹은 상상해보지 못한 새로운 논리적 고증들이 게임 내에 선보인다는 것이다.

‘타뷸라라사’는 라틴어로 ‘아무 것도 없다,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게리엇은 “원래 ‘타뷸라라사’는 단순한 프로젝트명이었지만, ‘울티마’같은 판타지 세계 말고 처음 도전하는 SF 게임인 만큼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게임명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한다. 더불어 ‘타뷸라라사’의 게임 배경이 지구의 멸망 위기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도 뜻이 잘 통했기 때문이란다.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 리차드 게리엇이 보여줄 또 하나의 신천지. ‘로드 브리티쉬’란 자신의 명예로운 별명을 걸고 내년 상반기 공개될 ‘타뷸라라사’. 업계와 유저는 지금 ‘기대감 이상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

사진=김은진 기자|ejui77@kyunghyang.com

■ 약력
- 1961년 7월 영국 캠브리지 출생
- 1980년 처녀작 ‘Akalabeth(아카라베스)’ 발표
- 1982년 형 로버트 게리엇과 오리진 시스템 공동 설립. ‘울티마’시리즈 개발.
- 1992년 9월 오리진 시스템이 EA에 인수
- 2000년 4월 데스티네이션 게임즈 설립
- 2001년 5월 엔씨소프트 영입. 현재 엔씨소프트 북아메리카 총책임프로듀서로 활동 중. ‘타뷸라라사(Tabula Rasa)’ 제작 총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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