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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 대응센터 이영필 팀장 "‘리니지 명의도용 사건’ 상위 50여 개 업체로 수사 확대하겠다”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4.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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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산업은 폭발적으로 발전했지만 그에 따른 개인과 업체의 도덕적 성장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2팀 이영필 팀장(35). 수사2팀은 올 2월 일명 ‘리니지 대규모 명의도용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약 1년 여 간의 첩보와 수사를 진행한 수사2팀의 수장이 바로 이 팀장이다. “‘리니지 명의도용 사건’은 수사의 ‘결과나 성과’라기보다, 더 큰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에 불과합니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브레이크 없이’ 성장해온 인터넷 산업에도 이젠 도덕적 그리고 제도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굳이 성과라면 성과겠죠.”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부임 1년 여. 이 팀장은 “게임을 전담 수사군으로 맡아온 지난 1년은, 그 어떤 ‘1년’보다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리니지 명의도용 사건’ 4월 말에 최종 결과 나올 듯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게임 관련 민원은 대략 월평균 3만 여건을 웃돌 정도로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절반 가량은 국내 MMORPG 중 독보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리니지’ 관련 민원이다. “단순히 하나의 게임이라는 범주를 벗어난 지는 오래입니다. 산업·경제·국가적 차원에서 이미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커온 것이 바로 ‘리니지’죠.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적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으니까요.”

1년여의 수사기간을 거치며 이 팀장도 ‘리니지’를 통해 다시금 사이버 세상과 게임에 대해 새삼 놀랐다는 얘기다. 올 2월 ‘리니지 관련 명의도용·유출 사태’가 게임업계는 물론 사회적 파장과 충격이 ‘일파만파’ 번졌지만, 이미 수사2팀에서는 작년 3월부터 내사를 진행했다. 그는 “‘리니지’ 사건의 첩보는 지난 2005년 5월에 접수, 이후 9월과 10월 사이 신규가입이 폭증하는 등 구체적 사실이 터지며 제동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당시 9월께 5만 3천 개의 IP가 수상하다고 엔씨 측에 통보했으나 대응이 미흡했고, 올 2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현재 엔씨 측은 기술적이나 시간적으로 사정이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수사2팀은 엔씨 측의 보다 ‘무작위에 의한 고의성’에 대해 수사 초점을 두고 있는 입장이다.

일단 지난 2005년 10부터 올 2월 중순까지 가입한 167만 신규 계정을 분석, 도용이 의심되는 최소 98만여 명(최대 122만여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게임 회사에 통보한 상태다. 또한 ‘작업방과 국내 몇몇 유력 홈페이지 제작 업체들의 정보 도용’ 혐의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명·상위 100여개 업체의 사이트를 제작·구축해온 유명 에이전시가 이 과정에서 포털들의 회원정보를 빼내, 작업방이나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도 구체적으로 확인한 상태. ‘리니지 명의도용 사건’은 4월 말께 ‘종결’할 생각이다.

이 팀장은 “엔씨 측의 수사협조가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4월 말, 엔씨에 대한 어떤 구체적 방향을 현재로서는 밝히기 어렵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업체들이 자사 게임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위 50여 개 업체로 수사 확대하겠다!
“빠른 성장을 거친 게임 산업, 하지만 성장규모와 덩치에 비해서, 어떤 근거 법안이나 업계 내부의 ‘도덕적 자각’이 심하게 부족한 것이 문제죠.” ‘리니지’로 ‘첫 단추’를 풀었지만, 명의 도용이 비단 ‘리니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이 팀장은 가지고 있다. 현재 수사2팀은 게임관련 월 평균 3만 여건의 민원을 분석해, 민원이 잦은 상위 100여 개 해당 게임의 리스트를 정리해 놓은 상태다. 일단 이중 상위 50여 개 업체에 대한 향후 수사를 확대할 방침. “어느 부분까지를 사이버 범죄로 보느냐는 것은 현재 수사2팀으로서도 고민하는 부분이 크다”며 “하지만 해당 업체들이 어떤 최소한의 시스템적 보안노력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느냐가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번호 도용, 명백한 ‘국부유출’
“본인들이 ‘국부유출’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수천 억 단위인데도 말입니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 이르러서야 희미하게 자신들의 죄가 어느 정도인지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지난 해 수사2팀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내국인 주민번호를 도용하고 1천억 원 상당의 대량 아이템을 유통시킨 일당 50 여명을 적발한 것이다. 유통 된 1천억 원 상당의 아이템 중 무려 605억 원 가량은 중국으로 불법 유출 된 액수. 문제는 내국인 5만 3천 명 가량의 주민번호가 도용된 것도 충격적이지만, ‘아이템’이란 것에 대한 법적 경제적 가치가 명확하게 서지 않은 시점에서 심각한 국부유출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2005년 3월 경 접수된 첩보를 통해 수사에 착수했고, 6개 월 여의 지루한 추적 끝에 잡아낸 성과였다.

이 팀장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내국인에 한정된 공간이 아닙니다. 국가적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이 되기도 하고, 이는 개인의 정보가 세계 어느 곳이든 노출 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무엇보다 부닥치게 되는 ‘난관’이 바로 ‘국가 간의 공조와 인력부족’이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는 월 단위로 약 6만 여 건의 사이버관련 민원이 접수된다. 사이버관련 사건은 인터넷의 특성상 국내 뿐 아니라 해외와 어떤 식으로든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다.

그러나 피의자의 인터폴 공개수배 등 여러 국가 간의 공조가 필요한 수사에는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가장 안일한 태도를 보여주는 곳이 이번 사건의 빌미가 된 중국이라는 설명이다. 수사 협조 공문을 보내긴 하지만, 실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8명밖에 안 되는 팀원들이 어떤 식으로든 다 소화를 해야 되는 부분인데, 게임 뿐 아니라 요즘 어떤 범죄 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이 팀장은 안타까워했다. “투명인간을 잡아내는 것도 이보다 쉽지 않을까 싶다”는 그의 씁쓸한 웃음이 사뭇 와 닿는 대목이다.

피의자와 피해자는 ‘한 끗 차이’
“오프라인과 사이버 범죄의 차이요? 아무리 투명인간 같은 사이버 피의자도, 잡아놓고 보면 결국 다 사람이라는 거죠.” 이 팀장은 지난 97년부터 경찰 조직에 몸을 담아왔다. 97년부터 경찰서의 수사과에서 수사반장까지 역임했고, 2000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로 옮겨와 작년부터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몸을 담았다. 경찰서 재직 시절 무려 109건의 간통사건을 비롯해 천여 건의 사기관련 사건·사이버선거사범과 공직비리 등을 수사해온 ‘베테랑’. 화려한 경력, 수많은 피의자들을 취조했을 이 팀장. 하지만 그의 ‘험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이 팀장의 생김새는 ‘예상치’를 훨씬 벗어난다.

평범한 샐러리맨 혹은 옆집 아저씨일 것 같은 그가 드라마 속 ‘살벌한 취조관’으로 돌변할 것 같다는 상상을 쉽게 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죄를 짓고 온 피의자도 모두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피의자가 어떤 맥락에서는 또 다른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거든요.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결국 코너에 몰리는 건 피의자 자신일 뿐이라는 걸 차분하게 이야기합니다.” 오프라인 수사와는 또 다른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이버 수사분야를 전환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어렵고 핵심이 되는 건 바로 ‘흔적’을 잡아내는 작업입니다. 오프라인에서 범인의 흔적을 잡아내는 게 비교적 사이버 상보다 쉽다는 겁니다. 사이버 상의 범죄는 오프라인보다 훨씬 교묘해지고, 이 ‘흔적’을 둔 숨바꼭질을 하다 보면 꼭 ‘투명인간’을 쫓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많습니다.” 이 난관을 뚫고 나가는 데에는 ‘공부’밖에 없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매일 아침 8시 출근 10시 퇴근. 기나긴 하루, 사이버 공간에서 이 팀장과 ‘투명인간’의 아슬아슬한 숨바꼭질 놀이가 어김없이 시작된다.

사진=김은진 기자 |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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