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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L게임즈 송재경 대표 "끝없는 도전의 무한질주"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4.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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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빼놓고 국내 게임사(史)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들 게임은 국내 온라인 게임 역사와 맞먹는 긴 세월 동안 국내 게임 산업을 주도해왔다. 오늘도 국, 내외 수많은 유저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며 인기 가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독창적인 시스템, 뛰어난 게임성으로 중무장한 최근 게임들마저 넘어설 수 없는 성역을 완성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단순히 이뿐일까. 이들 게임에는 이 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다름 아닌 같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배 다른 형제라는 사실이 그것. 게임계의 마이더스 손이라 불리며 국내 게임 산업의 터전을 완성한 게임계의 아인슈타인. 그가 바로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다. ‘XL1’으로 다시금 국내 게임산업의 삼두마차 체계를 완성해내겠다는 그의 10년 뒤 온라인 게임의 미래상이 지금 막 가시화되고 있다. 그 역사적 순간을 그와 함께 했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난다는 것만큼 불안한 것은 없다. 설레는 감정보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장 먼저 자리 잡는 것이 사실. 특히, 가진 것이 많은 확고한 위치를 달리고 있던 사람에게는 그 부담감은 가중된다. 송재경대표는 이런 부담감을 안고 새로운 둥지를 찾아 2003년 4월 XL게임즈를 설립한다. 더 이상 그간의 둥지에서 안주하기 싫었기 때문이요, 새롭게 날고 싶은 그의 욕망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은 물론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송대표는 게임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장으로 XL게임즈를 철저히 활용할 생각이다. 송재경대표는 “개발자가 즐거워야 좋은 게임이 나오는 것”이라며 “XL게임즈에서 만큼은 개발자들이 즐거워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본이다. 개발에 쫓기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투자, 고품질의 게임을 만드는 일은 모든 개발사가 꿈꾸고 있는 이상향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500여 개의 중소 개발사들이 하루하루 힘들게 투자를 받기 위해 혹은 투자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 “그렇죠. 돈이 중요하죠. 저 역시 개발 초장기 때, 월급을 받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고 개발의 딜레마에 빠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송재경이라는 이름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도 국내 게임개발자로서 열악한 환경에서 게임개발을 했던 적이 있었고 그 누구보다 개발자들의 고충을 알고 있다. 그런 개발자들의 고충을 알기에 그리고 성공한 개발자로 이름을 날리기에 더욱 더 개발자들에 대한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년 정도 노력했으면 조금 큰 사치를 하면서 누리면서 개발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자신이 안위나 편안함을 위한다면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날 필요가 없었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더 좋은 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XL게임즈를 설립했다. 자신의 욕심이 아닌 개발자들이 정말 원하는 게임개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국내 게임산업의 붐을 일으킨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를 뽑는다. 실제로 97년 말부터 불기 시작한 PC방 열풍의 주역에는 이 두게임이 전인차 역할을 했고 온라인게임의 인프라를 구축, 게임의 대중화에 일조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온라인게임 史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게임으로 ‘리니지’와 ‘스타크래프’를 꼽는다는 것이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새로운 게임이 시장을 주도해야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게임순위에서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는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으며, PC방 창업시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는 필수 옵션이 되고 말았다.

“결자해지요? 글쎄요(웃음). ‘리니지’의 개발자로 책임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리니지’가 국내 게임산업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고 악영향을 미친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산업이든지 굴곡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는 이어 “그간 나온 게임들이 ‘리니지’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 가장 큰 것 같다”며 “앞으로 ‘리니지’를 능가하는 게임이 나온다면 충분히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XL1’이 ‘리니지’를 넘어설 것 같은가’는 질문에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남겼다.

‘리니지’에 대한 영향력에 대해서는 이미 초탈한 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거죠. 꼭 시장에 맞게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게임이 좋으면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것이고 아니면 도태되는 것이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노력은 없지만, 유저들이 더 다양한 게임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만큼은 욕심이 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XL1’이다. 모터스포츠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목표로 개발. 모터스포츠에서 가능한 모든 게임성 있는 요소를 온라인 게임 안에 담아내, 게이머로 하여금 모터스포츠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간접 체험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 개발팀의 목표다.

End가아닌 And로
송대표는 ‘XL1’으로 하고 싶은 게 많은 듯 보였다. 아니 계획단계부터 많은 것을 준비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첫 번째가 e스포츠로 정착. ‘XL1’은 모터레이싱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그 중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레이싱 그 자체입니다.” 모터레이싱에서 보여주는 박진감을 온라인으로 여러 사람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관. “처음 MMORPG를 기획했을 때, RPG를 여러 사람이 즐긴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XL1’ 역시 실제 레이싱을 여러 사람이 즐긴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기획을 하게됐습니다.”

국내 게임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포함, 억지로 떠밀려서 나가는 e스포츠가 아닌 유저들의 힘을 빌어 e스포츠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그의 의지는 굳건했다. 두 번째는 해외진출. “최근 많은 국산 온라인게임들이 수출에 쾌거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참패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XL1’의 경우 국내 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XL1’은 개발단계부터 북미와 유럽 유저들을 타겟으로 삼아 만들었다. 아직 클로즈베타 테스트 단계지만,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네오위즈로 북미와 유럽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등, 반응은 매우 좋은 상황.

이외에도 게임내 트랙을 이용한 PPL광고를 통한 시너지효과 증대, 모터스포츠의 저변 확대기여 등, 많은 일을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게임산업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송대표. 그는 자신이 선구자임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하진 않고 있었다. 게임 개발이 좋아 시작한 일, 그리고 그 업이 천직이라고 믿고 묵묵히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다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그. 기대감과 압박감으로 게임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법도 한데, 그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다. 구속된 사회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게임에 혼을 실은 장인으로 다시 게임시장에 돌아왔기 때문일까. 그가 보여줄 게임 신천지가 기대되는 것은 비단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세계 개발자로 우뚝 선 그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프로필
+ 1967년 출생
+ 1986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입학
+ 1990년 카이스트 입학
+ 1994년 최초의 상용 머드게임 ‘쥬라기공원’제작, 넥슨 공동 창업
+ 1994-1996년 ‘바람의 나라’ 게임개발 총괄
+ 1997-2000년 ‘리니지’ 게임개발 총괄
+ 2002년 세계 최초의 매킨토시용 MMORPG(리니지) 미국 상용화
+ 2003년 XL게임즈 설립, 대표이사
+ 2005년 네오위즈와 온라인 레이싱 게임 ‘XL1’ 판권 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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