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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파크홀딩스 이범홍 대표] “한국산 휴대 게임기 매운맛, 세계인에게 전파할 것”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6.10.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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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한국을 게임강국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게임에 국한된 것일 뿐. 세계 게임시장을 놓고 보면 한국은 아직 변방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왜일까? 우리나라의 게임 개발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MMORPG로 대표되는 온라인 게임은 왕성한 수출 활동을 펼치며 게임 한류를 주도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콘솔이나 PC패키지 게임 분야 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갖춘 개발사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소비시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우리나라의 유저 층은 결코 얇지 않다. 청소년은 말할 것도 없고 8세 이하의 어린이나 20~30대 성인을 넘어 40대 이상 장년층도 게임을 즐길 정도로 두터운 유저 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을 넘어서지 못하고 게임 변방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을까? 그것은 바로 세계시장에서 아직까지도 대세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콘솔 플랫폼에 대해서는 영향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즉, 일본의 대표선수 플레이스테이션, 미국의 대표선수 X박스의 브랜드에 대적할만한 플랫폼이 아직 우리에겐 없다. 이렇듯 자국의 게임 플랫폼을 가지느냐 못 가지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 가운데 삼성도 LG도 아직 시도조차 하지 않은 척박한 국내 게임 플랫폼 개발 영역에 작은 씨앗을 뿌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GP2X’를 개발해 세계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게임파크 홀딩스의 이범홍 대표다.

-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로 국산 휴대용 게임기 ‘GP2X’개발성공
- 연간 100억 규모 매출목표 달성에 온 힘 다해…
- 세계인이 인정하는 플랫폼 완성위해 끊임없이 기술개발 할 것

고통과 인내의 산물 ‘GP2X’
과거 이범홍 대표는 잘 나간다는 증권 애널리스트였다. 그런 그가 본업을 그만두고 우리나라 최초 휴대용 게임기 ‘GP32’를 개발한 게임파크로 이직한 것은 일종의 모험과도 같았다. “제가 평소 게임을 좋아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애널리스트로서 게임파크의 사업에 대해 충분한 성공 가능성을 봤습니다.” 우리나라에 한참 벤처 붐이 일 무렵에 그는 게임파크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투자유치에 전념했다. 그리고 마침내 100억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받기에 이른다.

그때는 누구도 ‘GP32’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잦은 개발계획 변경 때문에 출시가 계속 미뤄지자 투자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억지로 내놓은 ‘GP32’의 판매 또한 신통치 않았다. 결국 게임파크는 빚더미만 떠안은 실패한 기업이 되고 말았다. “수업료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돈입니다. 지금 그만한 자본이 있다면 정말 다를 텐데 할 정도로 말이죠” 이 대표는 그 후로 끝까지 회사를 떠나지 않고 수습에 매진했다. 이 기간이 무려 2년 반이나 걸렸다. 게다가 임금을 비롯한 채무를 해결해 나가는 와중에도 끈질기게 차기 모델을 준비했다.

그러다가 2005년 초, 상처가 거의 아물 무렵 그는 돌연 게임파크와 결별하고 ‘게임파크 홀딩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분사를 선언했다. “다른 경영진과 개발방향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좀 더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게임기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 결별할 수밖에 없었죠.” 그때 이범홍 대표와 의견을 같이 하던 사람들 역시 함께 게임파크를 나와 게임파크 홀딩스를 세운다. 그리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게임파크보다 먼저 2006년 11월 그 결과물을 선보이게 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GP2X’는 탄생한 것이다.

또 한번의 시련과 극복
작년 11월 게임파크 홀딩스에서 내놓은 ‘GP2X’의 예약 판매 물량 500대는 모두 매진됐다. 그러나 너무 급했던 것일까?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인해 구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그중 300대를 리콜하는 지경에 이른다. “환불을 요구하는 유저들에게는 모두 환불을 해 줬습니다. 그러나 남은 200대를 가진 유저들은 끝까지 GP2X의 문제점을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받은 게임파크 홀딩스는 거듭되는 펌웨어 업그레이드와 생산 공정 개선을 통해 올해 5월, 만족할만한 수준의 안정성 있는 제품을 다시 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2만대 가량이 팔리며 점차 유저들 사이에서 인지도 상승 중에 있다. “가장 큰 시장은 유럽입니다. 약 70% 가량이 영국과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주로 팔리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북미나 국내에서 팔리는 대수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죠.”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범홍 대표는 가장 큰 이유로 ‘오픈 플랫폼’ 정책을 꼽았다. 즉 리눅스 기반으로 설계돼 있어 누구나 리눅스와 관련된 지식만 있다면 게임이나 대응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리눅스 프로그래머들이 많은 유럽시장에서 가장 먼저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픈플랫폼 정책은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유저들이 직접 플랫폼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유통사가 중간에서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은 매우 파격적이다. 왜냐하면 보통 플랫폼 회사의 수입원 중 하나가 프로그램 저작 툴의 독점 판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파크 홀딩스는 이러한 우위를 과감히 포기하고 유저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이러한 점이 ‘GP2X’가 기존 게임기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끊임없는 진화만이 살길이다
이범홍 대표는 GP2X의 판매 목표를 올해 연말까지 5만대로 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매출을 연간 100억원 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으로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의 니즈(Needs)에 따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러한 진화의 첫걸음으로 이대표는 ‘GP2X’를 내장 배터리 방식으로 변경하거나 무선 통신 기능인 WI-FI 기능을 탑재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출시 이후 꾸준히 각종 ‘GP2X’ 전용 액세서리를 차례차례 선보이고 있다. 가장 큰 주목 받은 것은 역시 프로그램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 패키지. ‘U/I 보드(USB Interface)’가 들어있어 프로그램 개발환경이 한층 편리해진다.

“솔직히 하드웨어 개발 기술력에 비하면 아직 리눅스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유저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GP2X’는 정식으로 선보인 지 벌써 5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타이틀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11월을 기점으로 몇몇 완성도 있는 게임들을 추려 패키지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그러나 ‘GP2X’ 기본적으로 슬롯이 SD카드 하나뿐이라 기존 CD나 DVD에 비해 생산원가가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대표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결코 이대로 멈출 수 없다
이범홍 대표는 2001년 게임파크 시절, 투자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제 곧 핸드폰에서 모두 게임이 될 텐데 누가 이런 것을 사겠습니까?” 그러나 이대표는 단호히 태생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핸드폰은 태생이 전화입니다. 게임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부족할 수밖에 없죠.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이 있다고 디지털 카메라가 안 팔리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즉 GP2X는 게임 기능에 가장 충실하면서 여러 부가기능을 접목시키는, 한마디로 ‘기본을 지키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표방한다. “결국 향후 GP2X를 이끄는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 됩니다.” 이범홍 대표는 GP2X가 유저들한테 어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면에서는 오픈플랫폼 방식과 다운로드 방식을 병행해 소프트웨어를 공급함으로써 최대한 저렴하게 유저와 만나는 것, 그리고 하드웨어 면으로는 철저히 게임기로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고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토종의 게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집념으로 달려와 결국 5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CPU성능을 현행보다 2배 이상 끌어올리고 3D가속 기능을 추가 및 안정성을 더욱 높인 차기작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대기업도 쉽게 손을 대기 힘든 세계 포터블 게임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게임파크 홀딩스의 전 직원은 놀랍게도 고작 18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 그리고 자신을 믿고 따라준 동료들이 있기에 이범홍 대표는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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