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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노리 이원술 대표] “어스토 온라인 통해 가장 손노리다운 모습 보여줄 것”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7.03.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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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노리를 빼놓고 한국 게임사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손노리는 한국 최초 롤플레잉 게임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세상에 내놓음으로서 국내 게임 개발의 여명기를 태동시킨 장본인이다. 이후 ‘다크사이드스토리’, ‘포가튼사가’, ‘악튜러스’, ‘화이트데이’ 등 주옥같은 명작을 연이어 출시하며, 199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개발사로서 유저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초고속인터넷과 온라인게임이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 말 이후, PC 패키지 게임 개발이 불법복제와 공유로 인해 완전히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명가 손노리 역시 몰락을 거듭했다.

PC 패키지 게임 개발을 완전히 접고 온라인게임을 내놨지만, 이미 신흥개발사들에게 밀려 과거 명성을 이어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게다가 2006년에는 야심차게 준비한 게임포털 ‘스타이리아’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마침내 지난 2월 23일 구름인터렉티브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손노리 이원술 대표는 다시 한번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금의 손노리를 있게 해준 게임. 바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이하 어스토 온라인)이 이원술 대표가 꺼내든 히든 카드다.

"머리요? 머리를 기르면 회사가 잘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 자만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
지난 2월 23일 오래간만에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드러낸 이원술 대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짧게 깎은 머리스타일을 한동안 고수하던 이 대표가 평범하게 머리를 기른 것. “머리요? 머리를 기르면 회사가 잘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늘 그렇듯이 이원술 대표만의 엉뚱하고 톡톡 튀는 짧은 우스갯소리였지만, 그냥 듣고 지나치기 힘든 말이었다. 지금까지 자신감 하나로 손노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왕성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던 이 대표가 이토록 작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앞으로 좀 더 자만감을 버리고 겸손해지기로 했습니다. 다시 손노리 초창기 모습으로 돌아갈려고요.” 그러나 이는 거듭되는 실패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더욱 이 대표를 누르고 있었던 것은, ‘손노리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변의 중압감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게임 개발사로서 지극히 당연한 명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그토록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유저들이 손노리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손노리로 다시 돌아가야된다고 생각합니다.”이원술 대표가 이 시점에서 ‘나 돌아갈래’를 외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적어도 과거 손노리는 유저들에게 만족을 주는 개발사였다는 것. 이를 위해 이 대표는 다소 비대해진 조직을 정비하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크게 벌이기보다, 확실하게 하나씩 하나씩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어스토니시아 스토리2’를 개발한 모바일팀을 떼어내고, 개발자 이외에 인력을 최대한 줄였다. 그리고 회사를 강남역에서 다소 한적한 방배동으로 이전해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게임은 모두 네 가지.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스토 온라인이 있다.

■ 가장 손노리다운 게임 만든다!
이원술 대표는 과거 손노리 원작을 온라인화 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스토 온라인’도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마다 늘 나오던 이야기입니다. 그때마다 더욱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세간의 평가 때문이다. “손노리가 이제 할 것이 없으니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또 관심을 끌려고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당연히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더욱이 이 대표는 이번 발표 역시 아직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구상한지는 오래됐지만 게임이 어느 정도 완성된 이후에 발표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스토 온라인’을 이토록 급히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구름 인터렉티브와의 관계도 있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본 모습은 아직 10분의 1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번 ‘어스토 온라인’에서 많은 부분 공개가 되겠죠.” ‘어스토 온라인’이 최근 대작 MMORPG 수준의 게임으로 만들어지냐는 질문에 이원술 대표는 오히려 대작이 기준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대작의 기준이 단지 규모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 힘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서비스 오픈 이후에도 컨텐츠를 차근차근 추가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모든 세계관을 구현할 수 있겠죠.” 이 대표는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기보다 차근차근 만들다 보면 결국 대작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보면 똑같이 생긴 마을 주민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는 획기적인 것이었죠. 일본도 그런 게임이 없었으니까요.” 당연히 현실세계에서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게임에서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막대한 작업량이 생기더라도 결국 이를 이뤄 내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손노리다운 게임을 만든다고 이 대표는 굳게 믿고 있다.

■ 자신감 회복이 최우선 과제
이원술 대표는 앞으로 온라인 이외에 다른 플랫폼 개발도 계속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다. 특히 관심이 가는 대목은 닌텐도DS. 손노리 색깔이 듬뿍 묻어나는 닌텐도 DS용 게임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이미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2’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PSP로 이식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모바일을 제외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방침은 아무래도 손노리 그리고 이원술 대표가 지금까지 온라인게임보다는 패키지게임에 더욱 강한 면모를 보여 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이 대표는 지금까지 테스트를 목적으로 한 게임을 제외하고 제대로 즐겨본 온라인게임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것이 곧 ‘어스토 온라인’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온라인게임을 하나도 즐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금과는 다른 더욱 신선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설령 비슷한 것이 나와도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언제나 새로운 것,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추구해 왔던 손노리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꿈을 펼치려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시련은 철저히 상업주의로 흘러갔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손노리가 적응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과 약간의 자신감이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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