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의진 교수] “게임의 미래, 역기능 속에 답이 있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7.06.18 08:3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 산업의 규모가 2조원대를 넘어섰다. 시장 규모뿐 아니라 성장세에 대한 뉴스도 희망적이다. 비약적인 발전은 게임계 앞에 ‘연일 맑음’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우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학자들의 연구는 수년째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여전히 선(先) 결과(사건), 후(後) 분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길 수년여. 드디어 기존 연구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던진 이가 등장했다. 새로움을 변혁의 키워드로 삼은 진정한 의미의 강철 여인. 선(先) 분석을 통해 후(後)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설파하는 신(新) 패러다임의 오프라인 전도사. 그녀가 바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의진(43) 교수다. 신교수가 꿈꾸는 혁명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일탈. 그녀는 다른 분야와의 공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냈다.



프로필
1995. 8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과정 졸업(의학 박사)
1994. 3 ~ 1996. 2   연세대학교 부속 세브란스 병원 소아정신과 FELLOW
1994 ~ 1996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연구강사
1998 ~ 2000. 2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전임강사
2000. 3 ~ 2006.2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조교수
2006. 3 ~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부교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해바라기 아동센터(아동성폭력치료센터) 운영위원장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찰청 여성청소년 정책 자문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전문위원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가정폭력성폭력방지 전문가 협의회 위원(여성가족부)



운명
2006년 어느 날.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동의 신경정신과 교수 신의진. 그녀는 환자들을 진찰하던 중,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 중 약 60%가 게임 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에 그녀는 게임이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수많은 관련 서적들을 파헤쳤다. 해외 연구 결과들을 찾아 헤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명쾌한 해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게임 중독에 대한 잣대마저 전무했다.



“게임과의 단절이 힘든 단계를 중독으로 보고 있다. 게임 중독과 정신 질환과의 연결 고리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정말 게임이 악영향을 미치는지, 단순한 우연인지 조차 검증되지 않고 있다. 중독의 이유부터 찾아야 한다. ‘왜 중독되는가’, ‘왜 이토록 열광하는가’ 이처럼 기본적인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치료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신교수는 게임 중독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마땅한 스폰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연구에 협력해 줄 개체군도 모자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움에 대한 스스로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신의진은 보다 큰 어려움 속에 자신을 가두기로 결심했다. 단 한번 뿐인 인생. 게임 중독은 그녀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그때 비로소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았다. 운명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신의진은 이렇게 말한다. “전체 게임 이용자의 10%, 청소년층은 30%가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인다. 이는 단순히 시대적 요구로 볼 사안이 아니다. 내가 나서야 했다.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내 아들도 게임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고난
임 중독.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 힘겨웠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적잖은 어려움들이 뒤따랐다.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마땅한 개체군이 없는 상황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끄집어낼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공중파 시사프로그램과 연계해 연구를 속행할 수 있었다.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조건을 갖춘 개체군은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게임에 중독되지 않았으되, 게임을 아는 유저가 절실했다. 폭력적 게임에 중독된 유저와 일반 캐주얼 게임에 중독된 유저도 필요했다. 이들이 모두 같은 연령대여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 붙었다. 또다시 개체군이 턱없이 부족했다.



“연구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의구심만 늘었다. 물론 새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게임 중독 역시 다른 중독 현상과 맥을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중독이란 민족성을 반영한다. 해외 알콜 중독자들은 홀로 술을 마신다. 국내의 경우, 중독자들끼리 함께 어울려 마신다. 중독이 민족성을 반영한다. 또한 술을 적당히 마실 때 수명이 증가하듯, 게임 역시 순기능이 적지 않다. 무엇이든 도가 지나칠 때 문제가 생긴다. 중독의 공통점들이라 하겠다.” 신의진은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했다. 지난 해 대한의학협회에 ‘게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진 못했다. 애당초 공명심 따윈 없었다. 보다 심도 깊은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뿐이다. 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정신의학자와 교육학자, 신문방송학과 커뮤니케이션 교수, 신경영상과 전문의가 하나의 팀을 이뤄 연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들에게 이번 연구를 함께하자고 제의한 이유는 간단하다. 각 분야별 연구와 분석을 통해 보다 완벽한 결론을 도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조를 통해 게임 중독에 대한 잣대가 완성됐다. 이들과의 만남은 내게 있어 필연, 그 자체다.” 2007년 6월. 드디어 ‘게임 과다사용과 폭력적 자극에 대한 뇌영상연구’라고 명명된 각 분야별의 본격적인 대단위 게임 관련 연구가 세계 최초로 감행됐다.



원점
디어와 교육. 신의진이 생각하는 이번 연구의 큰 줄기다. 이번 연구는 게임 중독과 이에 따른 치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폭력적 게임이 뇌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과 교육용 게임 등 기능성 게임의 효과에 대한 검증도 시도된다. 하지만 매번 그래왔듯 개체군을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과제다. 이를 해결키 위해 언론사와의 공조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단순 뇌파 연구에 비해 효과적인 FMRI 검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정 부분 지원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이뿐이 아니다. 단순 자극으로 실험할 때 결과는 보다 명확해진다. 이에 반해 게임은 복잡한 자극으로 이뤄져있다. 따라서 실험 방법 역시 조심스럽다.



“게임은 나쁘다. 게임은 좋지 않다. 선입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보도된 바와 같이 조승희가 게임의 악영향으로 인해 살인하게 된 것인지, 살인자 조승희가 단지 게임을 즐겼을 뿐인지. 연구 없는 주장은 무의미하다. 게임 중독 환자들 역시 맹목적인 치료가 아닌 근원적인 치료가 시급하다.”



의학박사 신의진. 그녀는 스스로의 사전에 브레이크는 없다고 역설한다. 게임 관련 연구. 그녀는 올해 내 이번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차후에 진행될  게임 관련 연구의 시발점이 된다. 첫 단추의 중요성. 그녀가 이번 연구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머지않아 또다른 공조가 이뤄진다. 미국 영상촬영팀과 함께 게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병행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은 게임 강국이다. 바로 여기에 게임의 역기능에 대한 연구가 더욱 절실한 이유가 있다. 게임의 유해성을 연구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한다면 분명 수출에도, 게임의 인식 재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게임이 갖고 있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자유로워질 것은 당연하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정신의학박사 신의진 교수. 그녀의 게임에 대한 거침없는 연구는 이미 본궤도에 올라섰다.

■ Side Story

등급분류제도, 문제 있다!
신의진. 그녀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제도에 제동을 걸었다. 어른들의 시각만으로 심의 등급을 분류하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폭력적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 등 보다 심도 깊은 연구나 이를 근거로 한 구체적인 자료 하나 없이 완성된 분류 척도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보이는 선정성 보다 실제 청소년들이 느끼는 선정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폭력성 역시 다르지 않음을 간과하고 있는 현행 등급분류제도의 문제점이 중독을 낳는다고 역설했다. 맥락적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안을 만들고, 보다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등급분류제도의 폐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진=김은진 기자|ejui77@kyunghyang.com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