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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서지수, 문호준] 서지수, 프로리그 출전 “금녀 벽 허물 터” … 문호준, ‘카트’ 최연소 기록 갱신 진행 중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9.01.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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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누구보다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두 명의 e스포츠 스타가 있다.
‘스타크래프트’로 금녀의 벽을 허물고 있는 ‘여제’ 서지수(25)와 ‘카트라이더’의 ‘소황제’ 문호준(13)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올해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스타 게이머로 주목받고 있다. 띠 동갑 나이차를 비롯해 성별, 팀, 종목 등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외에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연초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서지수와 문호준이 ‘소띠 프로게이머’로, 새해 남다른 각오를 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서지수는 지난 1월 10일 약 3년 만에 프로리그에 출전, 당당하게 남성 프로게이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여기에 문호준도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근면하고 우직한 이미지의 소처럼 묵묵히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두 사람이 본지를 통해 의남매를 맺고 2009년 희망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게임 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지난 1월 12일 용산 상설경기장에서 서지수와 문호준의 만남이 이뤄졌다. 오프라인 상에서는 처음 얼굴을 마주한다는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자마자 자연스러운 오누이의 모습을 연출했다. 서지수는 띠 동갑 아래인 문호준을 ‘대단한 어린 후배’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문호준 역시 ‘실제로 보니 더 예쁘다’면서 쑥스러워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e스포츠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힘든 점과 즐거운 점, 앞으로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지수(이하 지수)] 오, 미안. 누나가 조금 지각했지. 안녕.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네. 반갑다, 호준아.


[문호준 (이하 호준)] 안녕하세요. 지수 누나. TV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까 신기해요. 우리 팀 형들한테는 누나가 인기 최고에요.



[지수] 호호. 아, 그래? 누나가 감기가 걸려서 너한테 옮길까봐 걱정된다.
요즘 ‘카트라이더 왕중왕전’ 준비하느라 바쁘다면서. 네 소식 가끔 기사로 접하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작년에는 ‘카트라이더’ 정규리그에서 3회 우승했지? 그 때 기분 어땠어?


[호준] 헤헤. 누나도 여성부 리그에서 3회 우승한 적 있잖아요. 저는 얼떨떨했어요. 워낙 잘하는 형들이 많아서 이길 줄 몰랐거든요. ‘카트라이더’는 아마추어 선수들도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프로게이머들하고 실력차가 얼마 안 나는 편이에요. 꾸준히 연습하는 게 정말 중요하죠. 컨디션을 계속 유지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우승하고 나면 보람도 생기고 좋아요.



[지수] 그렇지. 우승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 나도 호준이처럼 그런 기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누나도 너처럼 연습 정말 많이 하고 있어. 여자라서 숙소 생활의 어려움도 있지만 모른 척 하고 열심히 하는 거지. 후후, 호준이 말대로 성실하게 연습하다보면 조금씩 성과를 얻게 되잖아. 그런데, 호준아. 너 고향이 군산이지. 그럼, 경기 있을 때마다 서울에 올라오는 거야?  


[호준] 아, 학교도 다녀야 되니까 경기 있을 때만 서울에 올라와요. 처음 대회 참가했을 때에는 감독님(아빠)이 저를 데리고 왔다 갔다 하셨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 다녀요. 힘들긴 하지만 학교 친구들하고 공부하면서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걸요. 그래서 전학도 안 가고 경기 있을 때만 올라와요. 가끔은 친구들하고 놀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정말 연습하기 싫어요. 히히.



[지수] 그렇지.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 후후. 그렇지만 누나는 한 번도 프로게이머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단다.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고 우리를 통해서 e스포츠가 많이 알려지면 또 관심을 가져주니까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은 것 같아. 가끔은 이런 모습을 안 좋게 보는 팬들도 있는 것 같지만.


[호준] 저도 볼이 통통하다고 귀엽다면서 볼 꼬집어주는 주변 분들도 계신데요. 인터넷을 보면 전부 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자신만만한 모습을 ‘건방지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고 학교에서도 나를 밉게 보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아요. 흑흑.



[지수] 호준아, 그런 것들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면 안 돼. 누나도 한 때 악성 댓글 때문에 사람들 만나는 것도 피할 정도로 힘들었거든. 나이가 어려서 호준이가 더 힘들겠지만 이겨낼 수 있어.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시선으로 우릴 볼 수 없는 거잖아. 대신 더 열심히 해서 실력으로 우리가 떳떳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되잖아.


[호준] 참, 누나. 얼마 전에 프로리그 출전했잖아요. 그 때는 떨리지 않았어요? 저도 TV로 봤는데 져서 너무 아쉬웠어요.



[지수] 응. 떨리지는 않았어. 지는 것은 걱정도 안하고 이기는 생각만 하고 임했거든. 예전에는 긴장도 많이 했는데 이젠 그것보다 연습 때만큼 해서 이기자는 생각 밖에 안 들더라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워. 판단력이 부족한 탓이야. 더 실력을 키워서 다음에는 꼭 이길거야.

나도 호준이처럼 일찍 데뷔할 걸 그랬나봐. 무엇인가를 더 할 수 있다는 게 누나는 너무 부럽다.


[호준] 아니에요. 호준이도 고민이 많다고요. e스포츠 팬들이 국산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타크래프트’ 만큼 얼마나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은데요. 가끔 감독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호준아. 스타로 전향할래’라고 하시는데 저는 ‘카트라이더’로 시작한 유저라서 그런지 진짜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지수] 그렇지. 누나도 ‘카트라이더’ 얼마나 잘하는데. 호호. 국산 종목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호준이가 잘 하면 잘 할수록 더 잘 될 거야. 만약에 말이야. 호준아. 정말 전향하고 싶다면 누나한테 말해주기다. 누나랑 연습 좀 해야지.


[호준] 흐흐. 네. 그럴게요. 그 전에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요. 왕중왕전 대회가 곧 열릴 텐데 여기서 우승하는 것 하고요. e스포츠 대상 시상식에서 2연속 수상하는 거랍니다. 욕심이 많죠. 히히.



[지수] 아니야. 열심히 하는 호준이 보면서 누나도 많이 배우는 걸. 누나도 계속 프로리그에 도전할 생각이야. 출전 기회를 계속 얻어서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 호준이도 누나가 응원할 테니까 건강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길 바랄게. 


[호준] 누나도 꼭 소원 이뤄서 뜻깊은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누나. 안녕!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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