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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입법학회 한상희 회장]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세상 꿈꾸는 개혁주의자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1.03.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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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법 개정안은 상식에 어긋난 법안 주장 조급한 성과주의 아닌 실질적 · 전문적 대안 마련 ‘일침’


"저도 어릴 때 부모님이 그렇게 말리시던 ‘빨간책’을 수도 없이 보고 자랐습니다. 그래도 멀쩡하게 잘 컸지 않습니까. ‘혹시’하는 마음에 무조건적으로 막기보다는 더 올바른 방향으로활용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는 것이 옳습니다."


최근 게임산업진흥법의 통과로 그 이면에 비춰진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개정안이 초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청보법 개정안 중 하나인 ‘셧다운제’는 지금까지도 논란을 일으키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법조계의 움직임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난 20년동안 입법과정에 대해 지켜본 한국입법학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단체다. 단독 법안을 두고 심층적인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폭 넓은 학술 활동을 통해 이번 청보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입법을 연구하는 그들은 청보법 개정안과 셧다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입법학회 한상희 회장을 만나 명쾌한 해설을 들어봤다.



한상희 회장은 지난 30년동안 법조계에 몸 담으면서 올바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바른말을 서슴지 않았던 인사다.


그의 첫 인상은 인상 좋은 동네 아저씨다. 외모에서 날카로움이 풍기기 마련인 법조계 인사라는 생각 보다는, 문인의 향기가 나는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만나자 마자 콩음료 두개를 내놓은 그는 “이것 밖에 없어서”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동명이인을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하는 소탈함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한 뒤 5분만에 땀을 뻘뻘 흘리게되고, 20분이 지나자 ‘자녀는 어떠세요?’라고 묻도록 만드는 그의 위력에는 두 손 두 발 다들 수 밖에 없었다. 청산유수처럼 쏟아내는 그의 말은 논리정연 했고, 오히려 ‘이대로 옮겨도 괜찮을까’할 정도로 강경한 인물은 한 회장이 처음이다.





▲ 한국입법학회 한상희 회장


[셧다운제는 성급한 법안]
“이번 개정안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청소년 분야를 직접적으로 다루게 된 여성가족부가 성과에 급급해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 회장이 바라본 청보법 개정안은 법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 청보법이라는 큰 틀 안에 시행령에서나 나옴직한 세칙인 ‘셧다운 제도’를 크게 명시하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입법하는 것 자체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입법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가 이번 법안을 심도 깊게 연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연구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번 법안은 청소년의 행복을 추구할권리와 표현의 자유 등 많은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 또, 한 분야를 두고 16세 이하는 여성가족부가, 16세 이상은 문화관광부가 관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규제만 있을 뿐, 범위도 대책도 구체적인 규칙도 심지어 법률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한 졸속법안이라고 그는 강경하게 말한다.


“우리나라 법조계의 공통적인 문제점입니다. 일단 제정하고 본다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단순히 위험하다’하며 지레 겁먹은 상황에서 법안을 서둘러 제정하고 통과시킨 후,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은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관점으로 보라]
그는 이번 개정안은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법안 자체가 핀트가 빗나간 채 제작됐다는 주장이다. “아이를 굶겨 죽이고 홧김에 누구를 칼로 찌르고 분명히 그런 일들이 우리 사회에 일어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부분 성인들이 저지르는 잘못입니다. 그렇다면 성인이 저지르는 잘못에 왜 청소년들을 제재해야 하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와전된 경향이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부 청소년들의 그릇된 행동이 보도된 바 있다. 그렇기에 무조건 어른들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는 조금 다른 의미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번 법안은 사이버 공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명제도 역시 마찬가지 관점이라고 봅니다. 비슷한 사례로‘과거 TV를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라는 말이 나돌았던 적 있습니다. 상식처럼 느껴지지만,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부모와 자녀가 소통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서 출발한 상대적 소외감이 근본 원인입니다. 내버려두면 해결될 일인데, 지레 겁먹은 부모들의 불안감이 투영된 것이라 봅니다.”


그는 게임 과몰입 현상에서 출발한 이번 제도가 시작된 책임은 근본적으로 부모로부터 나온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자녀와 함께 조금 더 호흡하고 관심을 기울이기를 택하고, 새로운것을 학습하기 보다 전적으로 막는 길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올바른 가정교육이 예방의 핵심]
한상희 입법학회장은 ‘셧다운 제도’를 운영하는 원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지금의 법안을 통한 강제적 제약 보다 여성가족부의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시켜야 하는 역할을 부모에게 달려있다고 봅니다. 물론 산업화의부작용으로 인해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면서, 굳이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발견될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상황에서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은 법을 제정해 못하도록 막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올바르게 가족들을 지도할 수 있는 방향을 교육하는 대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상희 회장 추천도서


●주역



한상희 학회장은 주역을 읽으면서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는 “가끔 궤를 놓아보면서 인생에 필요한 의미들을 되새기고 있다”라며 “궤가 옳든 그르든 그 것이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김으로써 이 달에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주곤 합니다”라고 밝혔다.


한상희 회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 박사(1984 ~ 1993)
● 경성대학교 법정대학 법학과 교수(1985~ 1997)
● 현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97~ )
● 제 3기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 (2005 ~)
● 한국 입법학회 회장 (2010 ~ )
● 한국 공법학회 부회장 (2010 ~ )
● 국회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2010 ~ )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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