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게임을 이 시대 최고의 스포츠라 말하는 강영호 변호사

  • 윤영진
  • 입력 2004.06.14 18:2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A 전문 변호사 강영호(32). 그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 단정하면서도 온화한 미소, 깔끔하게 정돈된 옷차림. 인사 후 그가 내민 한 마디 말은 그를 보고 상상했던 첫 이미지를 단방에 날려버렸다.

“하마터면 고시 낙방할 뻔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제가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가장 큰 걸림돌이 뭐였는지 아세요?(웃음)” 사법고시는커녕 운전면허 필기 시험도 억지로 본 기자가 알 턱이 없잖는가.

하기야 이런 질문은 답변을 기대하고 한 질문도 아닐 터이니. 역시나 스스로 답한다. “게임과의 싸움이었죠. 법전 앞에서 유닛들이 아른거리고, 귀에서는 어택 명령이 떨어지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를 정의 내릴 수 있는 한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매니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는 분들을 만나봐야 고작 술만 마시다 보니 몸도 축나고 가족들의 걱정도 대단하더군요.” 이는 지인들을 적게 만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물론 직업상 그럴 순 없겠지만 말이다. 뭐 싱글벙글한 웃음 띈 얼굴로 이렇듯 서문을 여는 걸 보면 이미 혜안을 찾은 듯 싶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게임은 최고의 스포츠죠.” 역시나. “제 스스로 오프라인 게임 전도사가 돼버렸어요. 사람들에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권유했더니 처음 시큰둥한 표정과는 달리 지금은 모두들 좋아하더군요. 이제는 만나면 술집 보다 PC방을 먼저 찾아요.”

게임을 사람들과 친해지는 촉매제로 삼고, 게임의 장점만을 골라 스스로도 취미를 즐기는 지략가다운 모습. 그가 자기 관리에 철저하단 말에 공감이 갔다. 단순한 매니아로 치부하기엔 그가 게임을 통해 얻는 것은 너무도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요즘도 하루 한시간 이상은 반드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그이지만 온라인 게임은 결코 거들 떠도 보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큰일납니다. 전 한번 빠지면 걷잡을 수가 없어요. 굉장히 몰입하는 성격이거든요. 솔직히 해보고도 싶은데 직장 생활에 통제가 안될 것 같아서요.”

과연 성격 탓일까. “이미 패키지 게임의 매력에 푸욱 빠진 뒤라 사실 온라인 게임이 껴들 자리도 없죠.” 역시나 성격 탓이었다.

“국내 게임 산업은 점차 커져가고 있습니다. 시장이 형성되고,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소송과 분쟁도 일어나고 있죠.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게임 관련 전문 법조인은 없지 않습니까. 게임을 잘하는 것보다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게임 관련 법규 역시 완벽하게 마스터한 법조인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어요.”

단순히 일석삼조의 혜택을 찾아낸 똑똑한 매니아로 지켜봤던 강 변호사. 그는 어느새 다시금 법조인으로 앉아있었다. 그는 그만의 독특한 발상으로 게임계와 법조계를 연결할 멋진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 전문 변호사를 희망한다니. 독창적이라고나 할까.

“게임이 스포츠라면, 게이머는 선수죠. 페어플레이 정신이 필요해요. 맵핵이나 치팅 프로그램,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의 악용. 모두 본래의 의미를 벗어난 부분들이죠. 이런 모습이 사라질 때 게임이 단순한 유희 문화가 아닌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