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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기획 플랜 요구하는 회사원 김병훈씨

  • 윤영진
  • 입력 2004.11.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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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즐기다보면 참으로 허무할 때가 많아요. 솔직히 매번 패치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유저들이나 제 아바타를 보노라면 이제는 욕이 나올 만큼 화가 치밀죠.”

수많은 온라인게임을 즐겨왔지만, 이젠 지칠 대로 지쳐 수년 동안 이어온 게임과의 인연을 끓어버렸다고 말하는 회사원 김병훈(25)씨. 아직까지도 분을 삭이지 못한 듯 과격한 표현을 늘어놓는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소개로 온라인게임을 접한 뒤, 게임삼매경에 빠져 지내오길 2년여. 하지만 얻은 것은 즐거움보다 배신과 안타까움이었다고.

“게임은 제 생활의 일부분이었어요. 친구들과의 만남보다 게임이 더 좋았고, 다른 유저들과 친분을 쌓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죠.” 한때나마 게임과 알콩달콩 사랑에 빠졌던 그답게 이별을 선언하는데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가 게임을 접어야만 했던 이유. 과연 무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패치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은 그 특성상 완성된 게임이 아니다. 그러한 만큼 계속된 패치는 게임의 즐거움을 창출하고 보다 나은 게임을 만드는 주춧돌 역할을 하게된다. 수년간 게임을 즐겨온 그가 이에 적응(이해가 아닌) 못할리 만무하다. “정기적인 게임 패치는 물론, 밸런스를 위해 가끔 진행하는 패치 뒤에 게임을 접해본 적이 있나요? 모든 것이 변해버립니다. 그 동안 키워온 아바타의 능력들은 한낱 쓰레기가 되기 십상이죠.”

유저들은 보다 키우기 쉬운, 보다 강한 아바타를 원한다. 그런 만큼 조금이라도 강하거나, 빠른 육성이 가능한 클래스라면 너도나도 해당 클래스를 키우는 일이 다반사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렇게 키워 온 클래스에 대해 어느 날 급작스런 밸런스 패치라는 명목으로 가위질에 들어간다. 물론 사전 공지를 하거나, 사과도 없다.

“인기 클래스를 키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동일한 노력을 들이고 보다 나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데 거절하겠습니까.”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다른 유저들과의 친분을 포기할 수 없어 새로운 클래스를 키워봤다. 하지만 또다시 패치 단행. 이렇게 수차례 새로운 클래스를 키우다보니 이제는 해당 게임 이름만 들어도 짜증이 밀려온다는 김병훈씨.

“게임을 원하는 목적이나 방향대로 기획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있을 것입니다. 매번 상황에 맞춰 기획하는 것이라면 이는 기획이 아니죠. 확실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기획이라면 문제 발견 당시 바로 공지를 해야합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정 안되겠다 싶을 만큼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면 공식적인 사과가 우선시 돼야죠. 아울러, 다른 클래스들이 좋아지는 방향이 옳지 않나요. 특정 클래스 죽이기. 이젠 지겹습니다.”

정식으로 매달 정액료를 내고 즐기는 게임인 만큼 보상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열변을 토하는 김병훈씨. 이미 게임계를 떠난 그가 게임회사에 부탁하고자 하는 바는 단 하나다. “유저들은 고객이지 결코 봉이 아닙니다. 또한 게임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개발자보다 유저입니다. 모든 유저들이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이해해 주리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것입니다.”

철저한 계획과 패치 내역을 미리 알리는 것. 결코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여하튼 고객을 우선시하지 않는 현재의 게임계는 또 한명의 열혈유저를 잃었다. 이제라도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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