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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매니아 아들 둔 주부 심순화 씨

  • 윤영진
  • 입력 2004.11.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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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는 것 뭐라 할 게 있나요. 백해무익한 것도 아니고요.” 게임을 좋아하는 1남 1녀의 중학생 자녀를 둔 전업주부 심순화씨(41). 여느 부모들과 같이 그녀 역시 게임에 빠져 사는 아들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게임을 못하게 하면 못하게 할수록, 더욱 게임에 몰입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게됐다.

이 때 느낀 것이 무조건적인 금지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게임을 사이에 두고 아들과 사투를 벌이기 3달여.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게임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왜 이토록 열정적으로 접근하는가. 답변은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단답형이었다.

평소 화끈한 성격의 그녀답게 아들이 학교에 간 틈을 타 직접 게임이라는 신문화(?)에 도전해 볼 결심을 하게 된다. 처음 접한 게임은 윈도우 바탕화면에 띄워져 있던 ‘카트라이더’. 기본적으로 인터넷 서핑이나 메일링, 워드 정도는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그녀였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분야임을 실감했다.

1시간 남짓 게임을 즐기자 룰은 알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도무지 손이 따라주지 않았다. 오기가 솟았다나. 계속해서 시간 내에 골인 지점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던 심순화 주부. 비록 1위와는 거리가 먼 순위지만, 수시간만에 골인 지점을 통과하자 그 쾌감이 상당했다고.

“게임을 즐기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뭐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죠. 공부나 운동 등 보다 생산적인 일에 매진하면 좋으련만. 하지만 어쩌겠어요. 자신이 좋다는 걸(웃음).” 이후 그녀 역시도 게임을 즐기며 준준 매니아급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자녀의 눈높이에서 게임을 대했던 결과다. 또한 이미 아들에겐 하루 2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놨다. 게임 시간을 보장하자, 이제는 한결 공부에도 매진한다.

어느 정도 게임을 즐기다보니 기존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들 또한 적지 않다. “많은 부모들이 게임의 순기능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죠. 기껏해야 게임을 당근 삼아 학업에 열중케 하는 정도랄까요.” 직접 게임을 즐겨보고, 자녀의 입장에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는 것이 우선시 돼야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 심순화 주부.

물론 그녀 역시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게임들의 중독성이나 사행성, 선정성 등은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 여기에 별다른 보완 장치조차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만큼, 보다 다양한 게임 장르나 게임성은 필요하겠죠. 그러나 각 연령대에 맞는 게임 운영이나, 게임 이용료 납부에 대한 접근이 너무 용이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죠.”

게임업계에 대한 따끔한 일침. 게임을 자녀와의 의사소통 창구로 이용하고, 자신 역시도 게임이라는 신문물을 즐길 줄 아는 혜안을 지닌 21세기형 주부 심순화. 그녀가 게이머로서가 아닌, 게임의 순기능을 이해하는 대모로서 진정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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