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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 외치는 PC방 알바생 노종희 씨

  • 윤영진
  • 입력 2004.12.0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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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은 이제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창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들 하죠. 하지만 언론매체의 보도와는 달리, 실상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아요.” 휴학생인 동시에 PC방 아르바이트 경력 3년차인 노종희(28)씨.

그가 지난 3년간 수많은 고객들을 대하며 느낀 것은 PC방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화의 주체가 돼야할 대다수 고객들의 수준이 아직은 문화를 향유하기엔 한참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번 방문하고 말 것이라면 모르되, 그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침을 뱉거나 담뱃재를 아무 곳에나 터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정도면 그나마 양호한 상태. 일부 몰지각한 유저들은 마치 여관인양 잠을 목적으로 방문해 코를 골거나 소주를 사와 마시는 진풍경 연출하는 것을 비롯, 금연석에 대한 의식조차 희미한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그러시면 안 된다고 수 차례에 걸쳐 부탁을 해보지만, 이 정도의 고객이라면 ‘30분만 자겠다’거나 ‘한잔만 더 하겠다’ 혹은 ‘이것까지만 태우겠노라’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물론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한때는 짜증을 넘어 분노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고. “얼마 전 일이었죠. 단골이긴 하지만, 결코 단골이길 거부하고 싶던 고객분이 계셨어요. 언제나 그 분이 다녀간 자리 주변엔 다른 분들이 앉는 것 자체도 거리낄만큼 불결한 장소로 만드는 분이셨거든요.”

그의 말이 이어진다. “그런데 그 분이 앉은자리에 누군가 씹다 버린 껌이 있었나 봐요. 바지에 껌이 엉겨붙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 수준의 난리를 피었죠. 바로바로 청소를 못한 제 잘못이 큰 만큼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세탁비를 물어드렸습니다. 다행히 그 정도 선에서 끝이 났지만, 그분이 과거 보여주셨던 행동이나 난리를 피웠던 행태 역시 의자에 껌을 뱉어버렸던 어느 고객분의 수준과 매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록 흔치 않은 일례지만 노씨가 힘주어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해왔던 일들에 대한 결과물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껌을 뱉어버린 사람도, 껌을 깔고 앉은 유저도 모두 고객이란 사실이다. 반대로 청결함이라는 매너를 지킨다면 그 과실 또한 고객에게 돌아갈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

“누워서 침 뱉기죠. 문화는 즐기기만 하는 선에서 끝나면 안됩니다. 보다 성숙된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죠.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여기에서 발생되는 보다 쾌적한 환경과 혜택들.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겠습니까.”

물론 PC방 협회나 업주, 정부의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유저 스스로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어느 정도의 의무는 이행해야하지 않을까. 계속된 노력과 성숙함은 필요함을 넘어 절실하다. 이는 노종희씨가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꼈던 지난 3년간의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향후 3년 뒤에도 그대로 연출될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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