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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유저 권익 외치는 백조 아가씨 백현숙씨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4.12.1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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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P 안전구역 확보해야”

“PVP 뿐만 아니라 혈맹간의 전쟁인 혈전이나 공성전 역시 게임의 주요 시스템입니다. 동일한 정액료를 지불하고 이를 즐기지 않는다면 되레 손해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만큼 게임 내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요.”

7개월 전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맞은 후, 취업준비에 한창인 백현숙(26)씨. 그녀가 게임을 접한 건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3개월 전, 친구에게 급히 메일을 보내기 위해 찾아갔던 어느 PC방.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빠져있었다. 무얼까.

그 중 유독 하나의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그래픽에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에 관한 한 일자무식이었던 백씨인지라 도통 어떻게 해야하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니 천상 매니아의 자질을 갖춘 백씨였다.

“그래픽이 멋지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이 시간에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점에 놀라움이 컸죠.” 호기심이 일었던 백씨는 PC방 직원에게 게임에 대해 물었다. 귀찮으리만큼 묻고 또 묻고 나중에는 아예 분석집을 구입해 독파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이후 게임 시스템을 빠르게 익혀가며 게임 삼매경에 빠져들길 1개월 남짓.

그 날도 어김없이 사냥을 즐기고 있었던 백씨. 하지만 일진이 나빴던 걸까. 매일 사냥을 해왔던 그 곳에 난데없이 빨간색 아이디가 불쑥 나타났다. 좀 특이하다 싶었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찰나, 갑작스레 자신을 공격을 향해 퍼부었고 백씨의 아바타는 바닥에 쓰러졌다.

“정말 황당했죠. 너무 놀라서 손이 다 떨릴 지경이었어요.” 이 사건 뒤부터는 빨간색 아이디가 사람을 해친 범법자. 즉, 카오라는 것을 알게됐다. 이제는 카오만 보면 일단 자리를 피한다고. 게임에 익숙해진 지금도 빨간 아이디를 보면 흠칫 놀란다는 백씨.

그러나 최근 더 지독한 일을 당했다. 백씨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은 그 특성상 고레벨에 다다르면 파티 사냥이 주류를 이룬다. 그 날도 어김없이 파티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혈마크를 단 몇몇 사람들이 올라오더니 상대혈맹과 혈전을 치렀던 파티원을 계속해서 죽이는 것이었다.

“부활시키면 또 죽이고 또 죽이고 하더라고요. 결국 그 분은 마을로 가버렸고 저희도 더 이상 사냥이 불가능했죠.” 분명 혈전이나 PVP가 시스템인 것은 사실이나 보복이라는 이유로 이렇듯 무필(무한 필드, 필드나 던전에 들어가 상대 혈원을 무차별 살행하는 행위)을 행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백현숙씨.

“혈전이든 PVP든 그 때가 지나면 싸웠던 사람들끼리도 파티를 맺고 함께 즐기는 것이 게임 아닌가요.” 그녀는 무차별적인 살인도 문제지만, 이렇듯 아무 곳에서나 거리낌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시스템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중이 원한다는 이유로 소수 유저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보다 많은 유저들이 보다 많은 즐거움을 창출할 수 있게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은 게임업계의 의무 사항이 아닐까. 이제 게임업계도 나무에서 벗어나,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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