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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통해 사랑 쟁취한 문상훈·차민주 부부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4.12.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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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은 중매쟁이”

“게임요? 저희에겐 중매쟁이나 다름없죠(웃음).” 온라인게임 ‘A3’를 통해 만남을 가져오던 중 지난 11월 24일 결국 결혼에 골인한 문상훈(31. 인테리어업), 차민주(27. 간호사)씨 부부. 이제는 게임을 통한 결혼이야 진부할 때도 됐건만. 이들의 깨소금 냄새는 너무도 고소해 서버 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이들의 만남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 그 자체였다. 아무런 상관이 없던 이들의 아이디가 서로 너무도 유사했기 때문. 문상훈씨의 아이디가 ‘달빛수호’였고 차민주씨의 게임 내 아이디는 ‘미르수호’였다. 물론 게임에서 만나기 전까지 이들은 전혀 모르던 상태.

비슷한 아이디에 둘 다 초고레벨에 해당하는 레벨 155와 146이었으니. 자연스레 고레벨 존에서 자주 만나게 됐고, 아이디도 유사한 만큼 좀 더 친근감 있는 만남을 지속할 수 있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우연을 가장한 행운이 찾아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둘 다 부산지역에 거주한다는 사실. 이를 알게된 이들은 실제로 만나본 뒤 서로에게 끌리게 됐고 이 같은 호감은 애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게임을 통해 데이트를 즐기다보니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문상훈씨의 말에 아내 차민주씨가 되받아 친다. “그것보다 데이트비용을 아껴서 더 좋아했을 거예요.” ‘들켰나’라며 머쓱하게 웃는 문상훈씨. 물론 게임이 사랑을 쟁취하는데 결정적 촉매제가 된 것은 사실이나, 게임으로 인해 다툰 일도 적지 않았다. 바로 서로 자신의 장비를 챙기기 위한 반목이었다.

“남자가 쪼잔하게 자기 아이템부터 챙기려 한다니까요.” “내가 먼저 맞춘 후에 더 좋은 걸로 맞춰주려 했던거지(웃음).” 아이템 앞에 돌부처 없다 했던가. 함께 놀고 싶을 때도 게임에만 빠져있는 상대를 보면 야속할 때도 적지 않았다고. 이렇듯 사랑싸움이든, 게임에서의 만남이든 간에 시간이 흐를 수록 점차 사랑이 깊어질 밖에.

이러던 와중에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커뮤니티의 즐거움에 입수하기 위해 기사단(길드)에 가입한 이들. 이젠 기사단 내에서 ‘닭살커플’로 통한다나. 그 만큼 깨소금 볶는 냄새가 진동을 했던 탓이리라.

“사랑하는 건 창피하거나 숨길게 아니에요. 실제로 결혼할 때도 기사단 분들에게 축복도 많이 받았고요.” 차민주씨의 당당함에 더욱 매료된 문상훈씨. 하지만 이들에게도 한가지 걱정이 있었다. 바로 게임을 통해 만난 만큼 부모님들의 반대가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게임이나 하는 X을 뭘 믿고 결혼하냐” 따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이와는 반대로 사람 좋아 보인다며 부모님이 되레 적극적이었다.

게임 매니아들인 만큼 혼수품 1호는 역시나 2대의 컴퓨터. 싸울 일이 없도록 사양도 동일하다. “사랑이나 게임이나 노력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결과는 언제나 한 만큼 되돌아오거든요.” 이제는 자신보다 서로의 아이템을 챙겨주려고 몰래 앵벌이에 열중하고 있다는 깨소금부부. 그들의 깨소금은 이제 온라인세상을 오프라인 세상까지 진동하고 있다.

“게임요? 저희에겐 행복에 접속하는 일인걸요.”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게임도 즐기는 사람에 따라 역기능과 순기능의 모습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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