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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구리엔터테인먼트 김태환 사장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7.08.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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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구리엔터테인먼트 김태환 사장(37)은 90년대 중반 PC통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머드게임 ‘마법의 대륙’을 홀로 만든 장본인이다. ‘마법의 대륙’은 하이텔, 나우누리, 넷츠고 등에서 9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2000년까지 줄곧 인기순위 1, 2위를 차지하며 선풍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으로 따지면 ‘리니지’쯤 되는 인기를 얻었던 것. 또한 당시 ‘마법의 대륙’의 성공요인이었던 대규모 전쟁 시스템, 환생 시스템, 매크로 시스템은 오늘날 온라인 게임에서도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았다.



“유저 욕구 채워주는 게임 만들기에 매진”

- 머드게임 ‘마법의 대륙’ 첫 신호... 마니아 중심으로 서비스 진행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게임 개발
김태환 사장이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에 입학한 김태환 사장은 전공 공부보다 오히려 게임개발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 “그때 만든 것이 ‘더 라스트 기가스’라는 PC게임이었어요. 거인족이 등장하는 판타지 RPG 장르 게임이었죠.” 김 사장은 이 게임을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는데 반응이 예상 외로 상당히 좋았다. 이에 용기를 얻은 김 사장은 계속 게임 개발에 몰두했고, 94년도에는 그가 만든 ‘마법의 대륙’이 하이텔을 통해 최초로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되는 결실을 낳았다.

당시 ‘마법의 대륙’은 서비스를 시작한지 3년 만에 머드게임 1위에 등극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지금이야 일반화 됐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정말 획기적인 시스템이 많았거든요. 특히 대규모 전쟁 시스템의 경우에는 다른 머드게임이 모두 따라할 정도였죠.” 동시 접속자 수가 1만 명을 돌파하면서 월 매출 1억 원이 넘을 정도로 수익도 짭짤했다. 그리고 혼자 만든 게임인 만큼 이 돈은 고스란히 김 사장 몫이 됐다. 게다가 서버 비용도 따로 들지 않았다. 학교 회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때 제가 학교 서버 트래픽의 40%를 사용했었어요.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서버를 관리하던 사람들마저도 모두 제 게임의 열렬한 유저였기 때문이죠.”

이후에도 ‘마법의대륙’은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혼자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던 김태환 사장에게도 체력적인 한계가 오기 시작 했다.



단 한 번의 패치 실패 몰락 원인
여기에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머그(MUG) 게임이 머드게임의 인기를 누르기 시작하면서, ‘마법의 대륙’ 또한 머그게임으로 재탄생시킬 필요도 있었다. “4년 동안 하루 평균 세 시간밖에 자지 않고 게임 개발에 몰입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건강을 챙길 시간도 없었죠” 결국 김 사장은 99년도에 미르소프트를 설립하고 직원을 30명 까지 대폭 늘리는 등 본격적인 회사 외형을 갖추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마법의 대륙’ 머그 버전 역시 전작 못지않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렇게 잘나가던 게임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김 사장 혼자 만들 때와는 달리 여러 사람이 매달리면서 게임의 정체성을 계속 잃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2000년에 실시한 한 번의 패치가 유저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면서 많은 수의 유저가 한 번에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게임이 갑자기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였죠. 그러나 이미 유저들이 빠져나가고 나고 나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유저들의 요구로 부활
비록 많은 수의 유저들이 빠져나갔지만 김태환 사장은 죽기 살기로 ‘마법의 대륙’의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갔다. 10년 가까이 게임을 즐겨온 유저들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에는 최고 레벨에 도달하면 다시 1레벨로 시작하는 환생시스템이 있어요. 그런데 그 환생을 무려 450번이나 한 유저가 있을 정도 였죠.” 그러나 2005년에 이르러 경영난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김 사장은 눈물을 머금고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다. 결국 하나의 게임을 11년 동안이나 서비스하면서 인생의 단 맛과 쓴 맛을 모두 본 김 사장에게 남은 것은 거액의 은행 빚 뿐이었다.

그런 김 사장에게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것은 다름 아닌 유저들이다. 오랫동안 재미있게 즐겼던 옛 게임을 잊지 못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마법의 대륙’ 부활 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첫 사랑을 다시 보고 싶은 남자의 심정이었을까? 이렇게 모인 유저가 무려 5천 명을 넘어섰다. “고마울 따름이죠. 요즘 같이 대작 온라인게임이 넘쳐나는 때에 옛날 구닥다리 게임을 잊지 않고 좋아해주니까요.”

현재 김 사장은 펭구리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다시 설립했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홀로 묵묵히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많은 유저를 떠나가게 했던 문제의 패치 이전 버전을 기반으로 리뉴얼하는 만큼 모든 면에서 지금 온라인게임과 비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마법의 대륙’이 다시 잘 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게임의 본질은 유저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는데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마법의 대륙’은 충분히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11년이나 게임을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저력, 그 뒤에는 그의 게임을 사랑해주는 유저들이 있었다. 2007년 재탄생 ‘마법의 대륙’이 기대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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