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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업으로서 게임의 역할

  • 경향게임스
  • 입력 2004.11.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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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노출돼 있는 문화를 접하게 된다. 그 가운데 IT정보산업 분야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게임분야.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것들이 있다.

첫째, 게임의 소재가 ‘무협’ 아니면 ‘판타지’로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많은 캐주얼 게임들이 등장하고 인기를 얻음에 따라 소재면에서 다양해진 바는 있지만 어느 정도 비용을 들린, 특히 MMORPG 분야는 서비스되는 게임을 지켜보면 여전히 한정된 소재에서 머리를 쥐어 짜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번째는 ‘게임 시스템’이 너무 낯설다. 우리 한민족은 고대로부터 ‘두레’나 ‘품앗이’ 등을 통해 ‘협동성’을 중시하는 민족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게임들은 서로서로 협동을 강조하기보단 반목과 갈등을 빚는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외국에서 제작된 게임들이 이런 경쟁심을 배제하고 협동을 강조하는 느낌을 받는다.

세 번째로는 디자인이다. 외국의 유명한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에 ‘한국적인 분위기’가 도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속으로 내심 흐뭇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대부분 게임들의 과연 어떨까. 정작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문화산업 전반적인 ‘문화 상품화’의 실패이다.

게임도 문화산업의 일종이다. 다른 문화산업과 별개로 갈 수는 없다. 즉 게임의 기반이 될만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주는 만화, 소설 등이 한정된 소재에서 제작되고 있고, 아주 좋은 소재거리 제공처인 애니메이션 업계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 국내에서 제작한 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수익도 꽤 올렸다. 또한 한국산 드라마들이 아시아권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연애인들도 ‘한류 열풍’이라는 붐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엔 오래갈 순 없다고 본다. 영화계나 연예계에 불어닥친 호황바람은 몇몇 뛰어난 개인에 의한 특이한 발상의 소산이지 우리가 지니고 있는 문화의 우수성이 어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로는, 게임 개발자들의 역사 의식이다. 근 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민족은 많은 아픔을 겪었다. 일제강점시기, 민족동란, 그리고 독재정권을 겪으면서 문화적으로도 많이 후퇴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시기를 거치며 쏟아져 들어온 외래문화들. 무분별한 문화적 흡수는 탈대중화가 되는 현시대에 기형적인 결과물로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잡았다.

오프라인쪽은 사회적 정화기능이 어느 정도 작용이 되어 순화된 모습을 지닌다면 온라인쪽은 정화기능 자체가 힘든 익명성이라는 요소로 인해 다양한 문화의 격전장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누구보다 컴퓨터를 많이 접했을 게임개발자들도 이러한 혼란에서 예외일순 없다. 개발자들의 문화적 일탈은 또 다른 일탈된 커뮤니티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개발자들도 정확한 역사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부의 전문적 지식 결여에 있다. 게임산업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이 관여돼 있다. 하지만 이 세 곳 어디에서도 게임 컨텐츠에 대한 사전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사후 처리문제만 다루고 있다. 일부에 존재하는 개발지원금, 우수 게임시상과 같은 지원 정책들은 정부 외에 다른 일반 투자자, 잡지사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다가올 문화와 스포츠시대에 발맞춰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거시적인 산업육성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고낭비만 할 뿐이다. 오히려 문화산업 전반적으로 지나친 규제와 제동으로 컨텐츠의 제한을 가져왔다. 다양한 컨텐츠가 나오고 이를 선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길러야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 문화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잔머리 굴리기만 키워준 꼴이다. 우리의 문화상품 발굴보다는 어떠한 규제도 다 피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품만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시급한 당면과제는 기존 문화상품의 리모델링과 새로운 문화상품의 발굴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산업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게임 이러한 산업은 별개로 갈 수 없는 것이다. 서로 긴밀하게 공조하여 세계가 우러러보고 우리의 후세대가 가꾸고 지켜 나갈만한 문화 상품들을 개발해 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미진한 부분을 찾아 배우고 익힌 후 더욱 가치를 불려 후대에 물려준다면 다음 세대, 아니면 그 다음 세대의 우리 민족은 장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강국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 조이온 개발팀 김대현 그래픽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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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게재됐던 게임스 컬럼면이 창간 3주년을 맞이해 고정 필진이 컬럼을 기고하는 형태로 바뀝니다. 보다 심층적인 컬럼 지면을 위해 글을 기고해주실 필진은 웹젠의 김영환 운영팀 팀장, 조이온의 김대현 그래픽 팀장, 동서게임채널 윤원빈 대표, CGB 엔터테인먼트 송동석 이사, 소프트맥스 윤성현 이사 등 업계 관계자와 게임지 기자출신인 홍성민씨가 유저를 대표해 글을 씁니다. 추후, 콘솔이나 PC게임 관련 매장 점주들도 추가할 생각입니다. 다음 주에는 웹젠 김영환 운영팀장의 ‘능동적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컬럼을 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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