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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의 게임서비스는 어디로 갔는가

  • 경향게임스
  • 입력 2004.11.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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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는 세계적인 그래픽 프로세서 업체인 XX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기자회견장을 통해 뉴스는 빠른 속도를 타고 IT업계로 퍼져나갔다. 내용이야 어찌됐건 무언가 대단해 보인다. 국내 게임회사가 세계적인 그래픽 칩셋 제조회사와 3D온라인 게임 개발의 최적 환경 제공을 위한 기술적, 마케팅적 협력을 약속했다니.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국내 온라인게임들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신호탄으로 풀이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PC 게임을 하기 위해 게임을 인스톨하고 인트로 동영상을 보면 개발사 로고가 뜨기전에 그래픽 칩셋 제조회사 로고가 떴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해 낸 듯 유저들은 그래픽 카드의 종류와 최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야만 매니아 측에 낄 수 있다는 논리도 있었다. 물론 99% 이상이 외국산 수입 게임들이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온라인으로 변신한 게임회사에서 개발,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기술 제휴를 체결한 그래픽 칩셋 업체의 로고가 멋지게 삽입된다. 그동안 개발사와 유통사의 로고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유저들의 그래픽 안목을 다시한번 올리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은 칩셋사의 로고는 세계적이지 않은가. 온라인 게임의 메카로 불리는 한국의 게임은 바로 세계로 통한다. 그만큼 세계화가 진행된 상황에서의 이번 뉴스는 또다른 업그레이드의 획을 그은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세계적인 로고 마저 삽입됐으니 이제 세계적인 게임이라 당당히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왠지 아쉬움이 느껴진다.

전국에 최고의 사양으로 무장된 PC방이라는 인프라가 갖춰지고 그 분야에서도 세계화가 진전되고 있다. 또한 개발사는 유저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보다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즉 대중화를 위해야 한다는 뜻이다. MMORPG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시장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층과 최신 키워드, 초딩들의 반란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왠지 이름만으로 가볍게 보이는 캐주얼 게임이지만 집에서, PC방에서, 대합실에서 대중 층은 쉽게 접속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한다. 즉 MMORPG 층이 매니아층이라면 아무 PC 나 쉽게 로그인할 수 있는 사양을 원하는 일반인 유저들과 초등학생 유저들의 수준은 대중 층에 속하는 것이다.

어쩌면 보다 좋은 그래픽을 제공키 위함이라는 개발사의 명분은 정답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게임의 멋진 이펙트와 화려한 그래픽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 그래픽카드를 써라’라는 조건. 그러면서 그래픽의 변화에 순응하고 발전을 이루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하지만 유저들의 환경이나 입장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정책적 결정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사기 쉽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온라인 게임계를 선도하고 이끌어 나가야 할 포스트 리니지 업체들이 업무 체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니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야 한다는 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하드코어 한 MMPRPG를 만들어야만 얼굴이 선다는 심리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게임 투자가들이 캐주얼 게임에 눈을 돌렸다는 사실도 인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은 그래픽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재미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어느 순간 온라인게임을 즐기기 위한 새로운 과정이 생겨났다. 유료화 단행 직전 시행되는 ‘실명제 서비스’. 유저들의 제대로 된 신상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이다. 유료 신청 역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만 가능하다. 결국 한번에 끝날 회원 가입 신청을 유저몰이를 위한 방편으로 삼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동시접속자수가 늘어나니 게임회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을 터.

그러나 유저는 결코 봉이 아니다. 당연히 유료 신청 시에는 실명제가 기본이다. 인터넷 성격상 실명제를 기피하는 유저들이 많은 것도 당연한 것이지만 유료화 직전에 개인신상 공개는 회원수, 동접수만을 단순히 자랑하고픈 개발사의 욕심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그래픽 칩셋 사와의 전략적 업무 체결이라는 위업 뒤에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유저들의 엇갈린 명암 앞에 국내 온라인게임의 미래가 과연 밝다 말할 수 있을 것인가.

/CGB 엔터테인먼트 송동석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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