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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드게임 시장의 미래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11.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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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의 보드게임 컨벤션인 ‘슈피엘2003’. ‘슈피엘 2003’(www.merz-verlag.com)은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독일 에쎈에서 개최된 보드게임 전시회로 그 규모와 전통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전시회다.

보드게임의 ‘종주국’격인 독일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를 보며 감회가 남달랐다. 행사장 면적만 375.00평방미터로 그 외형적인 규모만으로도 입이 벌어질 정도다. 작년방문객은 14만 8천명, 21개국에서 온 573개 회사의 부스가 있었다고 한다. 매년 100여개의 언론사에서 취재를 오는 그야말로 세계최고의 보드게임 컨벤션이다.
올해 또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단 행사에 참여하면서 무엇보다 크게 느낀 것은 일단 독일 게임시장의 크기와 건강한 토대였다. 그 넓은 행사장이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한 순간도 한가한 시간 없이 사람들로 시끌벅적 했다.

특히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 비디오, 온라인 관련 행사에 주로 청소년과 청 장년층이 모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족단위로 모여 건강하고 즐겁게 게임을 즐긴다는 점 한가지만으로도 참 부러웠다. 그리고 그렇게 폭넓은 보드게이머 층을 기반으로,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게임을 소개할 기회도 많고 이로써 다양한 게임들이 나타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도 부럽기 그지없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또한 최근 국내 보드게임시장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꽤 많은 한국업체들이 바이어로서 참가한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 주된 목적은 한국판 게임의 라이센스를 획득하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인들끼리의 라이센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독일 회사들의 계약 조건도 점점 한국인들에게 불리하게 흐른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개발자들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독일 유명 개발자중에는 한국업체들에게 현지에서 인기 없는 자신의 게임들을 떠넘기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대부분 한국 기업들의 목적이 외국 게임을 수입하거나 라이센스를 취득하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만난 한 개발자의 말이 그래서 더욱 귓가에 남는다. 그는 “당신네 한국인들은 이렇게 많은 독일게임들을 사가기만 해서 도대체 어디에 쓰는 것이냐”는 시니컬한 질문을 던졌다. 나름대로 우리 다고이의 목적은 한국에도 보드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이곳 업체들에게 알리고, 우리가 개발한 ‘삼국이야기’와 차후 출시될 게임들의 수출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 그도 마음 문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첫날부터 행사장 전체의 규모에 위축됐지만, 이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또한 현지의 개발자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개임 개발의 노하우, 독일의 게임 제작 시스템, 게임 문화, 저작권의 확보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때로는 호의 어린 조언과 사업제안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처음 참가해보는 대회라, 전날까지 다고이 게임들의 영문판과 매뉴얼을 준비하느라 이틀 밤을 샜고, 심한 감기와 과로가 겹쳐 저녁마다 코피를 흘려가며 강행군을 해야만 했다. 아직 국내 보드게임시장에서 이같은 행사를 지원할 어떠한 기반이 없다는 것이 행사참여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 보드게임 시장도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단계다. 독일의 탄탄한 시장이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 현재와 같이 외산게임의 수입에 의존해서는 더 이상 국내보드게임의 미래는 없다. 독일 보드게임시장의 폭넓고 건강한 토대층과, 그들이 들려준 제도적인 탄탄함이 우리 보드게임 시장에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현재 이같은 붐이 외산 보드게임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 미래는 없다는 점이다. 짧은 체류기간이었지만 국내 보드게임시장을 되돌아보기에는 나름대로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정희권 | 다고이 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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