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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종사자는 문화산업의 리더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7.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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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오락실에 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탈선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시절을 보낸 나에게 컴퓨터와 게임은 사실 지금의 어린 세대처럼 그리 친근한 존재가 아니었다. 대신 비디오가 대대적으로 보급이 되면서 나와 내 또래들은 영화에 빠졌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가수 이상은을 보기 위해 영화 담다디의 개봉일 종로의 한 영화관의 문을 부쉈다. 영화 음악 프로그램을 새벽2시까지 들으면서 시네마천국의 토토에게 편지를 쓰고, 천장지구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뛰는 오천련을 보고 엉엉 울면서 퉁퉁 불은 라면을 먹었다.

캐빈 코스트너의 이미지들을 오려 영어 사전 케이스와 가방을 만들고, 영화잡지 스크린을 탐독하며 헐리우드를 동경했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유치하다고 절대 극장에서는 보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프랑스 예술 영화들을 찾아보고, 세미나를 하고 졸업후에는 훌륭한 한국영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열정을 불태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자금부터 경쟁이 안되는 데 뭐…’ 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설프고 짧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90년대에 들어서 한국영화를 보면서 놀라기 시작했다. 한국영화가 헐리우드 영화보다 재미있어 지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가 오히려 동원 관객수에서 헐리우드 영화를 뛰어넘었다. 아이디어와 기획, 그리고 연출에 있어서 한국영화는 정말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주었다. 나는 그것이 70∼80년대 영화에 그들의 젊음과 열정을 바친 수많은 인재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대학시절 게임을 만든다는 친구가 며칠 밤을 새고 씻지 않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서클룸에 들어왔을 때, 우리 모두는 전자공학과를 다니는 아이가 무슨 게임 따위를 만드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굴지의 온라인게임의 메인 프로그래머로 인정받고 있는 그를 보고 다들 놀라서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그 친구와 같은 젊은이들이 밤을 새고 라면을 먹으면서 개발을 해왔음에 새삼 놀랐다. ‘아하..그랬었구나…’.

게임회사에 들어와 게임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대부분 학교 다닐 때부터 게임에 미쳐서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인생의 목표는 세계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란다.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며칠 밤을 회사에서 숙박하며 게임 그래픽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 아내가 게임 하는 것을 싫어해서 새벽에 일어나, 게임을 하고 공부하느라 매일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오는 기획자, 해외 명문 공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게임회사를 다닌다고 집안에서 왕따가 된 프로그래머, 미국 시민권과 수억대의 연봉을 버리고 본인의 이름을 건 게임을 위해 블리자드에서 한국으로 온 이장욱 이사 등.

게임이 너무 좋아 미친 이 모든 사람들의 꿈은 단 하나. 재미있고 훌륭한 게임을 한국에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TV에서 그들이 만든 한국게임으로 프로게이머들이 리그를 하고, 게임 올림픽을 치르며 세계의 게이머들이 그들의 게임을 즐기는 것을 꿈꾼다.

요즘은 어느 모임에 가나 아는 사람의 한 명 쯤은 게임업계에 종사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가문에도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벌써 4명이니, 그도 그럴 법하다. 최근 결혼한 커플들은 스포츠방송이 아니라 게임 방송만 본다고 부부싸움을 한단다.

젊은이들을 이끄는 문화의 주류가 바뀌고 있다. 많은 능력 있는 젊은 친구들이 게임 쪽으로 몰리고 있다. 그들을 위한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고, 뛰어난 전문 인력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난리다.

게임을 차세대 신규 사업으로 투자할 정도로 게임산업은 고도로 발전하고 있다. 얼마 후면 우리가 만든 한국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수출되고, 한국 게임으로 리그를 진행하고 그 리그 방송이 대대적인 인기를 끌 것이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영화인이라 예술인으로 높게 칭하는 것처럼 이제 게임계에 종사하는 게임인들도 새로운 문화의 선구자, 리더로 인정받을 날을 기대해 본다.

/ 이현정 제이씨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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