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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식]「한국 게임 개발자 협의회」회장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3.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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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새로운 한해를 맞이했던 것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따사로운 날씨와 함께 4월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해 게임계에서 이슈화 되었던 여러 가지 문제들도 봄기운과 함께 어느 사이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는 듯 하고, 그와 함께 올해의 새로운 다짐들까지 함께 잊혀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다.

대략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던 국내 게임 시장은 지금 돌아보면 어느새 이만큼 성장 했나 놀랄 만큼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1999년 ‘스타크래프트’ 로부터 급속히 커져버린 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의 대세로 흐르면서 가히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지난해 절정을 이루어 게임계 성공 신화를 창조하였다.

양적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은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만한 일이겠지만 호사다마라고 하였던가? 단순히 양적인 성장 외에 일부 업체들이 개발한 게임 해악설, 업체간의 표절 논쟁, 업체 내부의 잦은 CEO 교체 및 내부 권력 갈등 심화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일 게임계 호사가들의 입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시장은 변하고, 또 게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변화,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의 변화 속에서 우리 게임제작자들은 어떤 변화를 가져야만 할까? 그것은 바로 긍정적인 변화로의 지속적인 모색과 발전이다. 그동안 게임제작이 돈 안 되는 직업, 밥 굶는 직업, 애들 놀이를 만드는 직업이었다면 이제는 21세기 문화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써 우리 스스로부터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만 한다.

1990년대 초반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도 없던 시절에 사람들에게 직업소개를 위해 ‘갤러그’를 설명했던 일들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리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게임 제작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고 게임을 제작한다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지듯이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바로 게임이 아닌 문화를 창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유희와 문화는 분명 큰 차이를 지니고 있다. 문화라는 것은 사회에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구이며, 또한 한 사회를 모습을 표출하는 대변자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또한 무엇보다 한 민족과 나라를 표현하고 또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게임을 만들고 있는 이라면 스스로에게 한번 되물어보자. 나는 내가 지금 만드는 이 작품에 무엇을 담으려 하는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당신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장인이며, 또한 쟁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를 위해, 그리고 유저의 중독과 돈을 벌기 위한 수단과 장치로만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할 것이다. 그런 행위들이 단기적으로 게임계의 파이를 키우고, 또 게임계를 비전 있게 보이게 할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게임이라는 자체를 해악하고, 또 저급한 문화로 만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긍정적인 발전을 가져야할 시기가 왔다. 더 이상 게임을 해악하고, 불건전한 청소년의 놀이 도구로, 또 성매매와 조직 폭력이 난무하는 범죄로 소굴로 만들지 말자. 스스로 처음 게임 제작을 꿈꾸고 열망했던 그 시절의 꿈을 생각해 보라. 게임을 통해 감동하고 또한 흥분했던 그 순간들의 열정을 잊지 말라. 그리고 우리는 그런 순수했던 열정과 감동을 우리의 게이머들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자.

- 한국 게임 개발자 협의회 회장 정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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