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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이소프넷」 코룸 사업부장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3.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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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오래 쓴 사람이라면 아마 ‘알타비스타’ 라는, 당시로서는 영향력이 매우 컸던 검색사이트를 기억할 것이다. 야후가 생기기도 이전, ‘검색포탈’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때부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이 사이트는 야후에 선두자리를 뺏긴 이후 완전히 그늘에 묻혀버리게 되었다. 한때 웹브라우져 시장을 석권했던 넷스케이프처럼, ‘그땐 그랬지’ 의 유행가 속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떤 산업이든 마찬가지지만,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부각되고 업계의 선두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은 초기시장 뿐이다. 과도기를 지나 어느 정도 시장이 고착화되면 결국 메이저 몇몇 업체로 시장은 재편되고, 그 틈을 비집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투자와 도전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누구도 해줄 수는 없지만 말이다. 2003년 벽두를 달구는 몇몇 메이저 게임들의 선전과 세몰이를 보면서 요즘 게임시장도 과도기를 지나 고착화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롭게 부상한 게임들이라도 해도 신생개발사의 게임은 거의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해도 대부분이 시장의 주도권을 지닌 메이저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게임들이다. 즉, 기술과 아이디어, 투지만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벤처정신의 시대는 이미 지나버린 것이다. 신생게임업체들은 꾸준히 생겨나고 새롭게 게임쪽으로 발을 디디는 업체들도 많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누군가 새로 게임회사를 차리고 인원을 뽑는다고 하면 솔직히 한숨이 먼저 나오는 게 사실이다. 기술 집약적이고 노하우가 중요시되는 게임업계에서 신생업체가 시장이 요구하는 최소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내기도 힘들 뿐더러 설사 만들어낸다고 해도 성공하기까지는 더 어렵고 힘든 관문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라는 게 일회적인 상품이 아니라 지속되는 서비스의 개념으로 정립된 지금, 빈약한 자본력과 조직력으로는 도저히 그 관문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시장을 장악한 메이저 업체들과 준 메이저 업체들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고착화된 시장은 정체되기 마련이다. 새로운 유저층의 영입과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피가 주는 자극과 경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이를 키울 생각은 않고 나눠먹기에 열중하다간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너무 암울한 이야기인 듯 하지만 사실 이런 상황은 어느 시장에서나 항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닥칠 문제들이다.

이쯤에서 항상 요구되는 것이 바로 패러다임의 전환과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다. 현재 게임시장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을 넘어서지 않으면 시장은 정체되고 신규업체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게임시장은 태생적으로 상상력과 창조성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라는 테제에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게임을 사랑하고 꿈꿔오던 수많은 게이머와 개발자들 덕분에 그저 희망사항으로만 여겨지던 수천의 유저들이 같이 게임하고 즐기는 온라인게임 시대가 열린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오늘도 게임의 정체성와 방향성을 고민하고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개발자들의 건투를 빈다.

- 이소프넷 박성준 코룸 사업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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