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현준]「컴투스」마케팅팀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3.03 20:4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근길 아침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휴대폰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바일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휴대폰 화면을 등 너머로 쳐다보게 되었다.

그 사람이 열심히 하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내가 회사에 아이템을 제안해서 개발을 했고 얼마 전 막 서비스를 시작했던 게임이었다. 너무 뿌듯하기도 하고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라도 한 번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게임이 하루에도 천 여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음을 볼 때, 전국에서 내가 제작에 참여했던 게임을 수만명이 이용하고 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쯤되면 게임도 몇 만부의 판매를 자랑하는 잡지나 신문, 방송처럼 하나의 대중매체로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드라마에서 잠깐 스쳐지나간 카페나 음식점에 갑자기 손님들이 몰리게 되고, 대중스타가 착용했던 목걸이나 팔찌 등이 초유행을 기록하는 것은 대중들이 매체를 보면서 모방 행위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주위 환경에서 받아들이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운전을 하던 중에 평소에 애인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던 운전 조심하라는 얘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밥을 먹다가 어느 책에서 읽은 맛있는 요리법이 언뜻 떠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 중에 대중 매체 특히, 영화나 TV와 같이 멀티미디어적인 요소를 보유한 매체들은 현실 세계와 동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지난 9.11 테러 때, 헐리웃의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테러행위들이 실제 사건으로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에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액션물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영화의 제작에 비중을 둘 것을 표명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대구지하철 사건은 지하철 내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소재로 삼은 모 영화의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대중매체들이 대중들의 의식 속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대중매체의 공급자들이 어떤 책임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예가 아닐까 생각된다.

게임 역시도 이러한 면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현실과 착각해서 동생이나 친구를 구타하고 살인하는 사건까지도 일어났으니 말이다. 나 역시도 게임 속에서 상대 캐릭터를 치고 때리는 행위를 한참동안 지속하다보면, 게임을 하고 난 후에도 그러한 장면이 머리 속에 남아 떠오르던 것을 수 차례 경험하곤 했다.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소비자들의 호응도 및 상업성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은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가미해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곤 한다. 그러나, 게임제작자들의 이러한 생각들은 은연중에 소비자들의 의식 속에 폭력성이나 선정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은 위와 같은 사건들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면에서 다른 대중 매체의 제작자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들 역시도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자신의 제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생각해 보는 사회적인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아이엠샘>이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감정이 무엇인지 가족들 간의 정이란 무엇인지를 느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소중함을 잃었던 친구나 가족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곤 했다. 이러한 좋은 소재를 담고 있는 게임이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러한 게임을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이번 대구 지하철 사건에서 아까운 생을 마감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 컴투스 마케팅팀 박현준 -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