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명석] 노리개소프트 대표이사

  • 경향게임스
  • 입력 2002.10.08 13:5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 말, 낯설은 영국 런던의 한 거리.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통신업자를 비롯한 모바일게임 유통업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시선은 우리를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실은 노키아측이 한 호텔에 마련한 ‘노키아 글로벌 게임 써미트(NGGA)’ 이란 행사장에서 였다.

그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과 호기심 어린 파란 눈망울은 당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들떠있기보다 보다 냉철하게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흥분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말이다. 이제부터는 기간의 성과와 결과를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해 철저한 시장조사와 그에 따른 수익성 분석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점검해 보자. 솔직히 이번 출장에서 보여준 외국 업체들의 관심과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우리의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해외시장은 현재 우리가 익숙해 있는 국내 시장 상황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게임제작 플랫폼부터 서비스의 핵심인 통신방식까지 우리에겐 모든 것이 생소하며 그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거기다가 시장 구매력은 마치 2000년 국내에서 처음 서비스를 준비할 당시를 연상 할 만큼 아직은 갖추어 져 있지 않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시장도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둔 한국의 시장처럼 정착되길 바라고 있으나 향후의 성공여부는 역시 반반일 것이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무분별한 해외투자에서 오는 리스크를 방지하고자 지금까지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해외시장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단 처음부터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환상은 금물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아직 해외시장은 게임이 가능한 신형폰의 보급, 즉 가용시장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각 지역마다(특히 유럽시장은 망의 개방이 오래 전에 이루어져 우리처럼 특정 국가의 몇몇 통신업체가 그 국가의 통신망을 점유하고 있는 형태가 아니다.

즉 대부분의 거대 통신업체가 다국적 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 서비스를 하고있는 메이저급 통신자들이 저마다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통해 보급대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성공여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공한다 해도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사려된다.

게다가 시장이 형성된다 해도 우리의 실정과 너무나 다른, 솔직히 불합리한 요소가 복병처럼 존재한다. 바로 통신업자와 게임제공자(CP)와의 수익 분배율이다. 모바일 부가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한국과 일본에서 통신업자들은 자신들의 몫을 최대한 줄이면서 CP(Contents Provider)들을 지원해 탄탄한 서비스 체계를 만드는데 노력한 반면, 아직 유럽의 통신업자들은 초기 설비 비용 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단지 10%의 수익만을 요구하는 반면 유럽은 무려 50%의 분배구조를 발표해 놓고 있다. 아무리 환율에서 오는 기대수익을 반영한다 해도 국내업체에겐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수익 구조이다.

그렇다면 수출에 임하는 국내 업체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모두들 시장선점과 성급한 투자로 인한 막대한 타격사이에서 자칫 순교자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초기 선점이 성공한다면 꿀맛 같은 미래가 보장될지 모르나 그 반대의 상황일 경우 그나마 국내에서 이루어 놓은 기반마저 흔들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자는 현재 해외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업체들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싶다. ‘먼저 국내에서의 기반을 보다 확고히 하면서 보다 느긋한 자세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어떤 업체들은 국내에서의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겠다고 벌써부터 준비를 하는 듯 하다.

하지만, 필자가 예전 상사에서 수입업무를 보던 때도 물품 수입 전 항상 상대기업의 자국 시장 점유율을 참고했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그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수출을 준비한다면 그 이상으로 자국 내 기반 확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시장선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외국계 에이전트의 유혹에 빠져서 자칫 섣부른 판단으로 불합리한 계약을 체결해 나중에 후회하기보다는, 국내 시장에 충실하며 천천히 해외시장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린다면 훗날 성공한 해외수출의 선도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