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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식] 재미창조 대표이사

  • 경향게임스
  • 입력 2002.07.0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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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의 마력 혹은 재미의 본질을 논하자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사실감 넘치는 타격감, 혹은 복걸복의 아이템 획득, 단순한 레벨 노가다만으로 쉽게 만족할 수 있는 고렙으로서의 우월감. 무엇이라 언급해도, 그 논평들에는 한 가지 공통된 경향이 내포돼 있다. 바로 욕망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지니고 있는 욕망이라는 기저위에서 대체로 온라인게임의 재미와 마력을 언급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그것은 강력한 근거를 갖는 얘기다. 거창한 말로 문명 혹은 문화라는 것이 결국 시대 변화에 따라 어떻게 인간이 내재된 욕망을 좀 더 다양하게 좀 더 자극적으로 충족할까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사실 게임개발자를 포함한 모든 문화 생산자들이 흥행이라는 주요한 기준점을 갖고 있다.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은 우리에게 그런 경향을 좀 더 피부로 체감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인터넷의 바다 속에서 이제 포르노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버렸고, 게임적 재미 역시 욕망의 궤도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 존재니 자유의지니 하는 거창한 쟁이(?)정신보다는 잿밥이 더 달콤하다. 게임 개발에 참여한 나로서도 사실 그 준엄한 쟁이정신 앞에 떳떳이 설 용기는 아직 없다.
그러나, 내 내면 속에 있는 이 부끄러움마저 지우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떳떳한 작품하나가 내면 속에 남아있는 이 부끄러움 속에서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인터랙티비티가 주는 즐거움과 지능발달이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여름 영국의 경제사회연구원은 컴퓨터게임이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과 정서함양에 오리려 도움이 된다며, 게임을 적당히 즐기는 아이들에게서 프로 운동선수나 우주 비행사들에게 나타나는 고도의 집중력과 적응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게임의 활용도가 커져가고 있다. 마이크로포로즈사의 롤러코스트 타이쿤은 물리학과 경제학의 기초원리를 가르치는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이렇듯 게임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작품을 생산해 내는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창의적인지 되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온라인 RPG 게임들이 이름 모를 몬스터들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아야 최고가 된다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RPG류의 경우 스켈레톤, 좀비 등 인간의 변종들이 몬스터로 출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들을 죽이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그에 따라 게임상의 계급인 레벨이 주어진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진행해야만 하는 몬스터 사냥의 결말은 대개 엄청나게 피가 튀기게 함으로 유저의 시각과 청각을 극도로 자극시키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진다. 유저는 또다시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게임의 지존이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게임은 폭력적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가 없으며, 현재도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이 끊임없이 제작,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온라인 RPG라는 장르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요소라고 단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를 주는 요소가 그저 포르노가 주는 그것과 같다면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컨텐츠의 핵심은 바로 재미에 있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이해하고 동의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것을 생산하는 일은 단기간에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블랙홀을 탐험하는 것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가장 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막대한 자본으로 시설, 설비를 확보하면 컨텐츠쯤은 자본으로 해결한다는 안이한 발상이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작품은 늘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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