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수많은 기업들이 게임시장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소프트, 디지털 및 글로벌 시대로 변모하는 상황에서 게임을 21세기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한번 대박이 나면 일정 기간 동안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해외진출이 용이하고, 영화,애니메이션,음악,캐릭터 등 다른 콘텐츠 산업으로의 활용도가 다양하며 파급력도 크다. 또 주 이용자층인 10-20세대들을 중심으로 회사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한마디로 첨단 및 문화 콘텐츠를 통한 수익 모델 발굴과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려는 기업들의 입장에선 미래산업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게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 늦췄다가는 다른 경쟁업체들에 밀려 나중에 들어가고 싶어도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을 염려해 선점을 하고자 하는 포석이다.
물론 중견,대기업들이 자본력과 유통,마케팅력을 앞세워 게임시장에 뛰어들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산업 초창기 대기업에서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경험한 적도 있고, 한때 국내 웬만큼 한다 하는 포털 업체들이 게임사업에 손을 댔지만 NHN,넷마블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음,야후코리아 등은 당초 예상과 달리 이용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해 게임사업을 분리하거나 축소했다. 게임과 그나마 연관성이 있어 보였던 대형 포털들조차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2~3년만에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새롭게 게임산업에 진출을 선언했거나 준비하는 기업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기존 게임업계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선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다들 고만고만해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게임이 없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눈을 확 사로 잡을 정도의 재미있는 게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충분한 사전 시장 조사와 좋은 콘텐츠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 게임 전문가들을 확보해야 한다. 적절하게 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탄탄한 PC방 인프라도 구축을 해놔야 한다. 또 상호 다른 기업 문화나 업무 프로세스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발사와 서비스간의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단순히 자본력만 믿고 나열식 라인업을 구성해 가지고는 명함을 내밀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나으며, 기존 업종에서 쌓은 브랜드 파워면 되겠지 하는 생각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어쩌면 수십억 또는 수백억원 이상의 아까운 수업료만 지불하고 쓸쓸하게 퇴장하는 업체들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악어가 뭍으로 나오면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동물의 세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국내 게임산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유무형의 미래 가치를 눈 앞에서 놓치고 쉽지 않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자칫하다간 뭍으로 나오자 마자 다른 맹수들의 공격을 받아 시작도 하기 전에 숨이 끊어 지는 슬픈 악어 신세가 될 수도 있다.
/CCR 홍보팀 윤용화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