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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뽑는다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6.08.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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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개발자 있으면 공유 좀 하지?” 평소 잘 알던 한 작은 개발사 사장의 전화였다. 누가 봐도 전 직원 수가 10명도 안 되는 신생 개발사에 물어 볼 만한 질문은 아니다. ‘우리도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바쁘다’는 말로 거절을 대신하고는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물론 별 기대나 생각 없이 지나가는 말로 물어 본 것이겠지만, 필자 역시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이 개발자 수급이었기에 예사롭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주위의 중소 규모의 개발사 사장들 역시 대부분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개발사 사장의 가장 큰 임무가 개발자 채용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까? 항상 던지는 질문이다. 높은 연봉? 주식? 인센티브? 개발 환경? 멋진 커리어? 사실 필자가 봐도 다 중요한 조건들이고, 좋은 인재일수록 당연히 다 중요시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위의 것들 중 대부분은 중소 개발사로서는 쉽게 충족시키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래서 대형 개발사에 사람들이 몰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요구되는 게임의 규모와 퀄리티가 높아질수록 중소 개발사의 성공 가능성은 계속 낮아질 수 있다는 불길한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게임은 100%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던가. 인재 없이는 이 치열한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을 만한 게임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창업 초기,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아트 디렉터를 채용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대상자들과 정서나 조건들이 조금씩 어긋나 선뜻 채용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던 즈음,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내심 상당한 실력자로 인정하고 있던 친구가 퇴사를 결심했다기에 한 달여에 걸쳐 삼고초려하여 겨우 데려 올 수 있었다. 물론 이전 회사나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던 회사들의 조건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조건이었다. 어쩌면 개인적인 친분과 신뢰가 가장 큰 작용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채용이 문제였다. 그런데, 대형 개발사의 입사 허가까지 받아놓을 정도로 보기에도 훌륭한 마인드와 경력, 그리고 실력을 가진 친구들이 기꺼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좋은 아트 디렉터와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자신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신뢰가 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끊임없이 자신의 발전을 추구하는 인재가 회사 일도 잘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던 필자로서는, 이것으로 새로 채용한 인재들에 대해 역시 신뢰를 가지게 됐으며, 이들은 모두 현재 200% 만족스러울 정도로 훌륭한 업무 성과로 필자의 신뢰에 보답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직원’이 아닌 ‘인재’ 채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용하려는 사람의 ‘정성’과 ‘신뢰’라는 점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이런 가치를 가장 중시할 만큼 자신에게 자신 있는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인재’가 아니겠는가. 물론 나중에 회사가 커지면서 기존 인재들과 이후 인재들에 대한 다양한 보상 정책과 대우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라도 인재들에 대한 이 원칙을 기본으로 삼으려 한다. 큰 회사가 아니어서 오히려 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들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마냥 행복한 요즘이다.

/온즈소프트 강학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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