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돌컴의 거칠 컬럼(6회)] 개발자와 경영자 간의 괴리(乖離) Ⅳ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7.04.09 10:0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대로 개발자가 경영자를 내쳐 버린 경우도 많다. 한국 최초의 3D MMORPG ‘뮤’를 개발한 웹젠의 경우, 경영자인 이수영 사장을 개발자였던 김남주 이사가 내쳐 버린 경우다. 이수영 사장은 1990년대에 미리내 소프트에서 해외 부문을 담당하다가 퇴사 후 그래픽 디자이너로 게임업계에 입문한 김남주 씨와 손을 잡았다. 이수영 사장의 인맥과 영업력으로 나스닥까지 상장하게 된 웹젠이었으나, 김남주 이사는 웹젠의 최고경영자였던 이수영 사장을 주주총회에서 밀어내고 스스로 사장의 자리에 올라버렸다. 당시 이 사건은 일개 게임 기업의 경영 다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레리나 출신의 여성 CEO가 주주총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경영권 박탈이 부당함을 알리는 영상으로 국영 방송의 뉴스 시간에 소개된 탓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 후 이수영 사장은 자서전 출간 후 마이클럽닷컴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창립하기에 이른다.


이제까지 언급했던 사례들에서 보듯이 개발자와 경영자와의 권익 다툼은 단순히 회사내의 알력 싸움이 아니다.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외부 주주들과 관계사, 관심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 마저 어느 정도 관련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사안인 것이다. 또한 1990년대처럼 일방적으로 게임 개발자가 경영자에게 휘둘리는 시대는 지나가 버렸다. 근래에 들어서는 오히려 눈먼 경영자들을 사냥하여 고액 연봉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불량 개발자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에는 게임 산업이란 것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아, 게임을 만들고 싶은 개발자들이 경영자에게 달려가 사정하며 매달려야만 했다. 옛 속담에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게임 업계를 바라보며 좀 더 비약된 속담을 떠올리게 되었다. ‘목마른 자가 파놓은 우물물은 목마른 사람이 먼저 마실 수 없다’가 그것이다. 게임 업계의 해외라인, 특히 일본과 많은 교섭을 하면서 느낀 점은 ‘먼저 제시하는 쪽이 진다’는 것이다. 교섭의 기본은 기다리는 것에 있다. 한국인들은 원래 성격이 급하고 교섭에 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1990년대 말 온라인게임의 해외 교섭에 있어 일본 영업 라인에 많이 당하는 형국이었다. 일본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한마디만을 믿고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다가 결국 제 풀에 지쳐 조건을 파격적으로 낮추어 들고가 버리는 것이었다. 1990년대에는 게임 개발자들이 급했기 때문에 경영자들에게 계속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MMORPG가 돈이 된다는 논리가 쩐주들에게 널리 퍼져 버린 지금, MMORPG 개발자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21세기에 들어 게임 개발자들의 경영자에 대한 역습이 개시된 것이다.


※ 외부 기고 컬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