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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 칼럼 신동윤 엠게임 마케팅이사] 한국 게임산업의 세컨드라이프, 온라인게임 2.0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7.04.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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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시 요시히로의 만화 ‘헌터x헌터’에서 주인공 일행이 게임 세계 안에 들어가 일련의 미션을 클리어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리드 아일랜드’로 이름 붙여진 이 게임은 전설의 헌터이며, 주인공 곤의 아버지 진이 “넨”이라 불리는 초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낯선 세계에 보내져 어리둥절한 곤에게 그의 동료 키르아는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야, 곤. 여긴 아무래도 게임 속의 세상인 것 같아.” “뭐? 그게 무슨 말이지?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잘 봐, 마을사람에게 말을 걸면 항상 정해진 대답만 반복하고 있어.”
 미국의 어떤 게임 평론가는 “비디오게임에서 다른 캐릭터를 죽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반면 그들과 대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그때는 MMO게임이 일반적이지 않았으며 따라서 온라인게임을 염두에 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코멘트는 인상적이며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적어도 지금의 컴퓨터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경쟁력있는 즐거움은 필드의 상대를 ‘해치우는’ 것이다. 이것은 A쪾I기술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진화할 수 있는 폭과 가능성의 문제이다.  컴퓨터 게임은 동시대의 기술적 한계 안에서 발전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한계는 새로운 비전과 로망으로 무장한 사람들에 의해 항상 깨어지는 법이다. 
 NPC를 비롯한 게임 속 세계와 좀 더 다양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가질 순 없을까?  어떤 플레이어의 영웅적인 행동이 게임 세계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진화해가는 그런 퍼시스턴트 월드(persistent world)를 경험할 순 없을까?  어린 시절 뒷동산 나무 밑에 새겨둔 유치한 하트마크와 수줍은 꼬마커플의 이름을 삼십 년쯤 시간이 흐른 후 돌아가 확인하며 므흣해지는 그런 경험을 게임 안에서 할 수는 없을까?  필드에서 만난 낯선 존재를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는 것 말고 친구가 될 수는 없을까?
 MMO게임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을 우리의 색깔로 채우고 있을 때 바다건너 어떤 사람들은 ‘세컨드라이프’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놓았다.  단순화시키자면, MMO의 테마를 몬스터와의 치열한 전투가 아니라 현대문명세계의 일상으로 바꾸었을 뿐이지만 그 둘은 플레이어에게 본질적으로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무엇이 더 우월하다 말한 순 없지만 우리가 게임 속 세계 자체를 좀더 정교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쪽에 덜 관심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온라인게임 중심으로 성장해오며 수많은 ‘방문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격성’과 ‘다양성’이 많은 것을 보완해주었기 때문에, 게임 속의 원주민들(NPC)을 좀더 진화시켜야 한다는 ‘의무’는 유예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가? 유저의 커뮤니티를 만들며 형성되는 MMO게임이라고 해도 플레이어가 원하는 매력적인 경험의 나머지 절만은 시스템과 A쪾I의 몫으로 남는다.
소위 산업경쟁력을 들춘다면 기획과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앞선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해외 개발자들이 온라인의 감각과 기술을 빠른 속도로 익히며 시장에 진입해오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앞서 우리에겐 게임 속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즐거움을 플레이어들에 제공하고 싶은 첫 마음의 뜨끈함이 여전히 식지 않았다. 
 ‘개방과 참여’를 테마로 하는 웹2.0이 인터넷을 바꾸고 있다면, 게임산업의 세컨드라이프, 두 번째 국면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냥이나 전투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풍성한 스토리텔링’, 서버점검과 패치가 아니라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가상세계가 아닐까? 그것이 진정 ‘온라인게임 2.0’이라 생각한다.


※ 외부 칼럼의 내용은 <경향게임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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