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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 칼럼] 게임의 폭력성과 스토리텔링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7.05.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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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게임의 스토리텔링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게임은 어린이가 접해도 되는 게임과 접해서는 안 되는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은 등급을 가리지 않고 폭력성이 강한 게임에 몰입되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요즘 국민게임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FPS(1인칭슈팅)게임을 비롯하여 각종 폭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게임들까지도 어린이들은 무감각하게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 반복행동으로 이어지는 게임의 폭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인하여,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의 모호성에 빠져, 어린이들이 폭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는 사실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소한 어린이들을 상대로 출시되는 게임이라면, 폭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게임 속의 무기 자체가 지닌 살벌한 폭력성은 외면하고, 무기의 외형적인 면만을 변형시킨 후, 폭력성에서 벗어났다고 만세를 부르던 어느 기획자. 그리고 게임에서 싸움, 전투, 대결 등과 같은 폭력성이 작아지면 재미요소가 소멸되어 결국 게임은 망하게 되고 만다고 항변하던 개발자.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것은 지금 시급한 것은 폭력성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린이들의 성장감성을 보호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부재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주먹이나 무기를 휘두르는 행위들. 어린이들은 그러한 행위들을 재미있다고 표현한다. “폭력이 재미있다”는 말은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해야 할 어린이들에게 너무 섬뜩한 언어이다.  이제부터라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게임에는 어린이의 정서에 걸맞은 스토리텔링을 해야 된다.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린이들에게 꿈과 낭만을 안겨주며 재미성을 부여하는 스토리텔링이 되야 한다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NPC나 몬스터의 생명을 빼앗아 목표를 달성한다는 스토리텔링보다는 생명을 보존하고 지키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즉, 몬스터를 생포하여 우리에 가둔다거나, 풍선에 가두는 코믹연출을 한다거나, 잠에 빠지게 만들어버린다거나, 또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켜서 목표를 달성시킨다는 등의 스토리텔링이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해 보자면, 적 캐릭터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폭력성의 스토리텔링이다. 데미지를 입힌다는 행위는 목표가 되는 대상에게 어떤 형태로든 물리적인 힘을 가해 피해를 입히는 일이다. 게임상에서 NPC나 몬스터들에게 데미지를 입히기 위해 잘 사용되는 칼, 활, 창, 총 등. 아무리 가상공간이라고 할지라도 살벌한 살상 무기들을 어린이 플레이어들에게 쥐어주고서 살상을 유도 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이러한 폭력의 도구도 마법을 활용한 판타지적인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해 나간다면 충분히 폭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물감을 상대 몸에 뿌려 변화된 색상만큼 포인트를 획득한다거나, 벌레를 날려 보내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서 정신적인 데미지로 포인트를 획득한다거나, 자연현상을 이용하여 봉변을 당하게 만들어 포인트를 획득한다는 식의 스토리텔링은 폭력성 부분을 희석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게임도 진화가 되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그 진화의 방향은 다양한 발상의 전환에서 획득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완성된다. 더 이상 폭력일변도의 진화가 아니라 보다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야 할 때가 됐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스토리텔링방식이 변하면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나갈 소중한 꿈나무들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재홍(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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