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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컴의 거칠 컬럼(14회)] 레인콤 휴대용 게임기 사업 어떻게 됐나 Ⅲ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7.06.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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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레인콤의 주가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을 무렵, 양덕준 대표는 하나의 결단을 내린다. 보유주식 7만주를 연초 23,500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에게 손실보전 차원에서 액면가인 500원에 양도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 사실은 곧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보유주식인 7만주를 액면가에 직원들에게 넘기는 것으로 양덕준 대표이사가 입게 되는 금전적 손실은 10억 원이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레인콤의 주가가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미 기업이 몰락의 길을 향해 치닫고 있을 때 경영진에서는 주식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게 된다. 양덕준 대표이사도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세상에는 악덕기업이 많아서 회사를 매각하기 이전에 자신의 주식만 고스란히 처분해서 몇 십억의 차익을 남긴 뒤, 나 몰라라 하고 외국행을 선택해 버린 CEO들이 많이 있다. 액면가의 몇 배수 이상으로 회사 대출까지 받아 가며 자사주를 매입했던 임직원들은 하루아침에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신세에 놓여지는 것이다. 그런 사례들에 비하면 분명, 양덕준 대표이사의 행보(行步)는 업계의 귀감(龜鑑)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자사주를 매입한 임직원들이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매진하는데 힘 써야 할 경영자가 경영을 잘못해놓고 뒤 늦게 이런 식으로 임직원들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양도 대상이 된 직원들이 연초에 23,500원이라는 거금에 자사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이라는 데에 있다. 그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은 이미 절반 이상의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또한 목돈이 요원한 직원들이 그런 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보통 회사에서 시행하는 대출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자는 꼬박꼬박 월급에서 떼간다. 월급에서 나가는 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산 자사주가 오르기를 고대하는 마음으로 일하던 직원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오르지 않는 주가와, 회사에서 시행하는 허황된 정책들을 맞이하는 마음은 어땠을까?

양덕준 대표이사의 보유 주식 양도 발표가 나간 후, 레인콤의 개발부서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블로그에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돈도 돈이지만, 자신들이 열정을 가지고 개발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향을 얻지 못하고 회사의 정책이 애꿎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속이 탄다는 지적이었지만, 기사와 맞물려 많은 개발자들이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자, 얼마 뒤 블로그 자체가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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