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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컴의 거칠 컬럼(17회)] 내 고집에 대한 소회(所懷)Ⅱ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7.06.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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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 택시’가 기억에 잊혀지고 2003년… 캐주얼이 대세, 더군다나 2004년이 되자 이것이야말로 대박이라는 트렌드가 펼쳐지는 것을 보고 약간은 시니컬한 기분이 들었던 시절. 박 대표까지 와서는 그 ‘휠 택시’라는 게임 다시 만들어 볼 생각 없느냐, 한 번 해 봐라 몇 번이고 권유를 받았다. 남들의 성공을 봐라. 우리도 하면 될 것 같다… “흥!” 누구보다도 먼저 기획하고 남들과 다르게 만든다면 의미가 있지만, 이미 다들 자축하는 분위기에 동참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휠 택시’같은 캐주얼 온라인게임을 다시 만드는 것과 당시 추진하고 있었던 PSP용 RPG를 만드는 것. 라이온로직스라는 회사가 시도했을 때 어느 쪽에 더 승산이 있느냐를 비교하자면 전자(前者)쪽이 그나마 접근이 쉽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캐주얼 온라인게임을 만들자고 박 대표가 제안했을 때, 내가 강력하게 반대했던 이유가 “우리는 온라인게임을 만들 기반이 못 된다”였던 것이다. 그러면 PSP용 RPG를 만드는 것은 기반이 되는가? 기반도 안 되고 개발자도 없다. 구하기도 어렵다. 설령 구했다 하더라도 콘솔의 RPG는… 캐주얼 온라인게임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는 않다.

나 역시 현실을 보는 냉철함 보다는 특유의 고집과 독선이 더 강력한 인간이라는 걸 증명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PSP용 RPG라는 건 그냥 평범하게 하면 남들과 같기 때문에 뭔가 다른 쪽으로 강조할 생각을 했다. 그 일환으로 선택한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은 한때 거의 모든 콘솔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3D로 전이(轉移)되고 한참 지났기 때문에 거의 모든 회사가 손을 뗀 상태다. 이것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일본 시장을 바라보면서 항상 느끼는 부러움 중의 하나가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돌아간다는 점이다. 실제 볼륨으로 봤을 때도 게임 시장보다 애니메이션 시장의 매출 비중이 더 크고, 지금에 와서는 게임 업계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기획 기반을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메워 주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런 트렌드를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오던 차에, 마침 등장한 16:9 화면비율의 PSP는 나에게 엉뚱한 생각을 갖게 했다. 디스플레이 요소가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여기에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를 집어넣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게임으로 만들어 버리면 가장 빠르게 내가 원하는 시장의 구도로 접근 할 수 있다. 소위 업계를 이끄는 오너들이란 건 이렇게 하니까 돈 번다고 보여 주는 게 빠르지, PT하고 설득하는 작업은 한계가 있다. 하나의 성공이 이루어지면 뒤 따라 각 기업의 B급 정책 입안자들이 주목을 할 거고, 어느 정도의 트렌드는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모르게 공부도 많이 했고 기본적인 드로잉과 연출기법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작화 프로세스, 특히 제작 구조를 리드하는 법에 대해 많이 파고들었다. 그런 지금에 와서 남은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남을 것은 무엇일까.

- 이우진(34), 예명 이돌컴
1993년, 방년 19세에 게임잡지 기자로 게임계에 입문해 디지털캠프, 판타그램 등에서 개발자로 활약.
일본 프롬소프트웨어에 입사해 아머드코어 시리즈의 프로듀스 역임 .
이후 모바일게임 회사로 자리를 옮겨 ‘대장금’등 10여종의 인기 모바일 게임을 개발. 세가코리아를 마지막으로 2006년 12월 게임업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각종 집필활동과 UCC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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